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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 - 판토마임의 세상

by Diligejy 2018. 6. 28.

해미가 말했다.

"여기 귤이 있다고 믿는게 아니라, 귤이 없다는걸 잊어버리는 거야. 그게 다야. 중요한 건 진짜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입에 침이 나오고 진짜 맛있어."

해미가 또 말했다. 

"부시맨들에게는 두 종류의 굶주린 자가 있대. 굶주린 자. 영어로 헝거.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 리틀 헝거는 그냥 배가고픈 사람이고, 그레이트 헝거는 삶의 의미에 굶주린 사람이래. 우리가 왜 사는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런거를 늘 알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배가고픈 사람이라고, 그레이트 헝거라고 부른대."

해미는 무엇을 위해 종수에게 나오지 않는 고양이를 맡긴것일까?
종수는 나름대로 살아내고는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삶을 살고 있는것일까?
방향 없이 부유하는 존재인건 아닌것인지. 그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차갑고 어렵다.

케냐에 갔다온 해미는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는 건 두렵고 그냥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게 핵심을 관통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부유하고 둥둥 떠다니는 존재들에겐 '재미'만이 유일한 통로다.

벤은 말한다. "간단해 진짜. 석유를 뿌리고 성냥불만 던지면 끝. 다 타는데 10분도 안걸려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게 할 수 있어요." "한국에는 비닐하우스들이 진짜 많아요. 쓸모없고 지저분해서 눈에 거슬리는 비닐하우스들. 걔네들은 다 내가 태워주길 기다리는거 같애요. 그리고 난 그 불타는 비닐하우스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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