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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외교학

외교의 시대(2)

by Diligejy 2015. 12. 13.

p.47

1856년 프랑스의 정치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은 압제적인 정치 체제가 가장 위험한 때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어쩔 수 없이 개혁을 시도할 때라고 갈파한 바 있다.

 

p.51

 

 

p.68

 

 

p.70~71

이러한 이완 현상은 역사적으로 패권국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나타난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영국은 전성기에는 상품 생산에 주력해 '세계의 공장'으로까지 불리었으나 19세기 말 이후 후발국의 도전에 직면해 성장이 침체되자 점차 투기 심리에 잠식당했다. 즉, 건전한 기업가 정신에 따라 생산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재화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가며 이득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20세기 초가 되면 영국 전체에 '투기 경제'가 만연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요컨대, 미국은 한 세기 전 영국이 겪었던 것과 아주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한편 미국 정치가 갈수록 통치력(governability)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이완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 특히 의회 정치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당파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으로 변했다. 그 결과 의회를 통해서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어가기가 대단히 힘들어지고 말았다. 의회로 침투한 수많은 로비 그룹과 이익집단들은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중장기 개혁 정책들마저 추진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금 체제의 비효율성이 심각해 한때 매년 4천억 달러의 세금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폴 오닐은 이와 관련해 "지금 우리[미국]의 정치 체제는 정말 비극적일 정도로 붕괴되었다"고 개탄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맨커 올슨의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의 딜레마'라는 개념을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인 영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침체의 길을 가는데 왜 패전국인 독일의 경제는 오히려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지고 그 원인을 연구하는 데 10년간 매달렸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 안정을 누린 선진국의 사회 전반에는 사회적 부의 분배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이익집단 연합(distributional coalitions)이 난립하게 되며, 이 이익집단들의 영향력이 강화되어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수록 국력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회에서 개혁이 가능하려면 외부로부터 엄청난 위기가 닥쳐와 그 충격으로 분배를 둘러싼 기득권 이익집단들의 네트워크가 무너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는 정책결정자나 엘리트들이 그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제도를 개혁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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