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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by Diligejy 2021. 7. 11.

https://coupa.ng/b3g5vP

 

창비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COUPANG

www.coupang.com

p.17

여자가 한번 시집가면 그 집에 뼈를 묻는 게 조선의 법도였다. 버들은 홍주를 생각하면 바늘에 손이 찔려 피가 번진 자수보가 떠올랐다. 아무리 수가 잘 놓였어도 피가 묻으면 쓸모없어진다. 홍주는 잘못도 없이 한순간에 피 묻은 자수보 같은 팔자가 된 것이다. 버들은 여자 운명이 고작 자수보 같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이해되지 않았다. 

 

p.164~165

버들은 그동안 유럽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전쟁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문을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미국은 전쟁하는 나라에 군수물자를 만들어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긴 덕에 강대국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지난해 영국 상선이 독일 잠수함에 공격당해 배에 타고 있던 미국 사람이 백 명 넘게 죽는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참전을 하자 미군 기지가 있는 하와이의 경제가 좋아져 일꾼들 품삯이 오르고 조선인들도 덕을 보았다. 신문엔 동포들의 상점 개업 소식이나 사업에 성공해 성금을 많이 낸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또 한편에선 전쟁 덕분에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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