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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

지구에서 한아뿐

by Diligejy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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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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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8

백날을 생각해봤자 답은 똑같을걸요. 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에요.

 

p.145

흥미로운 것은 경민의 가족들도, 대단한 우정을 과시하던 친구들도 경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한아는 그 부분에서 솔직히 섬뜩함마저 느꼈다. 완전히 태양계 밖으로 사라졌는데, 전혀 다른 존재가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알아차린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니. 원래의 경민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경민은 어머니를 일찍 잃었고, 아버지는 최근에 재혼하셔서 아직 적응에 바빠보였다. 형은 유학을 가더니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중국계 미국인 동료와 결혼해 휴가 때도 시카고로 가지 서울로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경민과 사귀었지만 가족들과 통화하는 모습조차 자주 보지 못했던 게 기억이 났다. 특별히 애틋한 조부모나 삼촌, 이모, 고모, 사촌 등은 없었다.

 

p.158

"어째서 우주 전체가 그렇게 자본주의적인 거지? 지구랑 그렇게 다를 것도 없잖아."

"미안, 기왕이면 부자 외계인이면 좋았을 텐데 가난해."

그러고는 경민은 망원경을 틀어 먼 곳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기 위해 행하고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보여주었다.

"한때 저 별에는 괴로울 때 몸의 가장 연약한 주위에 귀한 결정이 맺히는 이들이 살았어. 그 사람들은 그 결정을 최고 단위 화폐로 인정해주었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더 큰 대가를 주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저렇게 폐허야?"

"시간이 지나자 모두 자해를 시작했거든. 비극과 고통과 그로테스크에 중독되어버렸어. 오이디푸스는 저기 가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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