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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그냥 하지 말라

by Diligejy 2022. 3. 20.

https://link.coupang.com/a/k7jz7

 

그냥 하지 말라: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COUPANG

www.coupang.com

 

 

p.32~33

공간을 말하면서 우리는 항상 '고시원처럼 창이 없는 공간', 영화 <기생충>처럼 '반지하에서 바라보는 시선' 등 조망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습니다. '뷰'가 우리에게 소중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한국사회에서 '전망 좋은 곳'을 탐하는 마음이 올라가는 게 데이터로도 보입니다. 이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한강변 아파트 뷰'이고, 카페 사진에 으레 등장하는 '통창'입니다.

 

도시에서 조망을 얻기란 너무 힘든 일입니다. 웬만해서는 한강뷰를 노릴 수 없죠. 그러나 차를 가져가면 가능합니다. 차박은 매우 저렴하게 차경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말하자면 트렁크 뷰는 차경을 실현한 액자인 셈입니다. 액자 안에 피사체로 잡힌 아이들의 뒷모습이나 반려견의 표정에서 느긋함과 행복이 느껴진다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입니다. 이 프레임이 예쁘게 만들어지는 데 여러분의 업이 기여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겠죠. '#감성차박'에는 조명과 피크닉 테이블이 필수이고, 이걸 잘 만드는 스타벅스가 굿즈로 대박이 나는 것처럼요.

 

p.48~49

이렇게 팬데믹을 겪는 우리의 분투를 돌아보았습니다.

 

엄마는 파김치,

고3은 초불안,

김 대리는 생산성 집착.

 

코로나가 일으킨 변화를 돌아봄으로써 알게 된 건, 역설적이게도 이들 문제가 처음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변화가 아니라는 거에요.

 

엄마가 힘든 이유는 보육과 가사, 나아가 커리어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여러 난맥상 때문입니다. 고3은 지금의 작은 뒤처짐 때문에 평생의 무한경쟁에서 탈락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김 대리는 저성장과 고용불안이라는 악재 속에 자신의 삶을 보장받고자 노력하는 것이고요.

 

가사노동, 무한경쟁, 저성장과 고용불안, 이 모두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입니다. 마치 장마에 땅 속에 묻혀 있던 쓰레기가 쓸려나오듯 이번 위기에 선명하게 노출됐을 뿐, 존재하지 않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p.54

아침 9시의 커피는 잠을 깨우는 각성의 커피, 오후 1시의 커피는 사회 일원으로 잘 버티고 있음을 확인하는 위안의 커피, 오후 4시의 커피는 회사생활의 고단함을 달래는 해우소의 커피였습니다. 이런 맥락이라면 맛이나 퀄리티가 절대적인 선택 기준이 아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산미를 섬세하게 따져서 마시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믹스커피만 찾는 사람들도 이웃을 초대해서 마실 때에는 로열 코펜하겐 같은 고급 찻잔을 동원합니다. 집안일을 마치고 베란다에서 창밖을 보며 관조의 커피를 즐길 때에도 맛과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커피 한잔에서도 자신의 삶을 더 잘 챙기고 싶은 욕구가 읽힙니다.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졌고, 삶에 대한 기준이 올라갔고, 기술이 발달했고, 이 모든 것이 풍요한 삶을 가능케 할수록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희망하고 욕망합니다. 그런 이유로 예전 같았으면 '굳이 거기까지 할 필요가?' 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디테일에 대한 요구가 적었지만 지금은 당연해집니다. 그 당연한 섬세함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p.68

2017년에 국내 어느 화장품 매장에서는 고객이 든 매장 바구니 색깔에 따라 접객을 달리한 바 있습니다. 매장 입구에서 녹색 바구니를 들고 들어가면 나 혼자 보겠다는 뜻이어서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어요. 최근에는 정수기 필터를 스스로 교체하는 셀프렌털 서비스가 생겨났습니다. 예전에는 정수기 회사 직원이 와서 관리했는데, 그러다 보니 방문일정 맞추기도 어렵고 외부인을 집에 들이는 찜찜함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방문할 때마다 자꾸 신상품을 권유하는 바람에 난감했는데, 필터를 잉크 카트리지처럼 손쉽게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이 모든 거북함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의 글들이 올라옵니다.

 

p.70~71

저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시는 분들 중에는 20~30대도 많습니다. 그중 세 분과 함께 연구하는 스터디에 한 분이 좀 늦었습니다. 제가 다른 분에게 여쭤봤죠. "그 분은 좀 늦으시나 봐요." 그랬더니 "안 그래도 문자 보냈습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제가 "시간 됐으니 전화 한 번 해보세요"라고 했더니 "문자 보냈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반응이 흥미로워서 굳이 한 번 더 "전화하면 안 돼요?"라고 물으니 이번에도 "문자 보냈다니까요"라며 철벽을 치더군요. 무려 3번이나.

 

그래서 물었습니다, 전화가 왜 그렇게 싫은지. 그랬더니 전화는 뭐랄까, 좀 무례한 수단 같다는 것입니다. 이미 문자로 충분히 소통했는데 전화로 즉각적인 대답을 재차 요구하는 행위가 마뜩지도 않고, 무엇보다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뛴다고 했습니다. 기성세대도 밤늦게나 이른 아침에 가족의 전화가 와서 가슴 철렁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 하고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 외국에도 운동할 때보다 전화벨이 울릴 때 심장이 더 격렬하게 요동친다는 밈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사람들이 전화를 싫어하다 보니, 요즘은 전화요금제도 달라졌더군요. 예전의 전화요금제를 보면 300분 무료통화에 500메가바이트 제공한다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10기가바이트 무료에 통화는 무제한입니다. 무제한도 놀라운데, 그 혜택을 먼저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통화는 안 할테니 피차 중요하지 않은 거죠.

 

p.82

그러니 교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하고요. 공부하지 않으면 질문을 받았을 때 '내 생각은 말야' '나 때는 말야'하면서 뻔한 말을 늘어놓거나,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같은 말로 모호하게 둘러댈 수밖에 없습니다.

 

p.84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p.90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계획은 무의미해집니다.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삶에 대한 우리의 정의와 그에 따른 준비를 돌아보아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p.168

흔히 밀레니얼은 규칙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약속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창의성을 제어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입사할 때 '무엇을 하면 되는데?' '얼마 줄 건데?' '어떻게 줄 건데?' 등에 대해 규칙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일한다는 마인드입니다. 단순히 회사 일이니 그만큼만 하겠다는 자세라기보다는, 애초에 회사의 급여체계나 보상체계가 경직돼 있기에 그에 맞게 대응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더러는 노동강도가 높은데도 구성원이 헌신적으로 임하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은 규칙을 따지지 않고 한다는 거죠.

 

p.179

우리 삶에 투명성을 반드시 탑재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나우 데이터로 기록되는 시대임을 잊지 마세요. 투명한 시대에는 의사결정 과정과 근거, 나아가 우리 삶 또한 투명해야 합니다.

 

투명성의 가장 큰 이슈는 단계별 충실함입니다. 지금까지는 끝이 좋으면 좋은 거였는데, 이제는 모든 단계가 좋아야 해요. 과정이 중요해집니다. 과거에는 과정의 중요성을 주로 '어떻게 효율을 높일지'의 범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의 이슈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p.196~197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되면 가장 무서운게 뭔지 아십니까? 상대가 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데이터에서 상사와 관련해 '무능'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죠. 예전에는 상사가 일 안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았어요. 저분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상사와 직원 모두 능력을 따집니다. 상사가 관리자가 아니라 동료로 인식된다면, 이제는 상사도 일해야 하는 거죠. 물론 상사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신입도 그래야 하고요.

 

이렇게 하여 모두 다 일하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성 이슈가 나오고, 집단평가가 아니라 개인평가로 선회합니다. 이제 회사에서 가장 배척되는 사람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p.222

지금은 '포스트 베블런'을 말합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벨레짜 교수는 과거에는 여가와 사치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일하는 게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말합니다. 자동화, 무인화 때문에 일반적인 업무는 인간이 낄 틈이 없으니 바쁘게 일하는 삶이 오히려 나의 훌륭함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아티스트, 장인, 나아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있을테고, 나머지 대중은 기회가 없을 수 있으니까요.

 

p.231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댓값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도성장기에는 이율도 높아서 돈이 있으면 재빨리 빌려주는 게 남는 장사였습니다. 100원이 120원이 되고, 그게 또 자본금이 되면 복리효과로 계속 불어나니 지금의 행복을 구가하는 것보다 일단 참고 미래에 투자하는 게 옳았겠죠. 반면 이율이 정체돼 있다면 지금 100원이 나중에도 100원 그대로 입니다. 그럴 때는 지금의 행복을 가지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p.235

이제는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기록을 채록하는 것이 곧 나의 프로파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직접 하셔야 하고요. 

둘째,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 성장 과정이 나의 자산으로 환금될 것입니다. 일종의 사회문화적 자본이니까요. 그리고 그게 나의 업이 될 테니까요.

 

p.255

2015년 "너를 외쳐봐"

2018년 "#미친존재감"

2019년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2020년 "우리의 힘을 믿어. You Can't Stop Us"

2021년 "새로운 미래. A New Day"

 

나이키의 일관성

 

p.265

결국 우리는 고민의 총량을 파는 것입니다. 하나하나에 의미와 상징을 새겨넣고, 그런 다음 상대에게 넌지시 얘기해주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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