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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권력의 종말

by Diligejy 2022. 7. 16.

 

p.22~23

21세기에 권력을 얻기가 전보다 더 수월해졌지만 권력을 잃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더 쉬워졌다. 반면에 권력을 행사하기는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기업의 이사회장과 군사 전투지역에서 사이버 공간에 이르기까지 권력 투쟁은 여전히 격렬하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권력 투쟁의 격렬함은 권력 그 자체의 덧없음이라는 본질을 감춘다. 권력이 어떻게 그 가치를 잃는지 아는 것, 그리고 이것이 제기하는 어려운 과제들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21세기의 세계를 개조하는 가장 중요한 흐름들 가운데 하나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p.29~30

실제로 오늘날 국가 간에 전쟁을 할 때 과거처럼 거대한 군사력끼리 충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개 정부의 대규모 군사력이 예전과 다르게 반정부 단체, 분리주의 운동 단체, 민병대 같은 소규모 무장 세력과 겨루는 비대칭적 전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군사력이 열세인 쪽이 전쟁에서 이기는 경우도 점점 증가한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00년부터 1849년까지 벌어진 비대칭적 전쟁에서 병력과 무기 측면에서 약한 쪽이 전략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12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1950년에서 1998년 사이에 발발한 전쟁에서는 전력이 약한 쪽에서 이긴 비율이 55퍼센트로 더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날의 비대칭적 분쟁들은 단순히 군사력의 우열보다는 상대방의 정치와 군사 전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인 듯하다. 

 

p.39

오늘날 우리의 삶과 옛 선조들의 삶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규칙들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상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옛날보다 더 오래 산다. 건강도 더 좋아졌다.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읽을 줄 알고 교육도 더 많이 받는다. 굶주리는 사람도 전례 없이 많이 줄었다. 

 

p.43~44

오늘날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거대세력들 사이의 경쟁이 아니다. 미시권력의 등장과 미시권력이 거대세력에 맞설만한 능력이 관건이다.

 

권력의 쇠퇴가 거대세력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정부, 군대, 기업, 대학들은 전례 없는 구속과 제약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유의미한 존재로 남을 것이며 그들의 행동과 결정 또한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예전만 못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도 안 되고 그들의 기대에도 훨씬 못 미칠 것이다. 권력의 약화가 정말 잘 된 일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권력의 파괴 또한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불안정하고 무질서한 마비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 

 

p.45~46

권력의 쇠퇴는 인터넷, 좀 더 개괄적으로 말해 정보 기술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다. 물론 인터넷 같은 기술 수단이 정치와 사회운동, 기업, 권력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기술이 수행하는 근본적인 역할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오해되기 일쑤다. 새로운 정보 기술은 그저 수단일 뿐이다. 그러한 수단이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그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것을 이용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목적과 방향, 동기가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문자 메시지 덕분에 아랍의 봄에 참여한 시위대는 그들의 저항을 세상에 알리고 시위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위대가 거리를 점거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환경은 시위대가 사용하는 새로운 정보 수단과는 전혀 무관한 국내외 상황이 빚어낸 것이다. 이집트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시위에 가담하여 호스니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러나 한창 시위가 고조되었을 때, 그곳의 시위대들을 격려하려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한 사람은 35만 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최근에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여러 차례 시민 봉기가 일어나는 동안 트위터 통신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쟁과 관련해서 트위터를 사용한 사람들의 75퍼센트 이상이 아랍 이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평화연구소가 아랍의 봄 당시에 트위터 이용 패턴을 면밀히 살펴본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새로운 매체는 "국내의 집단행동이나" 봉기의 "지역 확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시위를 추동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같은 나라의 청년들에게 나타난 인구통계학적 특성이었다. 그 지역 청년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신체 건강하고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실업자가 많아 크게 좌절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시민들에게 힘을 준 바로 그 정보 기술이 감시, 탄압, 집단 통제의 새로운 수단으로 도입됐다. 예컨대, 이란은 그 기술을 이용해서 "녹색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을 찾아내 감옥에 보냈다. 오늘날 정보 기술이 특히, 소셜미디어로서 수행한 결정적인 역할을 아예 부정하거나,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를 단순히 그런 기술들을 널리 채택한 결과만 가지고 설명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p.53~54

권력의 쇠퇴는 이런 시나리오를 낳을 위험이 다분하다.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들의 권력 행사를 막을 만한 막강한 권력자들이 있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권력이 없는 곳에서는 어떤 결정도 못 내리거나 시간을 질질 끌게 마련이다. 결국 그 결정은 아무 효과도 없을 정도로 무력화된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미술가, 음악인, 문학가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용인된 규칙과 권위가 수반되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없다면, 그들 자신의 노동의 결실을 일관되고 체계적인 방식, 즉 지적재산권 보호 같은 형태로 거두어들이면서 자기 소질을 충분히 발휘하는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정당이나 기업, 교회, 군대, 문화단체들이 축적한 수십 년간의 지식과 경험은 모두 무너져 내릴 위기에 직면한다. 권력이 불안정해질수록 삶은 단기 보상책과 공포에 더욱 지배받게 되고, 미래를 대비한 행동과 계획을 세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러한 위기들이 서로 결합하면 소외를 낳을 수 있다. 강력한 권력기관이 상당히 오랫동안 함께해왔고, 권력의 장벽은 전통적으로 매우 높아서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삶의 의미를 구성해왔다. 이를테면 무엇을 할지, 무엇을 받아들일지, 무엇에 도전할지 선택하며 살아왔다. 소외 현상이 지나치면, 권력의 쇠퇴는 사회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p.68

맥밀런의 권력 분류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결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결과
유인책의 변경 보상을 이용한 유인
봉급 인상, 가격 인하
완력에 의한 강압
사법 집행, 억압, 폭력
기호의 변화 선전을 통한 설득
광고, 캠페인
규범을 통한 의무
종교적 또는 전통적 의무, 윤리적 권고

p.73

권력의 장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그것들이 현재 강화되고 있거나 약화되고 있는지 확인하라. 그러면 권력의 수수께끼를 대부분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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