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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by Diligejy 2023. 5. 28.

p.17

지리적 여건은 중요하다. 어마어마하게. 산업화 이전 시대에 이집트의 도시들이 도시가 된 까닭은 운송을 활성화한 물길과 외부의 침입을 막는 사막이라는 완충지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지배 세력으로 부상한 까닭은 단순히 그들이 일찍이 원양 항해기술을 터득했기 때문뿐만이 아니라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국가들로서 유럽 대륙의 끊이지 않는 갈등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산업화 기술을 던져넣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석탄과 콘크리트와 철도와 철근을 대대적으로 이용하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러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역량을 갖춘 지역들은 자본을 창출하는 배가 다닐 수 있는 물길이 풍부하므로 독일의 부상은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천혜의 물길이 풍부하므로 독일의 몰락 또한 불가피했다.

 

둘째, 이쯤 되면 이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 확인했겠지만, 성공을 부르는 지리적 여건은 영구불변이 아니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승자와 패자도 바뀐다. 물과 바람을 이용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집트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여건들은 잠식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새로운 강대국들이 부상할 여지가 마련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스페인은 낙후된 지역으로 몰락했고 대영제국이 탄생했다. 다가올 세계적인 무질서와 인구구조 붕괴로 여러 나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나라들이 부상하게 된다.

 

p.24

인분은 문명화 이전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19세기 중엽 화학비료를 대량으로 도입할 때까지도 -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 최고의 비료이자 생장을 돕는 자양분이었다. 인분을 관리하는 일이 등장하면서 최초로 계급을 구분하게 되었다. 인분을 모으고 저장하고 배분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과는 아무도 접촉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밤새 배설된 똥거름"을 모으고 배분하는 궂은 일을 했다.

 

p.39

다른 건 몰라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지리적 여건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한동안 영국과 독일과 일본과 중국과 프랑스와 러시아는 상대방의 바람과 물과 산업 관련 기간시설들을 파괴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비교적 새로우 땅에 정착한 비교적 낯선 사람들은 이 대규모 파괴행위들의 표적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귿르은 이 전쟁을 틈타 물과 바람과 원양항해기술과 산업역량을 대대적으로... 대개의 경우 최초로 그들이 정착한 영토에 응용했다.

 

아마 여러분들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리라. 바로 미국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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