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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의심하는 인간

by Diligejy 2022. 6. 25.

p.5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지드는 "진리를 구하는 이들을 믿어라. 진리를 찾아내는 이들을 의심하라"라고 말했다.

 

p.31

고대 회의주의의 특징은 '진리의 기준'에 관한 논의에서 드러난다. 스토아 학파나 에피쿠로스 학파 같은 독단주의자들은 감각지각으로부터 유래한 표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반해 회의주의자들은 '확실성'과 연관된 스토아 학파의 '파악표상'개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독단주의자들을 비판했다. 스토아 학파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파악표상을 인식론의 핵심으로 강조했다. 그들에게 파악표상은 명석하고 판명한 인상들이었으며 확실성의 토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회의주의자들은 이러한 파악표상을 비판하면서, 그것이 진리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갖오했다.

 

데카르트 이후 근대철학자들은 지식의 확실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만 회의주의를 사용했다. 이른바 '방법론적 회의'였다. 그렇기에 인식 과정에서 그들에게 나타나는 표상들의 불일치성과 그로 인한 자아의 혼란은 제거되어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고대 회의주의자들에게 표상들의 불일치성과 그로 인한 자아의 혼란은 기꺼이 수용되어야 할 '긍정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이처럼 회의주의자들은 표상들의 불일치성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자아를 목격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즉 그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의심이나 회의를 제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마음의 혼란을 기반으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획득하고자 했다. 따라서 우리는 근대철학자들이 지녔던 회의주의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고대 회의주의자들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분리해냄으로써, 고대 회의주의의 온전한 의미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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