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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건희 에세이 -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by Diligejy 2023. 2. 5.

p.15

한국반도체를 실제로 조사해 보곤 실망이 컸다. 이름만 반도체지 트렌지스터나 만드는 수준이었다. 언제 LSI(대규모 집적 회로), VLSI(초대형 집적 회로)를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더구나 한미 합작이어서 인수한다 하더라도 여러 제약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상당한 고민 끝에 인수를 결심했다. 전자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기 등의 분야는 핵심부품인 반도체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데다, 한국반도체를 종자로 국내 하이테크 산업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p.19

지금은 고임금, 고물가, 고기술, 고무역장벽, 고환율 등 5고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공격적 자세가 필요하다. 창조적 발상이 결집된 상품과 서비스를 남보다 앞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p.20

80년대 후반 마침내 유럽의 신형 공격수들이 세계 최강인 중국 선수들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그 후로 셰이크핸드형 러버를 수비수를 위한 러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펜홀더형은 공격형, 셰이크핸드형은 수비형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상대 전략의 허를 찌르는, 다시 말해 공격과 수비의 구별 없이 공격 위주로 게임을 펼치는 쪽이 승리할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든 스포츠에서 수비는 기본에 해당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공격이다. 세계 축구의 최강은 의심할 여지어벗이 공격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의 연봉 순위를 보아도 상위권은 모두 강타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투수의 비중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타자라는 얘기다. 

 

나는 아들의 얘기를 듣고 개인의 생활이나 기업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웅크리고 있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결국에는 있는 것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선취 골을 따냈다고 수비에만 치중하다가 상대 팀의 줄기찬 공격에 무너지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축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p.24

잘 나가던 일류 인재나 일류 기업이 한 번 패배해서 이류 인생, 이류 기업이 되고 나면 다시 일류로 올라서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패배 자체의 타격보다 패배의식이 심중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p.24

지금 불황의 단면들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어떤 이는 공황의 조짐까지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공황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무서워 해야 할 것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는 일이다. 경제적 공황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지만 심리적 공황은 한 번 빠지면 쉽게 벗어날 수 없다. 

 

p.32

지도자의 덕목을 논할 때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기준을 세웠다. 나 역시 경영 현장에서 30년을 보내는 동안 리더는 종합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음 다섯 가지를 덕목으로 세웠다.

 

알아야 하고(知), 행동해야 하며(行), 시킬 줄 알아야 하고(用),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訓),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아는 것(評).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이다.

 

p.34~35

기업경영에는 전략과 전술, 전투, 개인기가 다 필요하다.

전투가 직접 몸을 부딪혀 싸우는 것이라면, 전략과 전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으로, 경영자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나는 일하고 챙기는 데 내 나름의 몇 가지 원칙과 습관이 있다.

 

먼저 목적을 명확히 한다. 보고를 받으려면 보고의 목적과 결정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한다. 

다음은 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다. 본질을 모르고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 본질이 파악될 때까지 몇번이고 반복해서 물어보고 연구한다.

 

나는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업(業)의 개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당신이 하는 일의 [업의 개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한다.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키며 달을 보라고 외치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만 쳐다보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목적과 본질 파악이 나의 원칙이라면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려고 하는 노력은 나의 습관이다. 동양과 서양은 크게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주소 표기법이다. 우리는 국가, 시도, 시군구, 동읍면의 순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은 그 반대다. 나는 동양의 주소 표기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할 때 대소완급의 구분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일의 본질에 바탕을 두고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공장을 방문했을 때 공장은 한창 건설중인데 조경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장 건설이 최우선인데 정원을 먼저 가꾸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대소완급을 구분하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최종 결심을 하기 전에 챙겨 봐야 할 또 하나 중요한 일은 정보의 확인과 활용이다. 우리는 대개 있는 사실(데이터)과 정보(인포메이션)를 구분하지 못한다. 바로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와 사실 파악은 데이터이지 정보가 아니다. 정보란 그런 사실을 내가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사실은 데이터에 불과하다. 환율이 오르는 데서 오는 득실은 무엇이고, 환차손을 줄이고 환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곧 정보다. 데이터를 보고 읽는 관점에 따라 정보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관점을 달리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곧 정보 활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p.36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결산하고 다음 해의 경영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그 경영계획을 보면 항상 지난 해의 실적과 비교하는 것 일색이다. 전 해에 비해서 몇 % 증가니, 신장이니 하는 단어들이 중심을 이룬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중요하다.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반성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문제는 과거의 수치와 비교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과거의 연장선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장 사고는 예외없이 무사안일로 이어진다. 삼성만 해도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인가, 꼭 해야만 하나.' 하는 의문 한 번 없이 그저 지시받은 대로, 선배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일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p.37

과거에 대한 부정 없이는 개선도 없는 법이다. 모든 사물과 일을 대할 때 원점 사고를 갖고 새롭게 바라보아야 비로소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 골퍼들이 슬럼프에 빠지면 골프채 잡는 법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꽤 오래 전에 일본 출장길에 들었던 혼다 회장의 이야기는 원점 사고가 갖는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혼다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고 할 때, 혼다 회장은 간부들을 모아놓고 최대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일주일이 지나 간부 대표가 "도요타에 비해 1~2%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도요타 자동차를 완벽하게 분해한 후 소요 부품마다 혼다가 최대한 싸게 납품받을 수 있는 가격을 적용한 결과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혼다 회장은 "자동차가 별것인가? 오토바이 두 대를 쇠파이프로 연결시키고 거기다 뚜껑을 덮은 것뿐인데..."라고 중얼거리며 회의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간부들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고 원점 사고에 입각하여 부품의 필요성, 규격은 물론 납품 가격까지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였다. 그 결과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원점 사고는 획기적인 개선과 대안 제시에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늘날처럼 변화가 일정한 궤도 없이 빨라지는 시대에 과거 지향의 연장 사고는 후퇴와 실패를 의미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모든 것을 뒤집어보는 원점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p.38

경영이 무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경영이든 일상사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자기 중심으로 보고, 자기 가치에 의존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바꾸라고 권한다. 한 차원만 돌려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p.38~39

나무를 심을 때 나무 한 그루만 심으면 그 가치는 몇 십만원에 지나지 않지만,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면 목재로서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 공해 방지, 녹지 제공 등 여러 효과를 거두게 되고 재산 가치도 커진다. 나무를 심더라도 숲을 생각하는 것, 이것이 입체적 사고이자 소위 일석오조인 것이다. 

 

p.39

영화를 감상할 때는 대개 주인공에게 치중해서 보게 된다. 주인공의 처지에 흠뻑 빠지다 보면 자기가 그 사람인 양 착각하기도 하고, 그의 애환에 따라 울고 웃는다. 그런데 스스로를 조연이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아주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나아가 주연, 조연뿐 아니라 등장 인물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인생까지 느끼게 된다. 거기에 감독, 카메라맨의 자리에서까지 두루 생각하면서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다.

 

그저 생각 없이 화면만 보면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여러 각도에서 보면 한 편의 소설, 작은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려면 처음에는 무척 힘들고 바쁘다.

 

그러나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입체적으로 보고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진다. 음악을 들을 때나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또 일할 때에도 새로운 차원에 눈을 뜨게 된다. 

 

p.45

예스맨, 관료화된 인간, 화학비료형 인간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능숙한 말솜씨로 여러 가지를 말하는데 대개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화법을 즐겨 쓴다는 점이다. '내가 하겠다.'가 아니라 '사원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다. 

 

p.50

외국의 한 TV방송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남부 인도에서 코코넛을 이용해 원숭이를 산 채로 잡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다. 코코넛 껍데기에 원숭이 손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어서 속을 모두 긁어낸 다음, 그 속에 쌀을 조금 집어 넣고 끈을 연결해 말뚝에 단단히 매둔다. 이 코코넛을 발견한 원숭이는 냉큼 다가와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쌀을 한 웅큼 집는다. 그때 숨어 있던 사람이 다가가면 원숭이는 손을 빼고 달아나려 기를 쓴다. 하지만 쌀을 잔뜩 쥔 손을 빼내지 못해 결국 사람에게 잡히고 만다. 쌀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가 이렇게 치명적인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이 원숭이처럼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버려야 할 것을 제때에 버리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p.52

위기는 내가 제일이라고 자만할 때 찾아온다.

 

p.74~75

한 번 호랑이로 태어나면 일 단위로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지만, 토끼로 태어나면 초 단위로 생존을 다퉈야만 한다. 부지런히 노력한다고 해서 이러한 먹이사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기업에도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다. 기업 세계의 정글은 바로 시장이며, 자유경쟁이라는 시장의 법칙이 존재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매 순간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은 자연계와는 달리 주어진 운명이 없다. 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시장에서 호랑이가 될 수도 있고 토끼가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대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사 같은 세계적 기업도 처음에는 보잘것 없는 중소기업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정보산업 분야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기업에는 영원한 강자도 절대적 패자도 없다. 지난 30년 동안 계속해서 100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의 경우 22개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에는 16개밖에 되지 않는다. 경쟁이라는 시장의 법칙에 적응하지 못하면 링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의 운명이다. 

 

자연계에서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을 피할 방법이 없지만 기업에서는 사슴은 사슴대로 토끼는 토끼대로 변신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몇 년 전 하루 평균 20개 꼴로 중소기업이 부도나던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계속한 어느 중소기업이 '초관리 경영'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중소기업은 스피드를 경쟁 무기로 삼았다고 하 룻 있다. 이런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절대 강자가 되지 않고도 시장에서 살아남는 지혜일 것이다.

 

시장과 환경은 매순간 변한다. 경영자는 시장의 변화를 꿰뚫어 보면서 기업의 정글의 법칙에 정통해야 한다. 기업의 운명, 즉 호랑이가 되느냐, 토끼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기업 경영자의 능력과 수완에 달려있다.

 

p.77

글로벌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2개 정도의 외국어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무한경쟁에 접어든 오늘날 기업 차우너에서는 글로벌 전략가를 조기에 육성, 확보하는 일이 급하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해 있는 국내용 관리자를 글로벌 전략가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을 해외로 내보내 현지 역사와 문화, 풍습을 직접 익히게 하거나, 국내 부서에 외국인을 채용하여 이들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85~86

사회생활에서도 남보다 바쁘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가 많아 보이는데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한가해 보이지만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당장 시급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준비해두는 습관이 있다.

 

기업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뒤쳐지는 기업은 대체로 문제가 눈앞에 닥쳐서야 허겁지겁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앞선 기업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대비책을 강구해 놓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여유로 보이는 것이다. 

 

p.96~97

세계 주요 도시의 도로율을 보면, 서울이 20%에 불과한 데 비해 동경은 30%, 뉴욕이 38%, 워싱턴이 40%, 그리고 로스엔젤레스는 44%다. 더 큰 문제는 도로 폭이 12m 이상 되어 차랴야 통행이 원활한 도로는 8%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다른 면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을 비교해 보면 그 수준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진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데다 북쪽이 막혀 있어서 사실상 섬과 같고, 수출입 화물의 99%가 해상에서 움직이는데도 항만 시설은 선진국의 23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전력 사정은 선진국의 9분의 1, 비행장은 15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 인프라로는 세계시장에서 선진 기업들과 겨루기가 어렵다. 우선 물류 비용이 너무 높아 기업 부담이 크다.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할 경우 과거에는 그 나라의 노동력이나 시장 규모를 따졌지만, 지금은 유통에 필요한 기반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따진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에서 국가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가 바로 인프라 면에서 높은 점수를 따기 때문이다. 과거 인프라는 '산업의 젖줄'로 통했으나 이제는 '국가의 젖줄'이라고 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 

 

p.99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산품에 대한 과보호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엄정한 평가와 까다로운 품질 개선 요구, 그리고 이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진지한 노력이다. 까다로운 소비자가 있어야 일류 품질과 제품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p.110

5년 내지 10년 앞을 내다보고, 시나리오를 짜서 모든 것을 준비하는 기회 선점형이 되지 않으면, 존재는 하지만 이익은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p.113

앞으로 수년 내에 1기가(giga) 반도체가 상용화된다. 1기가는 트렌지스터 10억 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에 드는 전력량은 10W밖에 안된다. 그렇지만 이 용량을 진공관으로 연결해 가동하려면 230만kW가 소비된다. 만약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개인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1기가 반도체가 들어간다면 원자력 발전소 2기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반도체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조차 이 엄청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설령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런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p.117

스스로 일류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류가 되려면 기회를 남보다 빨리 찾는 기회 선점 경영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미국의 벤처 기업들처럼 분자를 키우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환경이 변하고 기업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투입을 줄이는 분모 경영에 집착해서는 성장할 수 없다. 전체 파이를 크게 하는 분자 경영으로 승부한다는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p.124

과거의 기업 경쟁이 가격과 품질의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시간 경쟁력이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시간 단위가 갖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바를 경쟁업체보다 빨리 만족시켜주는 쪽이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서울-부산 간 기차 요금은 비행기 요금보다 저렴하지만, 도쿄-오사카 간 신칸센 요금은 같은 구간의 비행기 요금과 비슷하다. 그 이유는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고 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신칸센을 타고 가는 것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고객의 식간 낭비를 얼마나 줄여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p.126

경제 전쟁은 무력 전쟁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전쟁을 하고 있는지 또는 전쟁에 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망해간다.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의 패자는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패자를 보호해 줄 이념이나 당위성 따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대부분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의 핵심 부품을 거의 일본에서 들여 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다면 우리의 대일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계 같은 자본재도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오는데, 이 수입 대금이 대일 무역적자에서 제일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부품과 기계를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큰 약점이다.

 

그러나 핵심 부품을 만들 기술을 개발하고 기계를 만들 공장을 지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일본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일본 경제의 호불황에 따라 우리의 처지가 좌우된다. 따라서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겨여제 식민지가 될 수도 있음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p.133-134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화해 보려고 한다. 두 기술을 두고 단순화해 보니 스택은 회로를 고층으로 쌓는 것이고, 트렌치는 지하로 파들어가는 식이었다. 지하를 파는 것보다 위로 쌓아 올리는 것이 더 수월하고 문제가 생겨도 쉽게 고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스택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은 훗날 트렌치를 선택한 도시바가 양산시 생산성 저하로 D램의 선두 자리를 히타치에 뺏앗겼고, 16메가 D램과 64메가 D램에 스택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리고 93년 또 한번의 승부수를 띄웠다. 반도체 5라인을 8인치 웨이퍼 양산 라인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도체 웨이퍼는 6인치가 세계 표준이었다. 면적은 제곱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6인치와 8인치는 생산량에서 두 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그것을 알면서도 기술적인 위험 부담 때문에 누구도 8인치를 선택하지 못했다.

 

나는 고심 끝에 8인치로 결정했다. 실패하면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1위로 발돋움하려면 그때가 적기라고 생각했고, 월반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술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고 판단했다. 

 

반도체 집적 기술은 83년부터 94년까지 10년 동안에만 무려 4000배가 진보했다. 그만큼 기술 개발 주기가 계속 단축되고 있어서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엄청난 기회 상실을 초래한다. 그래서 나는 단계를 착실히 밟는 편안한 길을 버리고 월반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93년 6월 5라인을 준공했고 숨돌릴 새도 없이 6, 7라인에 착공하여 이듬해 7월부터 가동했다. 당시 각종 전문기관의 수요 에측이나 내부의 자금 사정은 추가 투자가 무리한 상황이었으나, 일본 업체들이 투자를 머뭇거릴 때 투자를 감행하는 공격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16메가 D램 개발은 일본과 동시에 했지만 양산 시기를 앞당기고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함으로써 생산력에서 앞설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세계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따돌리고 93년 10월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서게 된 것이다.

 

반도체 사업이 세계 정상에 오른 날, 나는 경영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표가 있으면 뒤쫓아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세계의 리더가 되면 목표를 자신이 찾지 않으면 안되며, 또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이는 나 스스로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p.136-137

정보화 시대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주부들은 가계부라도 매일매일 꼼꼼히 적어보자. 직장인들은 타임 다이어리를 꾸준히 작성해 1년쯤 뒤 평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월 정월 초에는 지난해 나의 스케쥴에 대한 통계를 내보곤 한다. 해외여행 몇 건, 거래선 면담 몇 건, 경영회의 몇 건, 골프회동 몇 건 등 지난해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일별하기만 해도 금년엔 무엇을 해야겠다는 큰 그림이 머리에 들어온다.

 

우리는 사소한 것을 따지고 기록하는 것에 대해 쩨쩨하다고 생각하는 실속 없는 대범증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허세가 대충대충 마무리하는 타성으로 이어져 우리 제품, 우리 사회의 기본을 흔든다.

 

p.143

나는 회사 직원들과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걸으면서 그곳의 유명 상점들을 둘러본다. 거기서 나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진열 상태, 시선을 끄는 독특한 조명, 그리고 점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자세 등을 관찰한다. 즉 그 상점의 무형 자산을 살펴보는 것이다. 

 

p.158

노웨어를 확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맥, 즉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다. 나도 기회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불황이라 절약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 사귀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한다.

 

p.159

호텔은 고객의 기호, 취미, 습관 등 모든 정보를 데이터에 담아, 그 고객이 다시 왔을 때, 고객이 좋아하는 꽃을 방에 꽂아 놓을 정도가 돼야 진정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p.169-170

기업 경영에서 원가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이익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원가 개념도 과거의 전통적인 제조 원가에서 목표 원가로, 또 목표 원가에서 미래지향적인 가치원가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원가의 예를 들어보자.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1L의 물을 만들었더니,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원이고 이 100원에 5원의 마진을 붙여 105원에 팔았다고 하자. 이 경우 100원이 제조 원가다. 5원의 마진은 최소한 그 정도는 남겨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거나 경쟁회사에서 그 정도 받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을 참조해서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조 원가는 생산자 위주 시장, 즉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에나 적합한 개념이다. 어느 정도 경제 성장 속도과 둔화되고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이 중요해지면 원가의 개념도 바뀐다. 즉 목표 원가 개념이 등장한다. 시장조사 결과 고객은 100원에 물을 사려하고, 기업은 최소한 5%의 이익이 남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하면 제품 원가는 95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 때는 95원이 목표 원가가 된다.

 

그런데 만약 목표 원가를 95원으로 정했는데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생산하는 비용이 100원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설계, 제조, 마케팅 등 회사의 전 부문이 합심해서 100원의 제조 원가를 95원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를테면 생산부서에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들던 방식 대신 지하수를 퍼올리는 방식으로 전환하든지, 판매부서에서 광고 선전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목표 원가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가치 원가라는 개념이 제품 판매가에 적용될 것이다. 가치 원가는 말 그대로 고객들이 그 제품에 얼마만한 가치를 인정하는가를 따져 판매가를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먹을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만약 땅 속의 깨끗한 물을 퍼올려 95원에 식수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이 회사는 굳이 5%의 이익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100원이 아니라 200원에 그 물을 팔아도 고객들은 기꺼이 물을 사먹게 된다. 게다가 그 물 속에 건강을 증진시키는 미네랄이라도 섞여 있으면 300원을 받아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미래의 경쟁은 원가가 아닌 가치의 경쟁이다. 같은 재료로 만들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야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한 발 앞서 알아내고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면 그 기업은 원가 부담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p.172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 기술을 도입하든 명심해야 할 것은, 그저 돈 주고 물건 사오듯 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진지한 자세와 열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울 때에는 머리를 숙여서 겸손하게 가능한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배우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뛰지 않거나, 심지어 귀찮아 하며 '내가 오너인데'하는 값싼 자존심만 내세운다면 그는 앞선 기술을 가질 자격이 없다.

 

p.176

기업은 30년 앞을 내다보고 일을 구상해야 한다. 30년 후의 고객과 국가, 그리고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p.238

애벌레 시절의 마지막 무렵, 그러니까 와세다 대학에 다니다가 방학을 맞아 돌아왔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나의 기를 죽여 놓고 갔다. 손수 운전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던 우리가 제2한강교(지금의 양화대교)에 닿았을 때다.

 

"이게 우리 기술로 만든 다리다. 대단하제?"
"이눔아,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봐라. 한강은 장차 통일되면 화물선이 다닐 강이다. 다리 한복판 교각은 좀 길게 잡았어야 할 것 아이가?"

 

실로 괴이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p.254~255

분명한 것은 산업의 주도권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가 안정 성장기에 접어들고 제품과 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제조업이 점차 매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기계, 전자, 화학 같은 제조업보다는 정보, 유통, 문화 같은 서비스업이 성장 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는 하드 산업보다 소프트 산업이 더 유망하다는 얘기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현재의 제조업이 서비스 산업화하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1세기의 일류 컴퓨터 회사는 컴퓨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의 문제와 요구에 따라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만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드웨어는 외주를 통해 조달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제조업체로 알고 있는 주식가치 세계 1위인 GE, 컴퓨터의 대명사 IBM 등도 서비스 활동에 주력하여, 앞으로는 서비스 기업으로 분류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GE는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경영 기술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모든 사업의 서비스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 결과 의료기기 사업은 제품 판매에다 유지 보수 서비스로, 나아가 병원 운영이나 교육 같은 서비스로 연결시키고 있다. 발전용 터빈 사업에서도 발전 설비의 유지보수와 운영 서비스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서비스 부문 매출이 제조 부문 매출을 능가하여 전체의 50%를 넘어섰으며 이익의 80%가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E의 사례는 미래의 경쟁이 제품 만들기가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라는 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특히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앞으로 힘써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대목이다.

 

p.257

오늘날 자동차는 부품 가격으로 볼 때 전기전자 제품 비율이 30%를 차지한다. 물론 누구도 자동차를 전자제품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내에 이 비율은 50% 이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이 과연 자동차인지 전자제품인지가 모호해진다. 그때 가면 아마 전자 기술, 반도체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동차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p.259

모든 기업이 미래형 사업구조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후까지의 사업 전개도를 만들어서 미래 전략을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시류에 따라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일관된 사업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전기(NEC)가 컴퓨터와 통신을 두 축으로 하는 'C&C'개념을 제창하여 미래의 사업 전략을 대내외에 명호가하게 인식시킨 것은 좋은 예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도 사업 자체의 타당성을 분석하기보다 그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기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기업의 비전과 대비하여 전략적 일관성이 있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외형을 키우기 위한 다각화보다는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p.276

21세기 미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사물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미래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직관으로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을 창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관리의 실패는 언제라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은 전략의 실패는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현상에 안주하기보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변화 추구형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변화 기피형 경영자가 더 많다. 스스로 혁신에 앞장서기는커녕 부하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까지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좌절시킨다. 결국 부하들은 지시받은 일에만 매달리고 조직 전체적으로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만연된다.

 

또한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경영자 스스로가 고감도, 고부가가치 정보의 수 발신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남보다 많은 정보를 먼저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해답을 알고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경영자는 비좁은 국내시장에 얽매이기보다 넓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적 감각은 미래의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다.

 

p.286

사업에 성공한 사람을 놓고 간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업을 해본 사람은 운이 좋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하려면 그에 값하는 남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수많은 고난을 극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친은 사업 성공의 요체로 운(運), 근(根), 둔(鈍)의 세 가지를 꼽으셨다. 여기에 내 나름의 해석을 보탠다면 먼저 운이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운의 이면에는 남모를 고뇌와 노력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근이란 고객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끈기와 집념을 의미하고, 둔은 잔꾀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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