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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예술 인간을 말하다

by Diligejy 2023. 4. 17.

 

p.19-20

예수의 얼굴을 직접 보고 그린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예수의 활동을 설명한 유일한 자료는 신약 성서이지만 여기에 예수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없다. 이 때문에 초기 기독교의 장인들은 예수의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적잖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초기 기독교 장인들이 가장 손쉽게 모방할 수 있는 대상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제작된 여러 황제와 신들의 조각이었다. 헤라클레스나 오르페우스, 아폴론 같은 젊은 신들, 또는 로마 황제의 얼굴을 조각한 흉상 등이 초기 기독교 장인들이 예수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빌려 온 이미지들이었다. 머리와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예수를 묘사한 도상은 주로 로마 황제나 제우스를 모델로 한 것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높은 신인 제우스는 위엄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와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왕 중의 왕'인 예수의 초월적인 모습을 강종하기 위해서 초기 기독교 장인들은 제우스의 긴 머리와 수염을 빌려 왔다. 

 

p.20-21

비잔틴 미술에서는 군왕의 위엄을 가진 전능한 예수의 이미지가 굳어진다. 이를 그리스어로 '판토크라토르 Pantokrator - (전능하신 주)' 라고 부르는데 이 판토크라토르의 기본 현상은 머리와 수염이 긴 장년의 남자 모습이다. 한 손에 복음서를, 또 다른 손으로는 축복을 내리는 판토크라토르는 비잔티움 제국과 그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젊음보다 통치자의 역할을 더 강조한 도상이다. 정교합일주의를 채택한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젊은 예수의 얼굴에 수염이 그려진 또 다른 이유는 '베로니카의 수건' 때문이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십자가를 진 채 오를 때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닦아 주었는데 그 때 이 수건에 예수의 얼굴이 새겨졌다고 한다. 이 수건은 그 후 성 베드로 대성당에 보관되었는데 여기 새겨진 예수의 얼굴에 수염이 선명하게 보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수의 얼굴을 그릴 때 화가들은 수염을 그려 넣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바로크 시대의 화가인 카라바조는 엠마오의 저녁 식사에 나타난 예수를 수염이 없고 동그란 얼굴의 젊은이로 그렸다. 이는 17세기 초반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파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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