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
그때 제가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임금을 깎는 것도, 사람을 자르는 것도,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것이 무인양품 부활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구조는 조직의 근간에 해당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구조조정을 해도 부진의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아 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기본'이 없으면 응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회사의 구조' 없이는 지혜도, 나아가 매출도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심플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있으면 작업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집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가 있으면 일에 속도가 붙습니다.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가 있으면 인재를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야근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오릅니다. 이처럼 무인양품의 '구조'는 모든 업무에 두루 해당합니다.
p.35
애당초 비즈니스 모델이 세상의 요구와 맞지 않아 실적이 약화된 것인데 사원의 의식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은 아니었던 거죠.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그에 맞는 구조를 만든 뒤, 그 구조를 납득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비로소 사람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입니다.
이런 순서가 틀리면 애써 실행한 개혁도 헛되이 끝나버립니다. 본질적인 부분부터 착수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개혁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p.37
실적이 부진한 현장에서 아무리 리더가 판매 향상을 독려해도 사원은 움직이지 않죠. 우선은 현장과의 틈을 메우고 불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현장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그 의견을 구조로 만드는 힘입니다.
p.40-41
많은 고객이 다른 매장에는 없는 것을 찾아 우리 매장을 찾아오는 것인데, 다른 매장에는 없는 '무인양품다움'을 잃어버렸으니 굳이 무인양품을 찾을 의미가 없어진 것이죠.
자연의 색과 천연 소재를 사용해 심플한 것을 만든다는 브랜드의 근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실적이 악화될 때 전략이나 전술의 수정을 도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건드려선 안 되는 축을 건드리면 고객은 떠나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본의 대다수 상품 제작 업체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가령 초밥집에서 초밥이 팔리지 않으니까 고객의 의견을 듣고 안주 메뉴를 보태는 바람에 여느 선술집과 다를 바 없어져, 결국 선술집과의 경쟁에서도 지고 마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유행을 따르는 게 편하긴 하지만 유행은 말 그대로 한 때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아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준 없이 반영하다가는 브랜드의 콘셉트가 흔들리고 맙니다.
발판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목표로 해온 콘셉트를 다시금 확인해 진화시키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p.46
사람은 한 번의 실패로는 배우지 못합니다. 두 번은 실패해야 제대로 배우는 거로구나, 이것이 제가 그 때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입니다.
한 번 실패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 대다수는 '바로 고쳐지지 않는구나'하고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보통 두 번은 실패하고야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태도를 가집니다.
p.49
사내에 IT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70퍼센트만 완성되면 일단 사용하면서 나중에 기능을 변경하거나 추가하면 됩니다. 특히 IT 기술들은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개발하는 데 몇 개월씩 걸리다 보면 그 사이 새로운 기능들이 생깁니다. 달리면서 생각하지 않으면 제때를 맞출 수 없습니다.
p.69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실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어떤 매장을 만들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어떤 상품을 만들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일에 나서지 않으면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하게 될 뿐입니다.
이것은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가',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가'라는 이념을 각인시키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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