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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승자의 경영

by Diligejy 2023. 4. 9.

 

p.4~5

성공은 독자적이다. 만일 패턴으로 정리할 수 없다면 '이렇게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승리의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의 어떤 사업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특수한 맥락에서 거둔 성공이다. 여기서 맥락은 그 기업만의 것이며 그 당시 내부와 외부의 환경을 말한다. 그렇기에 다른 맥락에 있는 다른 기업은 흉내낼 수 없고 흉내내도 성공하지 못한다.

 

반면에 '이런 것을 하면 거의 틀림없이 실패한다. 그러니까 하면 안 된다'는 'DON'T' 리스트는 존재한다. 밟지 말아야 할 지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대부분 이런 지뢰는 놀랄 정도로 비슷하며 당연한 것들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기업이 누구나 알고 있는 지뢰를 밟고 자멸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어떤 지뢰가 있는지 정확히 알고 지뢰를 피해 사업을 하면 어떨까? 적어도 사업에 실패하지 않거나 어쩌면 성공확률까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p.13

수많은 경영자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사업과 경영을 유사 체험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사업이란 본질적으로 실패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p.19~20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지속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한때 크게 성공했던 사업이라 하더라도 10년이나 20년의 기간으로 보면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이테크 분야나 제조업을 보면 분명하다. 일본의 가전 메이커나 반도체 메이커들은 한때 세계를 재패했지만, 지금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소매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다이에는 대형 매장과 쇼핑센터를 일본에 도입해서 소매 산업의 변혁을 이끈 우량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실적이 악화되자 유이자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로손과 프라탄 등의 사업을 분리해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은 산업재생기구의 산하에 들어갔다. 야오한은 아시아, 북미, 남미 등으로 화려하게 진출하고 본사 기능을 홍콩과 상하이로 옮겨 한때는 일본식 글로벌 소매업의 모델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결국 도산하고 이온그룹의 산하에 들어갔다.

 

소매업에서 많이 보이는 패턴이 있다. 경영의 천재라고 평가받는 카리스마 있는 경영자가 등장해 독창적인 사업 모델로 급성장하고 한세상을 풍미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 모델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사업이 위기 상황을 맞는다. 여기서 경영자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다. 본업이 아닌 부동산과 재테크 같은 부업에 손을 대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소매업뿐 아니라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방식으로 승리해도 그 패턴은 오래가지 않는다.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하고 쇠퇴하는 경우가 많다.

 

p.22

노키아가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자주 지적되는 것이 독점 사양 OS인 심비안(Symbian)이다. 이것만 고집한느 바람에 구글이 제안한 안드로이드 OS로의 전환이 너무 늦은 것이다. 당시 노키아는 최고 기업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점이 큰 실수였다. 노키아를 따라잡고 추월한 삼성도 자사 고유의 OS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세계 표준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등 다른 OS에도 대응함으로써 노키아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p.25~26

나는 사업에는 본질적으로 실패하기 쉬운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론이기는 하지만 사업에는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 동질화에 따른 실패 : 다른 회사와 같은 것 또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 이질화에 따른 실패 : 다른 회사와 다른 것 또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다른 것을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동질화해도 실패하기 쉽고 이질화해도 실패하기 쉽다. 사업은 어느 쪽을 택하든 실패할 운명이다. 사업이란 이 두 딜레마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면서 출구를 찾는 행위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p.31~32

패스트리테일링은 2002년에 신규 사업으로 야채 통신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신선식품의 소매와 유통 시스템은 너무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유니클로는 그들이 의류 사업에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가치를 신선식품에서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비의류 사업에 나섰다. 품질 좋은 신선 식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그 가치다.

 

그런데 실제로 시작해보니 뜻밖의 오산이 있었다. 보업인 의류 사업에서 실행하는 SPA 모델처럼 신규 사업에서도 생산에서 판매까지 수직 통합하지 않으면 의도했던 가치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식품 사업에서 생산을 통합한다는 것은 기업이 직접 농지를 소유하고 야채를 재배하거나, 직접 소유하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이에 가까운 형태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본의 농업은 거의 대부분 개인 농가의 개인 사업이라서 이를 제어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리고 야채는 의류와 달리 신선식품이므로 계획적으로 생산하거나 미리 많이 만들어서 재고로 보관할 수 없다. 고객이 원하는 신선한 야채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제공하는 유통망은 의류와 전혀 다르다. 신선한 야채의 유통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비용이 늘어나 당초 목표했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없었다. 결국 1년 반 만에 패스트리테일링은 신규 사업에서 철수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다른 것을 하거나 다른 회사가 하지 않은 것에 도전해 실패한 사례다. 새로운 것을 다루는 사업은 경험이 없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직면한다. 그러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다.

 

p.36

새로운 것을 하면 실패한다는 이질화의 딜레마를 소니는 너무 많이 경험했다.

 

위험이 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면 많은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끝나기 쉽다. 냉정하게 재무 분석을 한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판단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한다는 사실을 통계를 통해 알고 있으면서도 소니는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했다. 그 결과 언제나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간다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전 세계에 열렬한 소니 팬들을 만들었으며 그들은 다른 기업의 제품보다 10퍼센트 더 비싸도 기꺼이 소니 제품을 구입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가전 기업의 수익은 TV에서 나온다. 판매 대수나 단가를 보더라도 TV는 다른 가전제품을 능가하며 가전 기업의 핵심 사업이다. 소니의 TV 역시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배경으로 수익에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혁신적인 모험으로 실패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있어도 전체적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내고 있었다. 소니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들을 핵심사업인 TV에서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질화에 의한 실패로부터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p.38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수도 철학으로 보면 다른 기업을 흉내 내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제품을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전략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톱 기업이 2등 이하의 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같은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일을 한다면 규모가 큰 기업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다른 기업과 같은 것을 하는 동질화 전략은 필연적으로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이익이 감소한다. 하지만 마쓰시타전기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에 따른 원가절감과 대규모 판매 능력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보라는 전략으로 동질화에 의한 실패에서 출구를 찾았다. 

 

p.38~40

 

성공에 매이면 철학을 잃는다

 

최근 소니와 파나소닉이 처한 상황을 보면 성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된다. 소니의 경우 샤프가 액정화면의 평면TV를 판매한 시점부터 혁신적이라는 이미지가 희미해졌다. 소니 팬들은 샤프의 평면TV가 나왔을 때 혁신성과 아름다움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소니에서 샤프로 갈아탔다.

 

액정화면 TV에 대한 소니의 대응이 늦은 것은 아마 트리니트론 성공의 함저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문화를 잃고 만다. 소니는 항상 첨단적인 것에 도전한다는 이미지로 TV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고 성공의 본질에서 벗어나면서 결국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파나소닉도 현재 곤경에 처해 있다. 표면적인 원인으로 플라즈마에 과잉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도 철학이라는 본래의 사명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의 일본에서는 수도 철학이 소비자의 니즈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고객은 생활수준이 점점 향상됐고 점차 새로운 가전제품을 원하게 됐다. 처음에는 흑백TV를 원했다가 곧이어 컬러TV를 원했다. 세탁기를 원했고 그 다음에는 청소기를 원했다. 이어서 전자레인지를 원하고 에어컨을 원하게 됐다. 이런 시기에 수도 철학은 고객의 니즈에 딱 어울리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하고 모든 가정에 가전제품이 넘쳐나는 상태가 되면 수도 철학은 더 이상 고객의 니즈에 어울리지 않게 된다. 이 시점에서 파나소닉은 망설였다고 생각된다.

 

만일 회사의 존재 이유가 수도 철학에 있다면 인도와 중국 같은 신흥국가에서도 이를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가전제품을 만들어 모든 가정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신흥국가를 위한 제품은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수도 철학을 실행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 같은 경쟁 기업은 신흥국가에서 수도 철학을 잘 실행했다. 결국 파나소닉은 자신과 같은 전략을 전개한 경쟁 기업에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사명에 충실하다면 국내에서 한 것을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이 전개될 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신흥국가에 진출하고 투자해야 한다. 신흥국가의 고객을 분석하고 수도에서 계속 물이 나오는 것처럼 좋은 제품을 모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것을 포기한 시점부터 파나소닉은 더 이상 파나소닉답지 않게 되었다.

 

p.41

성공한 사업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세계 최초도 아니며 그다지 독창적인 것도 아니다.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수십 년 전에 이미 생각했던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실제의 사업으로 구현할 것인지가 문제다. 수익을 내는 사업을 입안하고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서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

 

p.45-46

천재는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며 어려운 일도 쉽게 해치워버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그 메커니즘을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니 천재에게서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비결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관찰해서 성공한 메커니즘과 논리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은 사람은 자신만의 관찰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비결을 발견했다고 해도 실제로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성공 메커니즘의 바탕에 깔린 전제 조건이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이라면 외모가 깔끔하고 추진력이 있어 보이게 말하면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추진력은 강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보이는 영업사원이 고객의 신뢰를 더 많이 얻을지도 모른다. 허풍을 떨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고객에게는 더 좋게 들릴 수 있다.

 

성공에 매달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업을 할 때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노하우나 비결에 매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물론 성공 사례를 제대로 연구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에게 성공 사례를 잘못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회사의 성공을 표면적으로 흉내 낸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증은 없다. 오히려 확률이 훨씬 높다.

 

p.47-48

리크루트에서 사내공모를 하면 신규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속속 모여든다. 스스로 지원했기 때문에 모두 의욕이 충만하다. 이런 팀에서 열심히 일하면 프로젝트는 제대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성공 사례를 지켜본 다른 대기업에서 사내공모제도를 도입했다. 신규 사업에 참여할 직원을 모으기 위해 사내공모를 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리쿠르트의 사내공모제도와 비교해보면 용어는 약간 달랐지만 전체적인 규칙과 운용 방식은 거의 똑같았다. 그런데도 이 대기업에서는 사내공모가 제도로서 작동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성공 사례의 이면에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업문화와 가치관이 리쿠르트와 전혀 달랐다. 정해져 있는 노선을 달리는 것보다 새로운 노선을 만드는 것이 더 멋있다고 여기는 가치관이 이 기업에는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신규 사업은 핵심이 아니므로 기존 사업에 참여해 출세 코스를 달리면서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게 더 낫다는 암묵적인 가치관이 있었다.

 

기존 사업에 비해 신규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사에서 실패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도 중요하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이므로 안전한 기존 사업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훌륭하다는 가치관이 없으면 아무도 위험한 신규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위 대기업의 직원들은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인사고과에서 감점이 되고 출세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업문화에서는 아무리 리쿠르트의 방식을 흉내 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성공의 이면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일반적인 요인으로는 기업의 가치관과 문화, 기업의 능력, 눈에 보이지 않는 개별적인 활동이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들을 연결하고 시스템화하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하루아침에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다. 흉내 낼 수 있다고 해도 회사의 가치관, 능력, 구조를 바꿈으로써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성공 사례를 흉내 내는 것이 정말 좋은지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p.51-52

재고를 제로로 만드는 방식은 그렇게 결정하는 순간부터 모든 면에서 엄격한 규율이 필요해진다. 도요타 생산방식에서는 안돈이라는 구조를 이용한다. 한 생산라인을 담당하는 작업자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중지 버튼을 눌러 생산라인 전체를 멈출 수 있는 제도다. 버튼을 누르면 라인정지를 알리는 빨간색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안돈이라고 부른다.

 

재료를 거의 제로로 만들면 어느 공정에서 불량품이 나오는 순간 그다음 공정에서는 작업할 게 없다. 그래서 절대로 불량품을 만들면 안 된다. 작업자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생각하면 그대로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안돈을 눌러 라인을 멈춘다. 불량품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후에 다시 생산을 계속한다. 이는 기존의 서구 생산 현장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식이다. 라인을 멈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라서 라인의 책임자만이 갖는 권한이다. 그런데 현장의 모든 작업자가 라인을 멈추는 버튼을 누를 수 있으며 그 결과 라인 전체가 멈춘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요타의 발상은 달랐다. 문제가 있음을 가장 먼저 눈치채는 것은 실제로 그 작업을 담당하는 작업자다. 라인의 책임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하면 시간이 지연된다. 마지막 완성품이 나오고 나서야 결함을 발견하고 어디가 나쁜지 알기 위해 라인을 멈추고 거슬러 올라가면서 조사한다면 때는 이미 늦었다. 그동안에도 불량품은 계속 생산되어 쌓인다. 작업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다음 공정으로 진행되기 전에 라인을 멈추는 것이 가장 좋다. 이것이 도요타의 생각이다.

 

p.58-59

생각지도 못한 상품까지 함께 구입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재팬이 조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은 가설 검증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흥 주택가인 우라야스의 역 앞에 있는 편의점에는 저녁 8시경이면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온다. '퇴근하는 직장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자.' 이런 가설을 세운다. 또 같은 편의점이라도 아침 8시에는 출근하려는 직장인들이 들어오는데 이때는 전혀 다른 니즈가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없는 낮 12시에는 또 다른 상품을 진열한다. 비가 오는지, 습도가 높은지, 가까운 곳에 운동회가 열리는지 여부에 따라 진열하는 상품이 달라진다.

 

이런 시간, 이런 날씨, 이런 이벤트가 있다면 그 전후로 이런 사람들이 오며 이들은 이런 상품을 원할 것이다, 만일 이런 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면 함께 구입할 것이라는 식이다. 세븐일레븐은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정말 가설대로 팔리는지 여부를 검증한다. 판매한 데이터는 즉시 시스템에 반영되어 무엇이 얼마나 팔렸는지 당일에 바로 알 수 있다. 가설을 세운 당일에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만일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면 모든 매장에서 전개한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방식은 비밀이 아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경쟁 기업을 포함해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업은 흉내내지 못한다. 단순히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이라면 쉽게 흉내낼 수 있지만 여기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각각의 매장은 사정이 다르므로 전 지역에 걸쳐 일률적인 매뉴얼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습도가 높아져서 이 상품을 진열한다거나 내일은 운동회가 있으니 이 상품을 진열한다는 식으로 그때그때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매우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하다. 

 

각 현장에서 이런 판단을 하는 사람은 조직 외부의 개인 사업자다. 이전에는 그 지역에서 술집이나 쌀집을 하다가 편의점으로 프랜차이즈 계약을 한 사람들인데 노하우가 있을 리 없다. 이런 편의점 경영자를 철저하게 지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객의 잠재의식을 자극해서 다른 상품까지 함께 구입하게 만들려는 아이디어가 경영자의 능력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세븐일레븐은 교육지도사들을 철저하게 훈련시킨다. 이전에는 전국의 교육지도사들을 매주 도쿄 본사로 소집해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하면서 철저하게 지도했다. 현재는 강도를 약간 떨어뜨렸다고 하는데 여전히 1,000명 이상을 자주 소집해 교육한다. 이렇게 수준 높은 교육지도사들이 경영자를 교육해야 가설 검증 방식이 제대로 기능한다.

 

p.63

일반적인 이론이나 다른 회사의 성공 사례가 어떻든 상관없이 현재 자신의 회사가 처한 상황을 깊이 생각하고 자사만을 위한 개별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과거 소니는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기상천외한 것에 늘 도전하고 실패도 많았지만 여기에 매력을 느낀 팬들도 많았다. 이들은 비싼 값을 기꺼이 지불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지가 맞는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니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EVA 지표를 도입했다. 이는 컨설팅 기업인 스턴스튜어트에서 개발한 개념으로 어떤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자본비용을 초과해서 투자자에게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다.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데 다른 지표보다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평가가 많아 2000년 전후로 일본 기업들이 속속 도입했다. 한때는 EVA 경영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을 정도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EVA 도입은 정당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지표에도 장단점이 있으므로 먼저 이해한 후에 자사에 맞는 경영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니가 EVA를 도입한 것은 큰 문제였다.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이런 프로젝트를 EVA로 판단하면 어러른 중지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속속 중단하면 당연히 단기적으로는 기업 전체의 실적이 좋아진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던 소니의 이미지가 희미해지고 열렬한 팬들도 떨어져 나갔다. 경쟁 제품보다 높은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소니 제품을 구입했던 팬들이야말로 소니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런 팬들이 사라진 게 그 후의 어려움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 

 

다른 회사에서 EVA를 도입해 실적이 개선됐다는 성공 사례를 보고 우리도 도입하자고 생각한다면 너무 단순한 논리다. 단순히 경제적 합리성과 부분최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맥락에서 EVA 도입의 장단점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사업은 숫자와 논리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휴대전하의 입력방식만 보더라도 사업은 합리적인 이치만을 따져서는 예측할 수 없는 예술적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NTT도코모가 아이모드를 도입했을 때도 휴대전화에 키보드가 없어 입력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행하지 않을 것이라고들 했다. RIM에서 블랙베리를 출시했을 때도 키보드가 너무 작아 미국의 어른 남성은 입력할 수 없다고 했다. 애플의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대해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키보드도 없는 제품을 사람ㄷ르이 사용할 리 없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위 제품들은 모두 고객들이 좋아했으며 크게 히트했다. 무엇이 성공하고 무엇이 실패하는지 합리적인 상식만으로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 단서조차 없는 예술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업이 흥미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p.67

 

 

p.69

 

p.72

 

p.77-78

한 순간의 결과만 보고 쉽게 입장을 바꾸는 평가들은 마치 이기면 충신이고 지면 역적이라는 것과 같다. 이런 평가는 허무하며 아무것도 배울 게 없다. 성공과 실패에서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표면적이고 눈에 보이는 행동(What)만이 아니다. 이면에 숨어있는 요인(Why)에서 배워야 한다. 성공하거나 실패한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느냐는 사실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 이면을 보지 못하고 의사결정과 행동만을 피상적으로 흉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경영자가 왜 그렇게 결정하고 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이해해야 하며 그런 결정과 행동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성공하거나 실패한 기업의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빴는지 이해해야 하고 어떤 특성이 어떤 외부 환경과 어울려 어떻게 기능했는지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어떤 특성은 어떤 외부환경에서 기능하지 않았는지도 중요한 질문이다. 이런 생각을 깊이 하다 보면 겉으로 볼 때는 당연한 것에서 심오한 요인에 도달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기업이 성공했다는 현상이 아니라 그 기업이 성공한 요인을 깊이 파고들면 그 기업의 행동 규범이 보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그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사업의 성공 조건(KSF)을 매우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거나, 그 조건이 앞으로 몇 년이나 지속될지 항상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공 조건이 오래가지 않고 무너질 가능성이 보이면 신속하게 대책을 생각하며, 만일 고통을 수반한다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실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각 기업의 개별적이고 표면적인 행동을 보는 것보다 이면에 있는 요인을 배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p.82

사업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지 않는 전략, 타사를 능가하는 노력, 시대의 운이라는 조건이다.

 

지지 않는 전략 X 타사를 능가하는 노력 X 시대의 운 = 성공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 세 가지를 갖추는 것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순간적으로 잘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공은 없다.

 

p.84-85

반드시 승리하는 전략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지 않는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철저하게 지뢰를 제거하며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천재의 영감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단조로운 작업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면 많은 지뢰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다. 지뢰의 대부분은 당연하거나 기본적인 것이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항목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전략과 방침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가?', '시장은 충분히 큰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이것을 스스로 묻고 답하고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지지 않는 전략을 만드는 것은 천재의 재능이나 영감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이다. 천재의 재능이나 영감에 의존하는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면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사람의 재능에 의존하기에 재현성이 없고 지속성도 부족하다. 반면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평범하고 멋있어 보이지도 않지만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천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조직에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고 오래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p.87-89

내 경험에 따르면 많이 보이는 실패의 패턴은 다음 세 가지 경우다.

 

첫째, 사업을 할 때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둘째, 사업을 입안하는 단게에서 실패하는 경우다. 입안 단계에서 이미 지뢰를 밟고 잘못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아무리 실행해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셋째, 계획은 좋았지만 실행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다. 

이 세 가지는 더 세분화할 수 있다.

 

첫째, 생각하는 방식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패를 겪을 수 있다.

- 교과서의 이론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 의사결정의 수준과 속도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 근본적으로 출발점으로서의 논점이 어긋나 있다.

 

둘째, 사업의 입안 단계에서 보이는 실패는 다음과 같다.

- 근본적으로 전략에 논리가 없다.

-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 정성적인 논리만으로 만족하며 정량적인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다.

- 불확실성이나 위험에 충분히 대처하지 ㅇ낳는다.

- 지뢰를 너무 제거한 결과 전략이 날카롭지 못하다.

 

셋째, 가장 중요한 실행 단계에서의 실패는 다음과 같다.

- 실행의 철저함이 부족하다.

- 실행하는 사람의 의식이나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

 

p.95

이론을 맹신하지 않으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전략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이론을 단순히 따라 하는 데 그치면 가능성과 변수를 놓칠 수 있다.

 

p.96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론조차도 실제 사업에서는 항상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수학이나 공학이라면 이론을 적용해서 논리적으로 정답을 도출할 수 있으며 그 대답은 항상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에 관한 이론은 100퍼센트 정확한 것이 아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론처럼 생각하면 머릿속을 정리하기 쉽고 답을 찾기 쉽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업에 유일하고 절대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류 기업인 ZARA, 유니클로, 포인트의 사례처럼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각 기업마다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여러 개의 가능성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확인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계적으로 이론에 대입하면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다. 교과서의 이론을 아무 생각 없이 적용한 결과 실패한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p.98-99

SWOT 분석을 해온 신입 컨설턴트에게 나는 언제나 이렇게 질문한다. "이 고객 고유의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회사에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라는 관점과 회사의 내부 또는 외부라는 두 개의 관점으로 정리했는데, 이 방식으로 분석하면 무엇이 좋은가?" 왜 2 X 2 매트릭스라는 프레임으로 정리해야 했을까? 사실 반드시 이 방식으로 정리할 필요는 없다. 다른 방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2 X 2 매트릭스로 정리한다고 해도 왜 위의 두 가지 관점이 필요했을까? 단기와 장기, 직접 제어할 수 있는가 없는가, 비용을 위한 것인가 매출을 위한 것인가 등 다른 관점을 적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SWOT 분석 외에도 2 X 2 매트릭스로 정리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고객의 사업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프레임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왜 그중에서도 SWOT 분석을 이용하는 것이 최적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 신입 컨설턴트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 교과서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꽤 친절한 성격이지만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교육적인 관점에서 화를 낸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황을 정리할 때는 먼저 무엇 때문에 정리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정리하기 위한 기준으로 무엇이 좋을지 생각한다. 이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다른 사람이 생각한 프레임을 빌려와서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사용하면 지금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컨설턴트 시절에 나는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그중 SWOT 분석을 이용한 결과를 고객에게 그대로 제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이 안고 있는 고유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p.101-103

사업의 목적은 당연히 결과를 내는 것이다.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의사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정하는 게 분석의 목적이다. 따라서 지금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필요한 분석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석은 의미가 없다. 분석 기법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다.

 

- 옵션을 이해한다 : 어떤 분석 방법이 있는지 폭넓게 알고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의 옵션을 넓힌다.

-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 하나하나의 분석 기법을 사용하는 방법과 장단점을 배운 후에 제대로 사용한다. 어떤 조건에서는 어떤 분석 기법이 효과적인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사용하는 능력을 키운다 : 눈앞에 있는 개별적이고 고유한 과제에 대해 어떤 분석 기법을 사용하면 좋을지 선택하는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사용하는 능력이다. 사업에서는 실리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 겱정을 하기 위해 지금 어떤 정보를 어떻게 분석해야만 하는가? 목적을 먼저 생각하고 그 후에 수단을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는지는 목적이며 어떤 분석 기법이 좋은지는 수단이다. 처음부터 수단을 다루면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

 

p.104-105

언제까지 결정하고 언제까지 행동을 시작해야만 하는가라는 마감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항상 의식해야 한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때까지 결정하지 않고 뒤로 미루는 것보다 지금 있는 정보만으로 겨려정하는 편이 더 좋다. 마감 시간을 정하고 나면 이 시간은 절대로 지킨다. 정보가 불완전하고 기분이 나쁘더라도 결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불완전한 정보라도 방향을 잡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사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결정을 피하지 않는다. 물론 조사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가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전제 조건을 두거나 만일을 가정하고 있지만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결정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이 즉시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설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정보가 불완전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이럴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런 전제 조건이라면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의사결정의 논리가 확실하게 세워져 있어야 한다. 물론 논리의 일부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결론으로서의 의사결정도 가설에 불과하다.

 

p.107-108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잘못된 논점을 설정해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연구 개발도 그렇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연구 개발 성과의 질과 양을 향상시킬까?'라는 논점을 설정하고 연구 개발 비용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연구 개발을 하는 원래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서 연구 개발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시기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해서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논점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적시에 제공할까?'가 되어야 한다. 이 경우 모든 연구 개발을 회사 내에서 하는 것보다 다른 회사의 연구 개발 성과를 구입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로 연구 개발을 내부에서 할지, 외부에서 구입할지 논점을 생략하고 내부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논의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p.109-111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광고할까?'라는 논점을 설정하고 광고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기업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도 중요한 논점을 생략하기 쉽다. 광고의 원래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인가?

 

만일 고객에게 우리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원래의 논점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줄까?'가 되어야 한다. 고객은 어떤 접점을 통해 기업을 알게 되고 그 기업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고객 접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광고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에를 들어 복사기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건 광고가 아니라 유지보수 서비스다. 급하게 복사해야 할 때 복사 용지가 걸려서 고칠 수 없을 때 고객은 답답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한 시간 후에 회의를 하는데 빨리 복사하고 자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곤란해진 고객은 서비스센터에 전화한다. 그리고 보수하러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이럴 때 의욕이 없어 보이는 서비스 담당자가 느릿느릿 와서는 무뚝뚝한 태도로 작업을 한다면 고객은 분통이 터질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도 최악의 평가를 받기 쉽다. 하지만 반대로 서비스 담당자가 한걸음에 달려와서 친절하게 작업한다면 어떨까?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올라가고 고객만족도 역시 급상승한다. 이처럼 서비스는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복사 용지가 걸리지 않는 복사지를 개발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사례에서 복사기 회사가 광고에 50억 원을 투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같은 금액을 보수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고객의 요청을 받으면 한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가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리고 서비스 담당자를 교육해 기술력과 접객 수준을 높이는 게 광고보다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처음에 설정했던 논점인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광고할까?'는 한 단계 더 상승해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줄까?'로 바뀐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위로 가면 더욱 중요한 논점으로 바뀐다.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중요한 고객 접점은 무엇인가? 그 접점은 정말 광고인가?' 이 논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상 더 상위에 있는 목적을 생각하지 않으면 논점이 어긋나기 쉽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달성할까라는 논점을 설정하기 전에 일단 멈추자. 그리고 생각하라. '무엇을 위해서 이것을 달성하고 싶은가?'

 

p.126-127

과거에는 잘되던 사업이 언제부턴가 잘되지 않으면 대부분 논리를 엄밀하게 만들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가격을 낮추면 왜 더 많이 팔리는가?' '이것이 성립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조건은 10년 후에도 성립할까?' 이런 질문에 대해 엄밀하게 규명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일만 대응하면서 사업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환경이 변하면 그동안 사업이 잘되었던 조건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사업을 계속한다. 그러다 상황을 깨달은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손을 쓸 수 없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자신의 사업에 대해 논리흐름도를 그리고 생각해야 한다. '이 사업은 어떻게 해서 성립하는가?' 일단 자신이 그린 논리흐름도를 한 걸음 물러나 비판적으로 검토해보면 사실은 구멍투성이 논리라는 걸 알고 놀랄지도 모른다.

 

논리흐름도는 엄밀히 생각하면 할수록 박스의 숫자가 증가하고 화살표도 복잡해진다. 너무 세밀하게 그리면 전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는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을 일단 멈추고 한 걸음 물러나 높은 곳에서 논리의 흐름을 조감한다. 너무 세밀하고 복잡하게 그리면 어느 것이 줄기고 어느 것이 가지인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흐름이 끊어지더라도 사업이 진행되는 흐름은 가지다. 어떤 흐름이 끊어지면 이 사업을 멈출 수밖에 없는 흐름은 줄기다. 줄기와 가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p.130


p.139

'우리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브리태니커의 경영진처럼 수십 년 동안 사업을 실행해온 사람들조차 자사의 사업이 제공하는 가치를 오인할 수 있다. 경영학자인 시어도어 레빗이 간파한 것처럼 드릴을 사러 오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이다. 진정한 제공가치는 구멍인데 드릴 회사는 자신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드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인하면 사업 환경이 변화할 때 크게 잘못된 대응을 할 수 있다.

 

 

p.148-149

한 면도기 메이커가 인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개발했을 때의 일이다. 이 기업은 원래 미국이 본거지였기 때문에 먼저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을 모아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하고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인도에서 면도기를 판매한 결과 현지 사람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과 인도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각각 면도기를 사용하는 환경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조명이 어둡기 때문에 조금 어두운 곳에서 면도를 한다. 그래서 면도기의 안전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신 인도인은 미국인만큼 깨끗한 면도 자국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던 4날식이나 5날식 면도기가 인도에서는 팔리지 않았다. 조사를 한다면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아니라 인도에 거주하는 인도인을 대상으로 해야 했다. 여기서 잘못했기 때문에 이 기업은 기껏 개발한 제품을 다시 개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결과를 맞았다.

 

p.150

그런 점에서 의외의 니즈를 잘 찾아낸 여성용 속옷 메이커가 있다. 이 메이커도 포커스 그룹으로 여성들을 모으고 속옷에 관한 니즈를 들었지만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디에나 있을 만한 평가밖에 나오지 않았고 신제품 개발의 힌트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여성만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고객을 방문했다. 고객의 집을 방문해서는 서랍 속에 있는 속옷을 보고 실제로 속옷을 하나하나 꺼내서 어떤 때 착용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포커스 그룹에서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 실체가 속속 밝혀졌다.

 

고객들은 속옷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입고 있었다. 데이트하는 날에는 화려한 속옷을 입고 평소에는 면으로 만든 편안한 속옷을 입었다. 무엇을 입으면 좋을지 정하기 어려운 날도 있었다. 애인을 만나서 함께 있을지 여부를 잘 모르는 날이다. 여기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는 날을 위한 속옷이 탄생했다. 면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 편안하면서도 디자인은 화려한 속옷이다. 지금까지 충족되지 않았던 니즈가 떠오른 것이다. 이 속옷 메이커는 소비자의 니즈에 정확히 대응하는 제품을 개발해서 크게 히트했다.

 

p.152-153

추석과 설날에 '신세를 진 분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내열유리 식기로 할까, 아니면 와이셔츠 상품권으로 할까?'라고 고객이 고민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 내열유리 식기의 경쟁자는 와이셔츠 상품권이다. 식기제조 기업은 다른 식기 제품과 비교할 게 아니라 와이셔츠 상품권과 비교해서 내열유리 식기가 선물로 더 좋다는 점을 어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쟁이란 고객이 생각하는 다른 대안이다. 따라서 경쟁자가 누구인지 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고객이다. 이 점을 잘못 이해하고 마음대로 경쟁자를 정하면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어떤 무대에서 경쟁할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같은 시장에서 동업타사와의 경쟁인가, 다른 업계와의 경쟁인가를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무대를 정하는 건 기업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만일 모바일게임 제작 회사가 다른 경쟁자보다 훨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는 같은 시장에서 동업타사와 벌이는 경쟁이다. 그러나 고객에게 갑자기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휴대전화로 무엇을 하는지 보면 반드시 게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를 보거나 친구들과 채팅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제작 회사의 경쟁자는 휴대전화에 뉴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SNS 기업이다. 경쟁의 무대를 좁게 잡을지, 넓게 잡을지의 선택은 그때그때 다르다. 일반적으로 좁게 잡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결과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p.162

 

그런데 네 가지 변수를 모두 낙관치를 이용해 계산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사회에서 당당히 발표하면서 투자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네 가지 변수의 낙관치를 각각 10퍼센트라고 가정하면 네 개의 변수 모두가 낙관치가 될 확률은 10퍼센트의 4제곱인 0.01퍼센트다. 바꿔 말하면 모든 숫자를 낙관치로 계산한 사업 계획이 달성될 확률은 0.01퍼센트에 불과하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환상에 가까운 장밋빛 계획을 발표하고 그 결과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결과는 실패다. 그러므로 낙관적, 비관적, 중간의 경우를 각각 숫자로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p.166-169

숫자를 이해할 때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다. 숫자의 크기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사업에 큰 영향이 있는 요소가 아니라 사소한 요소에 시선을 빼앗겨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숫자에 놀아나게 된다. 

 

 

이 그림에서 사업 성과를 5년간의 누적현금흐름으로 판단한다고 하자. 누적현금흐름은 크게 보면 네 가지 변수로 결정된다고 하자. 단말기 보급 대수, 사용자의 이용료, 매월 라이선스 요금, 시스템 개발비용이다. 네 개의 변수에는 각각 낙관치, 중간치, 비관치가 있다. 네 개의 변수를 모두 중간치로 설정하고 5년간의 누적현금흐름을 계산한 것이 중간 케이스인데 이 경우에는 450억 원이다. 

 

중간 케이스의 450억 원을 기준으로 삼고 하나의 변수만 바꿔서 성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자. 이때 다른 세 개의 변수는 바꾸지 않고 중간치 그대로 고정해둔다. 이 작업의 결과를 나타낸 것이 위 그림의 오른쪽 표다. 가장 상단에 있는 것은 단말기 보급 대수만 낙관치와 비관치로 바꿔 계산한 결과다. 그러면 중간 케이스의 450억 원을 기준으로 5년 간의 누적현금흐름이 낙관치의 경우에는 500억 원 상승하고 비관치의 경우에는 250억 원 내려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사업의 성공 여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말기 보급 대수다. 시스템 개발 비용은 낙관치인 10억 원과 비관치인 50억 원을 반영해도 사업의 성패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노력을 한다면 시스템 개발비용을 낮추는 것보다 우선 한 대라도 더 많이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이 좋다.

 

이때 범하기 쉬운 실수가 있다. 시스템 개발은 잘못하면 50억 원 필요하지만 잘하면 5분의 1 가격인 10억 원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숫자에만 눈길이 가서 자원을 집중적으로 할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자원이란 사람, 예산, 그리고 사업책임자의 시간과 마음 씀씀이 같은 것을 말한다. 오해하지 않도록 보충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시스템 개발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을 하려면 개개의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

 

사업책임자는 시스템 개발 담당자에게 "10억 원이나 50억 원이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없으니 일을 대충 해도 좋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시슽템 개발은 잘못하면 50억 원 들지만 제대로 하면 5분의 1인 10억 원으로 개발할 수 있다.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서 10억 원으로 개발하자"고 격려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업 전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시스템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더라도 사업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시스템 개발은 담당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단말기의 판매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사업 전체의 책임자로서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p.180-181

[리얼 옵션 이론으로 대응 방법을 선택하다]

 

제약회사에서는 연구 개발을 위한 의사결정나무를 만들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각각의 확률이 얼마인지, 그때의 이익은 얼마인지 등 기대치를 계산한다. 기대치의 합계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의사결정나무나 기대치라는 수법만으로 생각하면 이런 연구 개발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많은 연구 개발 프로젝트의 기대치가 마이너스가 돼도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그 연구 개발을 그만두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제약 업계는 다른 업계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런 모순에서 출발해 생각하는 것을 리얼 옵션이론이라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금융의 옵션 이론을 기본으로 한다. 옵션이라는 금융상품은 가령 외환이라면 1년 후의 어느 날 1달러를 9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현시점에 구입하는 식이다.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할지 여부는 1년 후 그날의 환율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만일 1년 후 환율이 800원이라면 900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800원으로 구입하면 된다. 만일 환율이 1,000원이라면 900원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권리를 행사하면 1달러 당 100원의 이익을 본다.

 

옵션이란 상품은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며 1년 후에 상황이 명확해진 후에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의 타당한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하기 위해 옵션 이론이 탄생했다. 이것을 응용한 리얼 옵션 이론을 이용하면 제약회사의 연구 개발을 평가할 수 있다. 즉, 기대치만 보면 중지해야 하는데 이를 중지하지 않고 계속한 결과 이익이 생기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 현 시점에서 연구개발을 계속할지, 중지할지 결정하려고 한다.

- 그런데 현 시점에서는 정보가 부족해 계속할지 중지할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 만일 1년만 더 연구개발을 계속한다면 유망한지 여부를 알 수 있다. 1년 후라면 경쟁 기업의 연구 개발 진행 상황도 명확해지기 때문에 매우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다.

- 1년간 연구 개발을 게속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금융의 옵션과 동일하다. 추가로 투자해서 1년 더 연구 개발을 계속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고 1년 후에 결정하는 권리를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상황이 명확해지고 나면 결정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이런 권리의 가치를 옵션 이론으로 계산해보고 추가 투자보다 가치가 더 크면 권리를 구입한다. 연구 개발을 게속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리얼 옵션 이론은 당장 결정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결정을 보류하며 장래에 결정하는 경우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p.186-187

프린터나 복사 업계는 앞으로 종이가 사라지는 시대가 오리라고 예측했다. PC에서 자료를 작성하면 종이로 출력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화면에서 보는 것이 주류가 되리라고 예상했다. 프린터에 더 이상 미래는 없으며 종이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세상은 수렴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세운 프린터와 복사기 기업이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종이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료의 작성을 필기가 아닌 컴퓨터로 하게 됐는데, 기술이 진보하면서 개인용 프린터가 등장했다. 그 결과 가까운 곳에 있는 프린터에서 더 자주 인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 프린터는 건물 한 층에 한 대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도 낮아지고 성능도 좋아지면서 한 사람이 한 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명당 한 대 정도의 비율로 프린터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자신이 작성한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 인쇄를 했고 종이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업이란 아무리 조사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다. 한번 시험 삼아 해보고, 실제 고객의 반응을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방식이 유용한 경우도 많이 있다.

 

p.196-197

야마토운수의 오쿠라 마사오 사장이 사업을 승계했을 당시 개인물류라는 사업은 누가 봐도 X라고 생각되었다. 물류는 근본적으로 규모의 경제성이 필요한 사업이다. 비슷한 형태, 비슷한 무게, 비슷한 특징을 지닌 화물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소품종, 대량, 안전 수송이 될수록 단위비용이 내려간다. 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안정적으로 운반해야 이익이 생긴다는 게 당시의 상식이었다. 같은 패턴이란 같은 시각에 같은 출발지에서 같은 목적지까지 비슷한 화물을 수송하는 것이다. 수익을 내는 패턴은 큰 기업을 고객으로 만들어 댈야 운송 서비스를 수탁하는 것이었다.

 

이런 전제라면 다품종 소량 불안정 운송을 하는 개인물류 사업은 전혀 이익을 내지 못한다. 운송하는 화물이 항상 다르며 출발지가 다르고 목적지도 다르다. 운송 의뢰가 언제 들어올지도 전혀 알 수 없다. 경영이 매우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개인물류는 영리사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 우체국에서 비영리 공공사업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당시 야마토운수의 경영자였던 오쿠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대규모의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대량의 운송서비스를 수탁하는 편이 안정적이라는 상식에 의문을 가졌다. 야마토운수의 최대 고객은 한 백화점이었다. 운송업은 차별화가 없는 동질화 경쟁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커다란 고객을 가지고 있어도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만일 500원 싼 다른 기업으로 다음 달부터 바꾸기로 했다고 통보를 받으면 그걸로 거래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몇백 원 때문에 거래가 끊어지는 사업이라면 너무 불안정하다. 오히려 개인물류가 더 안정된 것은 아닐까? 오쿠라는 이렇게 생각했다. 

 

p.202

전략을 날카롭게 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지만 너무 혁신적이어도 안 된다는 점이 혁신의 어려움이다. 혁신을 일반적으로 정의하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에서 혁신을 말할 때 이런 정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너무 독창적이어서 백걸음 앞서가는 혁신이라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아무도 찬성하지 않고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에 고객이 없고 사업으로서 성립하기 어렵다. 

 

순수한 기술혁신이라면 핵융합처럼 50년이나 60년 후에 실현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혁신도 정당화된다. 그러나 사업에서는 백 걸음 앞서가는 것보다 반걸음 앞서가는 게 중요하다. 애플은 너무 앞서간 혁신으로 몇 번이나 실패했다. 애플에서 출시한 뉴턴이라는 휴대정보 단말기는 너무 앞선 혁신이었다. 지금은 태블릿 시대라 당연히 시장에서 팔리겠지만 뉴턴이 출시된 당시는 시대를 열 걸음 앞서간 꼴이었고 결국 커다란 실패로 끝났다. 

 

p.212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가라는 세 가지 요소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 따라서 활동 계획을 작성할 때는 이 세 요소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p.213

 

p.215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결과로서 달성하고 싶은 최종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동 계획의 What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항목의 나열이 아니라 '무엇을 달성할까?'가 되어야 한다. 활동의 결과로서 달성할 목표를 미리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달성할 목표는 관계자 전원이 이해해야 한다.

 

회의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앞 사례를 보면 영업본부와 생산본부의 합동회의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회의는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회의를 진행함으로써 달성하고 싶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달성하고 싶은 결과인 What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Who를 정할 수 있다. 누가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지 저절로 명확하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일단 누구라도 좋으니까 활동 계획에 따라 합동회의에 참가하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p.216

전략을 실행한다는 것은 하나하나의 작은 부가가치를 누적하는 것과 같다. 만일 전과 후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부가가치도 없는데 아무런 의문도 없고 단순히 활동 계획에 있기 때문에 실행한다는 분위기가 조직에 만연하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활동 계획대로 하고 있으므로 모든 사원이 제대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안심한다면 이 역시 매우 위험하다. 몇 년이라는 기간을 통해서 길게 본다면 이런 조직은 반드시 서서히 나빠진다. 아무리 작은 활동이라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여부를 전원이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문화가 있어야 착실하게 성장한다. 이런 조직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조사를 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등 모든 활동을 통해 무엇인가 배우고 그 활동의 전과 후의 차이를 의식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변화시킬지 항상 의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성장 속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뛰어난 경영자는 대부분 어떤 것에서도 배우고 성장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p.218

사업에 필요한 능력이 있는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요한 능력을 회사 내부에서 키울 수 있는가? 만약 못한다면 외부에서 가져올 수 있는가? 사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능력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실행하는 단게에서 반드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p.224-225

컨설턴트로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기는 하지만 외부 컨설턴트에게 돈을 주고 만드는 전략은 진정한 의미에서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경쟁 기업도 마찬가지로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전략을 만들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고 외부에서 가져오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차별화다. 그리고 그것이 실행력이다. 물론 전략도 중요하다. 오른쪽으로 달릴지, 왼쪽으로 달릴지 정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땀을 흘리고 달릴 수 없다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유니참의 다카하라 게이치로 회장은 '1:10:100'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한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1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한번 실행해보는 것은 1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실행하고 성과를 얻으려면 10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정도로 실행은 어려우며 절대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필요한 자원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기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돈, 사람, 시간 등의 자원이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불필요한 작업도 하게 되므로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한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적은 자원으로 실행하려고 하면 확실하게 실패한다.

 

p.247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기술이나 설비 같은 하드웨어라면 강제로 새로운 거서을 도입하면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의 가치관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가치관을 바꾸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한다.

 

p.252-253

한 제조기업의 기술자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3~4년 선배에게서 작은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의 경험담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선배에게 가져갔더니 선배는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 결과물의 어느 부분이 세계 1등이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경쟁 기업의 제품 성능을 따라가는 기능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그건 경쟁 기업을 따라가는 것이지 추월하는 건 아니다. 네가 만든 이 결과물은 세계 1등이 아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와라."

 

세계 1등으로 값이 싸다, 세계 1등으로 빠르다, 세계 1등으로 가볍다. 이처럼 아무리 작은 내용이라도 좋으니 세계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만이 아니었다. 다른 상사나 선배들도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어떤 점이 세계 1등인지 물어보고 지적했다고 한다.

 

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 위 사례의 기술자 역시 선배들의 지적을 수없이 받다보니 습관이 생겼다. 선배에게서 지적받기 전에 스스로 먼저 확인하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설계한 기능의 어느 부분이 세계 1등인가? 내가 설계한 기능의 어느 부분은 세계 1등이어야 한다. 이처럼 선배의 지적을 받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면서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변화가 생겼다. 후배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 기능의 어디가 세계 1등이지?"라고 물어보게 된 것이다. 가치관은 이런 식으로 몸에 밴다. 조직에 제대로 침투한 가치관이라면 모든 직급, 모든 부문의 직원이 똑같이 말한다.

 

가치관을 인쇄한 종이를 게시판에 붙이거나 지갑 속에 넣는 방법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세계 1등이라고 말하는 것도 구름 위에 떠 있는 표현처럼 들린다. 경영자가 생각하는 커다란 전략이라도 해도 직원들은 자신이 매일 실행하는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직원들이 매일 하는 일상적인 업무가 세계 1등인지 여부를 조직의 모든 직급, 모든 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배가 후배에게 세계 1등이 아니면 다시 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면 이는 구름처럼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입으로 가치관을 말하며 선배에게서 후배로 가치관이 계승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p.258-259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첫째,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둘째, 본질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본질은 제3의 장소다.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여유 있게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며 쉴 수 있는 것이다. 이 장소를 유지하려면 일부 고객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내 금연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매출 증가로 연결될 것 같은 음식이라도 냄새가 너무 강하면 팔지 말아야 한다. 또한 수익률이 떨어질 것 같지만 여유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너무 혼잡하지 않도록 고밀도로 점포를 연다. 이에 더해 매출과 수익이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이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환영한다.

 

실제로 전략을 연마하고 이질화를 추진하면 사업이 실패할 확률은 올라간다. 따라서 실패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할 경우에도 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야나이는 "1승 9패라도 좋다. 문제는 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스재팬의 모리사와는 "실패의 비용을 낮춰야 한다. 재무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실패의 정신적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한 확률로 실패할 것을 알고 있더라도 전략을 연마하고 이질화를 추진하도록 권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행동을 칭찬하는 기업문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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