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
내가 자주 예로 드는 '하늘 비 우산'의 프레임워크로 설명해보자. 사람들은 '하늘'이라는 '사실'을 보고, '비'가 올 것 같다고 '판단'하여, '우산'을 들고 가기로 '결정'한다. 너무 상식적인 사고과정인가? 그러나 서너 살짜리 어린아이들은 이런 당연한 결론을 끌어내지 못한다. '하늘 비 우산'의 연관성이 머릿속에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22
내가 컨설턴트로 일할 때 직장상사는 종종 이런 말을 했다. "틀린 가설이나 결론이라도,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왜냐하면 그 가설이나 결론을 토대로 다음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p.23
그러므로 이 점을 거듭 강조해두고 싶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한 판단이, 때늦은 정확한 판단보다 훨씬 낫다. 우리는 한정된 정보만으로도 척척 결론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런 빠른 판단과 결론은 어디까지나 '추후 수정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수정이 불가능한 것, 예를 들어 개인의 취직이나 결혼, 또는 회사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자본투자결정 같은 근본적인 사안을 판단할 때는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한다. 모든 일을 '도 아니면 모'라는 심정으로 처리할 수야 없지 않은가.
p.24-25
예를 들어 전략을 세울 때는 '회사 경쟁사 고객'이라는 3C의 프레임워크를 고려한다. 그리고 마케팅 전략은 '가격 기능 유통채널 프로모션'이라는 4P를 토대로 세운다.
3C나 4P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체험을 통해 그 타당성을 검증한 고전적 프레임워크다. 이 두 가지를 고려했는가 여부에 따라 추론과 판단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3C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고객이나 경쟁사는 안중에도 없이 공급자 입장만 생각한 제멋대로의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4P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가격과 제품만 중시해서 '좋은 물건을 싸게 팔면 된다'는 조잡한 마케팅 활동을 할 위험이 크다.
p.27-28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단한 계산을 하나 해보자. 단시간에 적절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이 20%이고, 그 중에서 추론을 잘하는 사람이 20%, 마지막으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20%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단기간에 정보를 모으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얼마나 되겠는가?
20% * 20% * 20% = 0.8%
이렇게, 어찌된 일인지 100명 중 단 한 명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보를 모으고, 추론을 잘하는 사람은 그나마 4명이라도 된다. 하지만 여기에 행동력까지 갖추면 당신은 곧바로 상위 1%의 핵심인재가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성과를 올리기 쉬운 것은 물론, 당신의 연봉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주저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당장 그것을 표출할 방법을 생각해보자. 기획서를 써도 좋고, 블로그에 올려도 좋고, 구두로 상사에게 의견을 물어도 좋다. 당신의 실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은 돌아오게 돼 있다. 그리고 제삼자의 피드백은 당신의 비즈니스 사고력을 한층 단련 시켜줄 것이다. 그러므로 손발과 입을 부지런히 움직여 적절한 피드백을 얻어야 한다.
p.34-35
질문 : 지금 일본에는 몇 마리의 개가 있는가?
혹시 인터넷으로 질문을 검색하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실격 1순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실격될 사람은 대충 어림짐작으로 근거도 없이 대답한 사람이다. '300만 정도?' 같은 대답이 이에 해당한다(나는 회계사 초년생 시절에 '거짓말 538'이라는 규칙 아닌 규칙을 배웠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어림짐작으로 숫자를 말할 때는 대부분 5나 3이나 8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다음 프로세스와 같이 사고했다.
1. 먼저 일본에 있는 개를 애완용과 애완용 이외, 즉 동물원의 사육견과 목축견 등으로 나눈다.
2. 애완견이 아닌 개는 일본에 있는 동물원과 목축 규모를 생각했을 때, 고작 수백 마리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 맹인안내견과 경찰견을 더해도 최대 수천 마리 수준일 것이므로, 전체 애완견 숫자에 비하면 오차범위 이내라고 판단해 무시한다.
3. 다음은 애완견의 숫자를 계산해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대수'다. 즉 전체 가구가 얼마이며, 몇 가구당 한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는가를 상상해봐야 한다.
현재 일본의 전체 세대수는 약 4,700만이다. 집 주변이나 친구들을 상상해보자. 개를 키우는 집이 열 집에 한 집은 더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세 가구에 한 집은 너무 많다. 그래서 그 중간치로 5~7가구에 한 가구는 개를 키운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어떤 집은 한 마리만 키우지만, 두 마리 이상 키우는 집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개를 키우는 전체 가구에서 네 집에 한 집은 두 마리를 키운다고 치고, 평균치로 약 1.25마리라고 가정한다.
일본 가정 중 다섯 집에 한 집은 개를 키운다고 가정하면 '4,700만 가구 * 0.2 * 1.25마리 = 1,175만 마리'라는 답이 나온다.
한편 일본 가정 중 일곱 집에 한 집은 개를 키운다고 가정하면 답은 '4,700만 가구 * 0.14 * 1.25마리 = 823만 마리'가 된다.
어느 쪽이든 대체로 '1,000만 마리 +- alpha'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p.62-63
PPM(Product Portfolio Management) 분석
세로축에는 시장성장률, 가로축에는 시장점유율을 표시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개발사업, 성장사업, 사양사업, 수익사업으로 나누어 기업전략을 분석한다.
p.92
p.98
p.103
영화를 볼 때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예상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달의 베스트셀러 중에서 다음 달에도 베스트셀러로 남을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해보고, 매주 그 가설을 재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ㅂ이다.
TV 드라마나 인기소설, 영화 등을 볼 때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왜 그것이 유행하는지,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시대배경은 어떤지 등, 현상의 '이면'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진실은 이면에 있는 법이다.
p.111-113
옛날에 아름다운 딸을 둔 상인이 살았다. 이 상인은 어느 심술쟁이 고리대금업자 노인으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그만 갚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고리대금업자는 상인에게 제비뽑기를 제안했다.
고리대금업자는 빈 모자에 흰 돌과 검은 돌을 넎고, 만약 상인의 딸이 흰 돌을 뽑으면 상인의 빚을 탕감해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검은 돌이 나오면 빚 대신 딸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딸이 제비뽑기를 거부하면 상인은 감옥에 가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되면 딸도 생계가 막막해질 것이고... 결국 상인은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고리대금업자는 곧장 정원에 있던 돌을 주워 모자에 담았다. 그런데 딸이 옆에서 슬쩍 보니 고리대금업자가 모자에 넣은 것은 둘 다 검은 돌이었다. 그러고는 고리대금업자는 딸에게 부녀의 운명을 결정할 돌을 뽑으라며 윽박질렀다.
자 당신이 상인의 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문제를 수직사고에 따라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다.
- 돌을 뽑지 않는다
- 모자 안을 열어 검은 돌이 두 개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고리대금업자가 두 사람을 기만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 검은 돌을 뽑아 아버지가 감옥에 가는 것을 막고, 자기 자신을 희생해 고리대금업자의 부인이 된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딸이 뽑은 돌'을 확인한다는 전제 하에 생각한 해답이다. 수평사고에서는 '어느 돌을 뽑는가'가 아니라 '모자 안에 어느 돌을 남겨놓는가'에 주목한다.
이제 상인의 딸이 어떻게 할지 알겠는가?
그렇다. 상인의 딸은 모자 안에 손을 넣어 돌을 한 개 뽑는 것과 동시에 그 색깔을 보지 않은 채 실수인 척 정원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하면 다른 돌과 뒤섞여 그 돌이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그러고는 "실수로 돌을 떨어뜨려서 무슨 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모자 안에 남은 돌을 보면 알 수 있겠죠."라고 고리대금업자에게 말했다.
p.117-118
컨설팅 회사에 근무할 때, 내가 제안한 안건이 큰 성과를 올린 적이 있었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는 타사와 공동개발을 하는 것에 대해 '행정지도와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안 되는 것인지 '의심'을 품고 조사해보니, 그 규제는 이미 10여 년 전에 철폐된 것이 아닌가! 만약 규제에 대한 아무런 전제지식이 없었다면 10년 동안 수많은 협력 프로젝트를 성사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p.120-121
눈앞의 문제나 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1.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2. 문제설정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는가?
3. 문제를 달리 말할 수는 없는가?
4. 문제를 해결하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p.124
p.132
미국의 전설적 세일즈맨 앨머 레터먼은 실패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거절당한 순간, 나의 세일즈는 시작됩니다." 그는 계약을 따내지 못했을 때도 그것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프로세스의 일부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이 프로세스를 달리 표현해 "'가위바위보'보다 이길 확률이 높은 것에 승부를 걸어라."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디어의 승률이 60%라고 치자. 그렇다면 다섯 번 도전해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불과 1.02% 밖에 안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승률은 점점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실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p.151
디자인에는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이론이 있다. 영어의 'afford'는 '주다'라는 뜻이다. 어포던스는 어떤 행위와 연결할 수 있는 환경 및 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컵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컵을 보면 그 모양을 보고 어떤 용도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액체든 고체든 거기에 담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로봇은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어포던스'다.
즉 디자인이란 해당 사물을 보고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지 인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키보드를 봤을 때 이것을 누르면 화면에 무언가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전화 수화기 모양을 보면 손에 쥐는 것이라고 알 수 있다. 그리고 둥근 버튼 안에 숫자가 씌어 있는 것을 보면 '아, 이 버튼을 누르면 이 숫자가 입력되겠구나'하고 인지한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에서 말하는 '어포던스'다.
p.152-153
나는 두 명의 우수한 디자이너로부터 어포던스를 높이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일본의 대표적인 공업디자이너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야마나카 슈운지다. 야마나카는 일본 지하철 자동개찰구의 교통카드 터치패드를 디자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음 사진의 교통카드 터치패드가 약간 앞으로 경사진 것이 보이는가? 굳이 터치패드를 경사지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카드를 대는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평으로 되어 있으면 거기에 카드를 대야 한다는 인식이 순간적으로 지연되어, 머뭇거리는 사이에 게이트가 닫혀버릴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마나카가 고안한 것이 바로 '약간의 경사'였다.
디자이너의 섬세한 관찰과 통찰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그러나 이 또한 한 번에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다. 옆으로도 기울여보고, 움푹 들어가게도 하면서 몇 가지 시제품을 만들어 실제로 사람을 통과시켜보고 검증한 결과, 지금의 경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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