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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E-BIZ

구글드

by Diligejy 2023. 9. 16.

p.17-18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기며 엔지니어들로 북적대는 사무실을 지나가면서, 카마진은 운동을 할 때는 스트레칭용으로, 회의 때는 의자로 변신하는 색색의 짐볼들을 피해가며 그 생생한 증거들을 목격했다. 그가 점심을 먹은 카페테리아에서는 매일 뷔페가 무료로 제공 됐는데, 조리장인 찰리 에이어즈는 전설의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전담요리사 출신이라 했다. CBS 본사에 걸려 있던 피카소 그림까지 팔아치우는 긴축재정의 대가 카마진이 보기에, 그런 특혜는 사치였다. 구글의 사명선언문에 명시된 그들의 목표는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하여 누구나 접속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브린과 페이지는 스스로를 선교사라고 생각했다. 카마진이 꼽는 유일한 사명이 '수익 창출'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슈미트와 브린은 '구글이 디지털상의 스위스'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어떤 컨텐트 회사나 광고주도 편애하지 않는 '중립적인' 검색엔진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검색은 '객관적'이면서도 비밀에 부쳐져 있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되며, 제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검색 결과 상위에 올라갈 수 없었다. 그들은 검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했다. 구글의 빠른 검색 속도(현재 평균 0.5초)는 정교한 내부구조 덕택에 가능하다. 2002년에만 구글은 31억 개의 웹페이지를 스캔하거나 인덱스했는데, 이는 전체의 80% 분량이었다. 각 페이지들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주제별로 분류돼 저장되었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 소프트웨어는 데이터센터에 있는 수십만 대의 PC와 서버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문서 링크를 수집하도록 명령한다. 속도가 빠른 까닭은 구글 시스템이 이미 검색된 항목에 대해서는 세 개의 사본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시 동일한 검색을 하게 되면 웹 전체를 전부 스캔한 필요가 없어진다.

 

p.19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이 한 세기가 넘도록 구독자나 시청자의 숫자, 즉 CPM(천 명당 광고 비용) 데이터를 근거로 광고를 팔아왔던 것과는 달리, 구글은 CPC(클릭당 비용) 데이터를 가지고 정확히 해당 광고를 클릭할 때만 비용을 내도록 한 것이다.

 

p.21-22

카마진은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광고 수익모델을 전적으로 위협할 만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카마진 본인이 그랬듯 광고 세일즈란 '감성'과 '신비주의'의 영역이었다. '슈퍼볼 시즌에 250만 달러를 기꺼이 지불하게 만들 수 있는' 수지맞는 시스템을, 정직하고 자동화된 경매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광고주들이 단 30초만에 수백만 달러나 하는 TV광고의 효과를 측정해달라고 요구한다면? 미 전역에서 광고비로 지출되는 1,720억 달러 혹은 DM이나 텔레마케팅과 홍보에 들어가는 2,270억 달러에 대해, 광고 효과 측정 결과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술집에서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꾀어서 불필요한 광고도 팔 수 있는 게 광고 사업이야. 이건 정말이지 사상 최악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카마진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사상 최악'이란 고전적인 광고업자에게 국한된 얘기였지만.

 

지난 60년간, 메이저 방송사들은 가을 개편을 발표한 다음, 이듬해 봄여름 광고 대부분을 '선불로' 팔아치웠다. 시청률이 떨어져도 방송사는 '일찌감치 광고를 사지 않으면 인기 쇼프로 광고를 주지 않겠다'고 윽박질러 군중심리를 조장했다. 카마진을 비롯한 방송사들은 나날이 광고비를 인상했다. 광고주들이 광고 효과를 파악할 수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방송사에게는 꿈의 수익모델이었던 것이다.

 

구글 경영진들 역시 카마진의 말에 질겁했다. 그런 방식은 광고주를 속이고 그들의 감정을 조작하는 짓이었다. 게다가 사악하기까지 했다. 측정도 안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비효율적이었다. 자신들은 그보다 훨씬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국면이 그쯤 되자, 카마진은 자기 회사와 구글이 서로에게 해줄 것이 거의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250억 달러짜리 광고를 팔고 있어. 효과 따위는 아무도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카마진은 마치 늙어가는 폴스타프처럼, '자정을 알리는 차임벨을 듣는(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의 등장인물 폴스타프가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며 던진 대사 - 옮긴이)' 기분이었다. 카마진은 구글 경영진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두 손을 탁자 위로 나란히 포갠 채, 농담 섞인 일갈을 던졌다.

 

"당신들 지금, 마법을 망치고 있는 거라고!"

 

p.25-28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기존 미디어 업체들은 급격한 패닉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다. 신문사들은 발행부수와 광고 수입이 모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1984년까지만 해도 최대 일간지 발행부수가 6천 3백만 부였던 것이, 매년 평균 1%가량 줄어들다가 2004년이 되자 하향세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신문사들은 디지털 편집실을 만드는 쪽으로 과감한 행보를 해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했고, 1990년대 트리뷴 컴퍼니와 나이트 리더가 디지털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신문사들은 줄어드는 시장이라도 좀 더 장악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웹으로 서둘러 옮겨 타야 할 까닭은 없었다. 온랑니 신문이란 대개 종이 신문의 의붓자식으로, 특종을 먼저 터뜨리거나 따로 직원을 뽑아서도 안 되었으며, 종이 신문과 크게 다르게 보이거나 다르게 느껴져서도 안 되었다.

 

네트워크 TV 시청률도 비슷하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1976년의 평범한 날 밤이면 시청자의 92%가 CBS, NBC, 아니면 ABC를 시청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 채널 모두에 Fox까지 합쳐도 전체의 약 46%가 안 된다. 방송사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비용 삭감에 돌입했고 지역 방송국이나 케이블 회사를 사들여 자사의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더 많이 배급하는 데 주력했다. 영화사들이 그랬듯 <사인펠드Seinfield>같은 히트 프로그램만 만든다면, 그것이 자기들을 구원해주리라 믿었다.

 

미디어업계의 유행어는 컨버전스와 시너지였다. 비아콤, AOL, 디즈니, 타임워너 같은 공룡기업들이 그렇듯, 아이디어 단계부터 제작과 배포까지의 전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회사가 유리하다고 믿었다. 시너지란 다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컨텐트를 보유하고 배포하는 수단을 독점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생겨난다고 여겼다. 이 신념을 깊이 새긴 미디어 업체들은 전통적인 업계 구분을 흐리기 시작했다. 방송사가 케이블 채널을 인수했고, 전화 회사가 케이블망 회사를 인수했으며, 케이블 TV 사장이 컨텐트 분야나 전화 서비스에 투자했고,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방송국이나 음반, 게임, 출판 회사를 사들였다.

 

광고 에이전시들 역시 '크기가 곧 경쟁력'이라고 확신하고는, 서로 인수합병을 하기도 하고 홍보 대행사와 마케팅 대행사를 사들이기도 했다. 마케팅과 홍보비용이 전통적 광고 비용의 두 배라는 점을 알고서 한 일이었다. 세계적 거물 기업 네 곳은 이제 자신들을 '마케팅 회사'라고 불러달라고 우기기까지 했다.

 

한편 음악 회사들은 예전처럼 싱글을 마케팅하지 않고 앨범 전체를 판매하려고 기를 썼다. 냅스터를 비롯한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들에 젊은 팬들이 몰려들었지만, 음악 회사들은 그들과의 거래를 거부하고 소송을 통해 강경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영화사 경영진들은 연일 방만하게 돈을 써댔고, 중국의 저작권 도용 사태에 정신이 팔렸다. 음악 회사 경영진들처럼, 그들 역시 매출이 늘지 않는 건 <타이타닉> 같은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현장의 잘못이라고 여겼다. 이들은 '컨텐트가 왕'이라고 믿었다. 케이블 회사와 전화 회사는 자기보다 작은 업체를 매수했고, 광대역망을 확장하려고 경쟁하면서, '배급을 통제하는 자가 왕'이라고 확신했다. 출판사들이 합병하는 동안 판매는 곤두박질쳤고 군소서점들은 반즈앤노블 같은 대형서점에 눌려서 폐업했다. 출판사는 전자책에 저항했는데, 이는 십 년 전 CD롬에 저항하던 양상과 마찬가지였다.

 

기존 미디어 업체들은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에 빠졌다. 클레이튼 크레이텐슨이 동명의 저서에서 사용한 이 개념은, 경영 상태가 좋은 회사들이 신기술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맞닥뜨리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맹렬히 고수하면서 발 빠른 변화를 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크리스텐슨은 제록스가 어떻게 대형 복사기 시장을 지키려다 데스크톱 복사기 시장을 놓쳤는지, IBM이 어떻게 수익성 높은 메인프레임 컴퓨터 프레임 분야에 치중하느라 미니컴퓨터 시장에 후발 진입했는지, 시어스가 어떻게 체인점과 카탈로그 시장을 선도했음에도 할인소매 시장을 간과해 무너졌는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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