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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손자병법, 동양의 첫 번째 철학(4)

by Diligejy 2016. 11. 28.

p.226~227

손자는 <구지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른바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사람은 적의 앞에 있는 부대와 뒤에 있는 부대가 서로 미치지 못하게 하고, 대부대와 소부대가 서로 의지하지 못하게 하며,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이 서로 구하지 못하게 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 간에 서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으며, 병사들은 흩어져 집결되지 못하게 하고, 병력이 모여도 통제되지 않게 만들었다. 이렇게 분열시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으면 지체 없이 군대를 움직이고 분열시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으면 멈추었는데, 감히 묻겠다. 적의 대병력이 정돈되어 장차 진격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답을 하자면 이런 경우에는 먼저 적이 중요시하는 곳을 탈취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적은 아군 측의 행동에 응하게 되어 있다(아군의 의도대로 분열이 시작된다). 용병을 하는 데 주안점은 속도에 있는데(속도를 최대화하긴 쉽지 않으니) 적의 예측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해서 적이 생각지 않는 길을 달려 적이 대비하지 않은 적의 요충지를 공격해야 한다. (그래야 적이 분열된다.)


p.249

전쟁이란 속이는 것이다(兵者詭道) - <계편>


전쟁은 속임수로 성립한다(兵以詐立) - <군쟁편>


'전쟁은 속임수고 전쟁은 속임수로 성립하는 것이다.' 손자는 대놓고 말했죠. 속이라고, 기만하라고요. 그렇습니다. 병법은 속이는 것입니다. 기만하는 것이고. <계편>에서는 이렇게 말했죠.


전쟁은 속임수다. 

잘할 수 있는데도 못하는 체하고(能而示之不能), 

병사를 사용하는데도 사용하지 않을 것처럼 하며(用而示之不用),

가까운 곳에서 싸울 것인데도 먼 곳에서 싸우는 체하며 

먼 곳에서 싸울 것인데도 가까운 곳에서 싸우는 체하라(近而示之遠 遠而示之近).


p.261~262

<손자병법> <세勢편>을 보면 시형示形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시示는 보여주다, 형形은 형상이라는 뜻이니, 즉 거짓된 형상을 보여줘서 상대방을 유인하는 거죠.


적을 잘 움직이는 장군은 적에게 나의 의도된 거짓 진형을 보여주어 적이 반드시 쫓아오게 만든다. 그리고 적에게 미끼를 던져주며 이익으로 적을 움직이는데, 병사를 데리고 적이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손자병법><허실편>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병법의 극치는 나를 무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무형이 되면 깊이 숨은 간첩도 엿볼 수가 없고,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계책을 낼 수 없다.


병법의 극치는 나를 무형으로 만드는 것(形兵之極 至于無形)이라고 하네요. 

형병形兵은 병력의 배치인데요, 즉 현장 용병술입니다. 현장 용병술의 극치는 뭐다?

지우무형至于無形, 즉 무형에 이르는 것입니다. '형병지극 지우무형', 이 여덟 자는 외워두는 게 좋겠습니다. 무형에 이르면 깊이 숨어 아군을 감시하는 간첩도 제대로 우리를 파악할 수 없고 아무리 상대가 지혜로워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답니다. 정말 무에 대한 찬양이죠.


p.295

손자는 나는 무로, 상대는 유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상대를 드러나게 할지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논했습니다. 앞서 말한 간첩의 육성과 활용도 상대를 최대한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간첩은 주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상대를 유로 만들기 위한 것이고요. 전쟁이 시작되어서 양국의 군대가 대치 중일 때는 간첩 말고도 다른 방법과 옵션이 필요할 것입니다. <허실편>에서 손자는 이런 말을 했죠.


계책을 세워(策之) 이해득실을 따지고,

도발하여(作之) 적의 동정을 살피고

형세를 만들어서(形之) 적진의 지형을 분석하고,

정찰을 하여(角之) 적의 남고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야 한다.


p.300

대개 병력 배치는 물을 닮아야 할 것이다. 물이 높은 곳을 피하여 낮은 곳으로 흐르듯, 병력의 배치도 견실한 곳을 피하여 허약한 곳을 노린다. 물이 지형에 따라 가는 곳을 제어하듯, 전쟁도 적에 따라 승리를 제어한다. 그러므로 일정한 기세가 없으니 마치 물에 일정한 형태가 없는 것과 같다. 적에 따라 변화하여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자는 '신神'이라 부른다.


p.301~302

손자는 <구변九變>편에서 상황논리를 천명했습니다. <구변편>은 <손자병법>에서 가장 짧은 편인데요. 손자는 여기서 자신이 상황논리자임을 확실히 했죠. 우너칙에만 집착하는 장수와 용병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적과 아군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그리고 벌어지는 전투마다 각양각색의 상황과 조건이 나타납니다. 무수한 요소, 요인이 상황마다 개입되어 상호작용하고 그 상황은 늘 급변하고 돌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그때그때의 상황과 환경, 조건에 맞게 병력 배치도, 운용도 변해야죠. 고정된 나로 싸우면 패망이 기다릴 뿐입니다.


길에는 상황에 따라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고 

군대에는 상황에 따라 공격하지 말아야 할 곳이 있고 

성에는 (아무리 탐나도) 상황에 따라 공격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고

땅에는 (아무리 전략적 요충지처럼 보여도) 다투지 말아야 할 땅이 있으며

군주의 명령에는 따르지 않아야 할 명령도 있다.

이렇듯이 장수가 (때로는 원칙을 따르고 때로는 예외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무궁하게 변화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방법에 통달해야 하고

그런 장수는 용병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장수로서 무궁하게 변화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방법에 통달하지 못하면 

비록 지형 조건에 대해 안다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는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고정되면 안 됩니다. 정형定形의 군대가 되면 필망이죠. 상황에 따라 무궁하게 변해야 합니다. 상황논리로 군대를 이끌어야죠. 군대의 배치, 용병술은 물과 같아야 한다는 '병형상수兵形象水'도 무궁하게 변화하라는 상황논리입니다. 손자는 병력 배치는 물과 같아야 한다, 항상 변화를 원칙으로 무정형의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변화하면서 나를 무하게 유지하는 겁니다. 그래야 고정된 형태와 전술이 없게 되니까요. 상황논리자 손자의 병형상수를 이어받은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주장하게 되죠.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상선약수도 변화하라는 의미입니다. 물처럼 변화하면서 무정형의 군대를 만들라는 것이죠. 그럼 나를 상대에 비해 무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p.306

손자는 전쟁을 잘하는 병법가의 승리는 지혜롭다는 명성도, 용감했다는 공로도 없다고 말한 후 바로 뒤이어서 이렇게 말했죠.


그의 승리는 틀림이 없는데, 틀림이 없는 것은 그가 반드시 승리하도록 조치해놓았기 떄문이고, 그렇기에 이미 패배한 자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전쟁을 잘하는 자는 자기가 패배하지 않을 위치에 선 뒤 필패하는 적과 싸운다.


이런 까닭으로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긴 뒤에 전투를 벌이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고 이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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