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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우리는 왜 친절한 사람들에게 당하는가

by Diligejy 2017. 7. 19.
p.17~18
돈 많은 친구에게 빌린 돈은 못 갚아도 크게 문제가 안 된다거나, 돈이 많은 사람은 손해를 좀 보아도 괜찮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하면서 되려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알았어 갚을게, 갚는다잖아. 누가 안 갚는데? 너하고 내가 그 정도 사이밖에 안 돼? 치사한 새끼"라거나 "너 그 돈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듣는가. "빌려만 주면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갚을게"라고 굳게 약속해놓고는 후에 딴소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상대방이 돈을 갚지 않아 한 소송인데, 이를 두고 '박찬호 선수의 배신이냐, 채드 크루터의 배신이냐'라는 황당한 논란이 생겨난 것도 우리 사회에 그런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꼭 갚겠다고 해놓고 갚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 소송까지 한 사람을 배신자로 만들어버리는 사고방식, 이게 정상일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더욱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분위기는 우리 사회에서 사기 사건이 그토록 많이 일어나고, 사기 피해자가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p.19~20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법질서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가 높아야 한다. 어떤 행위가 옳은 것인지, 적어도 법적으로 비난받거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어떠한 권리가 보호되고, 누구에게 어떠한 의무가 부과되며,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책임은 어떤 것이고 그와 같은 책임을 지게 하는 절차는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당연한 말이 정말로 당연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 남을 속이는 행위를 나쁘다고 인식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도 어설픈 의리나 우정을 강조하기보다 '약속을 지키라'고 교육해야 한다. 더불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높은 이자와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사기 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세상에 쉽게 벌리는 돈이란 없다는 걸 가르쳐서 스스로 사기꾼이 되지 않게 함은 물론이고, 살마을 쉽게 믿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거나 보증을 서서 사기 피해자가 되는 일도 없도록 교육해야 한다.

p.59
이익이 얼마가 될 수 있는지 '계산'하기 시작하는 순간, '내몫을 더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평소라면 결코 믿지 않았을 이야기를 듣고도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마치 방울뱀이 앞에 있는데도 먹이에만 정신이 팔린 쥐처럼 말이다.

p.64
거래나 투자를 할 때는 그것이 무엇이든 상대방이 결코 나를 속이지 않을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한 이유가 '설마 저 사람이 나를 속이겠어? 나에게 해를 끼칠 일을 하지는 않겠지'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설마 나를 속일까', '설마 나에게 거짓말을 할까', '저 사람은 나한테 사기 칠 사람이 아니야'등의 생각이 들 때 또는 그런 말을 하며 함께 투자하자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을 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p.66
나에게 가까운 사람, 내가 믿는 사람이 소개한 사람이라고 해서 믿는다는 것은 호방하기조차 하다. '나의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이며, 내가 신뢰하는 자가 신뢰하는 자는 나 또한 신뢰한다'는 태도 말이다. 그러나 그 경우, 내가 신뢰하는 자가 속는다면 나도 같이 속게 된다.

p.68
사기는 배신성 범죄다. 내가 믿었기 때문에, 내가 믿었던 사람에게 속았기 때문에 당하는 범죄다. 저 사람이 나를 속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는 피해자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의뢰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변호사는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하시는 말씀만 기준으로 조언을 해드리자면"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의뢰인이 투자 등을 권하는 상대방으로부터 들었다는 말을 들어보고 분석해보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아니라 말을 분석하면 좀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주변을 보면, 돈을 갚을 수 없을 지경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친구나 친지들이 돈을 빌려달라거나 투자를 부탁하는 일이 많다. 냉정하게 말해, 그런 부탁은 사기나 다름없다. 신뢰는 소중한 것이지만, 거래는 누구와 하든 냉정하게 해야 한다. 특히 그 결과가 자신과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줄 만한 거래를 할 때는 말이다.

p.97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빌려주고 빌리는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거나 신뢰하는 사이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돈을 빌려준 사람이 법적으로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이고, 현실에서는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부담한다는 뜻이다.

p.100~101
돈은 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빌리는 것이 정상이다.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것은, 은행조차 그 사람에게 원리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당신에게 와서 대신 대출을 받아달라고 하는 것은 당신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려 가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부탁도 못 들어주냐"는 무언의 압박에 약해지는 것이 보통 한국 사람들이다. 내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 사람이 좀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면, 내가 그만큼의 손해를 끼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은 애초에 그 이자를 부담했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식의 '이상한 계산'은 사기꾼들이나 하는 계산방법이다.

p.101~103
'급전'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급하게 필요하지만, 그 순간만 넘기면 다시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주변 사람이 급전이 필요하다며 발을 동동 구를 때 외면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이때는 두 가지로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 급전이라는 것은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급전이라고 하더라도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빌리지 않고 당신에게 빌려달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너무 적은 돈이라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빌리기에는 번거롭다는 걸까? 아니면, 은행권에서는 돈을 빌릴 대로 다 빌려서 더 빌릴 수 없는 상태이고, 그동안 돈을 빌리던 사람들에게도 이미 다 빌려서 당신에게까지 빌리러 왔다는 뜻일까?

형편을 잘 아는 지인이 아이 대학교 등록금이라는 목돈이 필요해서 돈을 빌린다는 것과 사업을 하는 사람이 '갑자기 돈이 말랐다'며 돈을 빌리려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사업하는 사람은 대부분 '돈이 돈다거나 안 돈다거나'하는 이야기를 한다. 판매대금이 들어오면 되는데, 그쪽에서 빨리 해결을 못 해서 잠시 사정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실제 사정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잠깐이라는데...'라며 돈을 빌려주는 것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급전이라고 하면 '일시적으로 자금회전이 되지 않을 뿐 곧 갚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건 빌리는 사람이 흔하게 하는 말일 뿐인데도, 빌려주는 사람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잠시만 쓴다고 하는 돈에 대해서는 차용증조차 작성하지 않고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금방 갚겠다고 했던 사람이 "잠시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할 때 시작된다. 그 '잠시'가 얼마나 갈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고리의 이자'를 주겠다며 다른 곳에서 급전을 빌리고 있을 수도 있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내가 빌려준 돈만 먼저 알아서 갚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급전이라고 해서 이른 시일 내에 반드시 갚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꼭 기억해야 한다. 특히 도박에 빠지거나, 사업이 망하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너무나 절실해서 거절하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건 결국 '거짓말을 해서라도 돈을 빌린다'는 것으로, 말 그대로 사기다. 그 살마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아니 잘 안다고 할지라도 금전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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