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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무죄의 기술

by Diligejy 2017. 7. 31.

p.28

냉정해야 한다는 말은 감정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음을 어떻게 없애겠는가. 설령 마음을 없애버렸다고 해보자. 만일 감정이 사라지면 내가 왜 이 소송을 치러야 하는지, 왜 내가 나를 보호해야 하는지 동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분노나 억울함, 사회적 생존 욕구와 같은 감정이나 본능은 소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동력 내지 에너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감정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억눌러서도 안 된다.


다만 감정이 이성의 눈을 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르고, 머리는 차갑게 돌아가야 한다.


흥분하면 진다.


이 말은 감정을 수증기처럼 증발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힘의 원천인 감정이 이성의 역할을 빼앗아 방향까지 마음대로 흔들어버릴 때가 흥분 상태다. 반면 냉정이란 피마저 차가운 냉혈한이 아니라 감정을 감정의 영역 안에 가두어둔 상태다. 뜻대로 안 될 때 '너 죽고 나 죽자'하고 덤비는 사람이 있고, '너 두고 봐'하고 당장은 물러서지만 단단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너 두고 봐'하는 사람은 감정도 갖고 있지만 이성도 갖고 있는 경우다. 이성을 통해 작전을 짜고 준비하며 때를 기다릴 수 있는 게 냉정한 자세다.


p.30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 때는 파스토르처럼 '잃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을 떠올려보자. 혹은 반대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생각해보자.


p.43

차분한 상태로 이야기하는 것, 조리 있게 말하는 것,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사를 쓰지 않는 것, 필요한 말 외에는 자제하는 것은 판사로 하여금 그의 진술을 믿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달리 말해 냉정 자체가 무슨 증거가 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증거를 진짜라고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은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냉정은 약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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