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격(格)이란, 관계의 편중성이 가져오는 의식의 편중성을 인식하고,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에 있다. 일부러 부의 수준, 교육 수준, 인종, 성별이 다른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려고 하는 사람, 다양한 모임 속에 자신을 집어넣어서 관계 편중성으로 인한 의식의 편중성을 극복하려고 하는 사람이 품격 있는 사람이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다.
관계의 지리적 편중과 의식의 편중을 문제 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을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만나는 사람과 삶의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 결심만으로 자기의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 경영의 구루이자 사상적 리더인 오마에 겐이치 역시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으로 공간을 바꿀 것, 만나는 사람을 바꿀 것, 그리고 시간을 바꿀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서 삶의 지리적 공간을 바꾸는 일은 고작 부동산 투자나 자식 교육을 위한 삼천지교로만 치부되고 있다. 지리적 공간을 바꾸는 일이 자신이 접하는 사람을 바꾸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길 기원해본다. 집을 사기 위한 좋은 시기란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싶을 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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