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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억전쟁

by Diligejy 2019. 9. 19.
기억 전쟁
국내도서
저자 : 임지현
출판 : 휴머니스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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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역사 이해에서 통계는 불가피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수치로 환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억울하게 희생된 개개인의 죽음은 다 안타깝고 슬프다. '수백만' 중 하나의 죽음이라고 해서, 7만의 하나인 죽음보다 덜 중요하거나 덜 아픈 것도 아니다. 희생자 개인이나 가족의 내밀한 기억 속에서 같이 죽은 사람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내 가족과 친구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반면에 사회적 기억에서는 수치가 더 중요하다. 수치는 어느 편이 더 많이 죽었냐는, 그래서 어느 편이 더 큰 희생을 치렀냐는 저속한 논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측이 더 큰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듯한 착각 때문이다. '우리'가 더 많이 죽었다며 으스대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통계의 마술이다. 더욱이 '역사'의 권위를 등에 업으면, 이 마술은 트릭이 아니라 엄중한 현실이 된다. 트릭이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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