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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트위터로 이미 보았지만 -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by Diligejy 2020. 7. 29.

트레이더 김동조, 그의 생각이 궁금하신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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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트레이더 김동조의 마켓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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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조의 책을 좋아했다. 특히나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일 좋아해서 몇 몇 사람에겐 선물로 이 책을 주기도 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이 마치 이제 갓 데뷔해서 무대가 어색한 아이돌의 느낌이었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책은 성숙미와 농염미로 가득찬 유혹자의 몸짓이었다.  

그의 시선은 냉철했지만 명료했고, 경제학적으로 치우쳐있지만 정치적으로 치우쳐있지 않았다. 매우 논리적으로 따지기에 현실감각을 잃기 좋지만 금융시장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현실감각을 잃지는 않았다. 맞고 틀리고에 관계 없이 그의 균형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주로 다른 책들의 논리를 자신의 주장과 함께 이어붙이며 진행되는 글이 많았는데, 섬세하게 날실과 씨실을 교차하며 아름다우면서도 반박하기 힘든 주장과 문장을 써내는걸 보며 금융시장쪽으로 취업을 해볼까 잠시 생각해본 적도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나 또한 이 사람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특히 지독히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하는 이 책은 16년말 그 때의 일을 겪을 때 부셔지는 멘탈과 몸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김동조의 책이 꾸준히 나오길 기다리고 기다린 독자 중 한명이었고 그는 그의 트위터에 17년인지 18년인지부터 출간을 할거다 할거다라고 말했지만 출간되지 않았고 20년이 되어야 새 책을 출간했다.

 

몇 장을 훑어보던 중 책을 덮을뻔 했다. 뭔가 새로운 게 별로 보이지 않았다. 기다린 시간 대비 충족시켜주는 게 별로 없었다. 

예전부터 그는 트위터를 꾸준히 해왔다. 그의 유료블로그는 구독하지 못하더라도 트위터로나마 아름다운 문장을 느끼고 생각하지 못한 논리를 보는 게 재미있었다. 책은 그런 트위터의 내용이 70~80%이상이었다. 이 책이 그의 유료블로그를 기반으로 했고 그 유료 블로그는 그가 생각을 포착하는 트위터의 짤막한 트윗을 기반으로 하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이미 스포일러 당한 추리영화를 보는 것처럼,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이 책은 내게 청량감을 주지 못했다. 만약 김동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급 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미 많이 접해본 사람이고 다 찾아본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잡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이 책을 읽을거라면 저녁 좀 먹고 

https://www.youtube.com/watch?v=taY5oHleS4I

조성진의 쇼팽을 들으며 읽기를 권하고 싶다. 

p.s 3월 24일 이후로 김동조 트위터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고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날카롭던 그의 시각을 다시한번 보고 싶다. 

 

 

밑줄긋기

p.39
"네가 옳다고 생각하면 옳은 이유를 대야 바른 논쟁이야. 형도 했으니까 너도 하겠다는 건 엉터리 논쟁이고. 알겠지?"

p.53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있는데 트레이더뿐 아니라 많은 직업에 주는 성찰이 있다. 직업으로 일가를 이루러면 관철해야 할 공통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나오는 소설 쓰는 행위에 자신의 직업을 적용할 수 없다면 남들과 나를 차별할 수 없는, 즉 존재감을 깨달을 수 없는, 위험한 인생이다.

p.71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무원은 공무원의 멘탈을, 군인은 군인의 멘탈을, 트레이더는 트레이더의 멘탈을 갖고 있다. 기억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40대 남자의 정체성은 지난 40년 기억을 어떻게 채웠는가로 결정된다. 누군가는 격렬하게 도전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격렬하게 사랑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격렬하게 공부했을 것이다. 삶이란 곧 기억이다.

p.86
인간은 승리에 환호가호 패배에 낙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승리와 패배가 같지는 않다. 가장 완벽한 정보는 당신이 아슬아슬하게 이긴 승리와 아슬아슬하게 진 패배에 있다. 그게 바로 당신 자신이다. 당신이 스스로 만든 원칙을 사수해 간신히 해낸 승리와 치열하게 원칙을 사수했으나 빼앗긴 승리에는 당신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정보가 담겨 있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 만든 원칙을 어겼거나 원칙 자체가 없다면 당신은 쓸모없는 승부를 한 것이다. 어린아이와 팔씨름을 하고 마이클 조던과 농구시합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p.103
나의 최선이 성공의 커트라인인 절대적 최선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게 지성의 힘이다. 지성이 없다면, 즉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자각하지 못하면, 행복과 성공을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때로는 그 모든걸 알아도 타협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인정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윤진명의 한숨과 눈물은 그래서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p.121
예전에 트럼프의 조세정책에 대한 코멘트를 트윗했더니 누군가 자신이 구글링한 결과는 전혀 다르다며 멘션을 했다. 물론 나는 늘 그렇듯 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조세정책과 힐러리의 조세정책을 비교하고 싶다면 구글링을 할 게 아니라 그들의 홈페이지에 가서 정책을 비교하는 것이 맞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아서다. 그래서 그런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안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것이다.

p.184
삶은 최선의 선택을 해도 비극으로 흐를 수 있다. 운명의 두려운 점이다. 하지만 그런 걸 걱정하느라 최선의 선택을 위한 집중과 노력을 훼손할 수는 없다. 근사한 실패담을 쓰는 것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성공담을 기대하는 것보다 아름답다.

p.218
직접 대리운전 사업을 한다는 건 수많은 문제와 매일 당면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대리운전 기사 역시 매일 많은 문제와 마주치겠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일당이나 전체 수입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문제의 수준일 것이다.

p.353
'최고의 삶'이란 '죽음의 공포 앞에서 삶의 정수만을 모아 담대하게 전투를 실행해 인생이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투와 전쟁이라니 뭘 그렇게 세상을 삭막하게 보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찌만 우리가 처한 인간 조건이란 원래 그렇다. 치열하게 살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영원히 확인하지 못하고 연약한 동물처럼 비참하게 죽어왔다. 역사는 극한의 치열함을 추구한 위인도 불리한 때와 상황에 태어나면, 치열함과 상관없이 비극적인 모습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p.427
실력과 걸맞은 회사에 취직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보다 떨어지는 상대와 연애하는 사람, 말은 잘하고 분석은 뛰어나지만 돈은 없는 사람은 대개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질적으로 그런 약점을 갖지 않고 태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이런 약점은 없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력을 통해 그런 약점과 싸우며 앞으로 조금씩 전진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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