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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기앞의 삶 -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by Diligejy 2020. 8. 29.

보통 전기라고 하면 대단한 이야기, 뭔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금방 극복하는 영웅서사가 많은데,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은 색스 박사님도 힘든 시절이 있었으며 그러한 경험이 나중엔 강점으로 발휘되었다는 점이다.

 

물위에서는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가 물밑에서는 온 힘을 다해 헤엄을 친다는 것처럼 그의 삶 또한 그랬다. 우리에겐 그저 재미있는 책의 저자로 인식되지만, 그의 삶은 투쟁을 이겨내오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강조하는 건 행동이다. 책 9페이지를 보면

나와 매우 가깝게 지낸 1980년대 초반의 4년 동안 올리버 색스는 간혹 자기 자신을 일컬어 임상존재학자(clinical ontologist)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건 그의 의사 생활이 환자를 상대로 한 다음과 같은 질문의 연속이었음을 의미했다 "어떻게 지내세요? How are you" 이 질문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세요?How do you be?"라는 존재론적 질문이었다.
더욱이 그에게 존재함은 곧 행동함이었다.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힘들더라도 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이런 멋진 인생관에 걸맞게 그는 예술과 과학을 결합해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엄밀함을 좋아하는 과학자들에게 비난받기도 했다.

 

올리버의 가장 대단한 점은, 예술과 과학을 재결합하려는 욕구가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사람들을 분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빌어먹을, 그는 과학자가 아니야. 그의 저술에서 예술과 언어의 유희를 발라내야 해."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68p

그렇다고 해서 올리버 색스 박사는 '강한', '영웅'의 이미지로 어떤 어려움이든 척척 이겨내는 사람이었을까? 이 책의 묘미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점이다. 

그는 한때 발작적인 자기혐오감에 휘말린 나머지, 자신의 원고와 수년간의 결과물을 파괴하곤 했다. 그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글을 쓰지만,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복사본을 맡기는 습관을 들였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75p

우리와 똑같은 존재인 '인간'으로서의 박사를 보여주는데 삶의 끝자락까지 최선을 다해 자기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해결해보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란 걸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모두 제각각 어딘가 나사하나가 빠진듯 부족하고, 이상하다. 물론 더 안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어느정도 결함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이나 드라마에선 어떤 일이든 개의치않고 단단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는 게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움츠려들 필요도 없고, 너무 뻗댈필요도 없다. 그냥 자기 앞의 삶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나가고 힘들 땐 힘들어하며 인간처럼 살면 될 뿐이다. 

 

아마도 올리버색스박사가 삶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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