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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죽음 앞에서의 인간

by Diligejy 2021. 1. 30.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언젠가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전문 유튜버가 소개영상을 찍기에 본 영화입니다. 내용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신(아빠)을 엿먹이기 위해 딸이 모든 인간에게 남은 수명을 전송하면서, 인간들은 남은 수명을 알고 즐기기 시작했고, 딸은 아빠를 피해 인간세계에서 예수처럼 자신의 사도를 구하며 여정을 떠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유튜버의 소개영상을 볼 때는 뭔가 흥미진진해보이고 유쾌해보였는데, 실제로 이 영화를 보니 재밌기보다는 무겁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영화가 아닌 실제 병동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제게 묻고 있습니다.

"잘 살고 있습니까?"

 

나름대로 분투하며 매일매일을 견디고 견디고 있습니다. 언젠간 좋은 날이 올거라는 희망을 갖고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견디며 삽니다. 그런 제게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살았습니까?"라는 질문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게도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 겁니다. 이 '언젠가' 라는 단어가 내포한 속성때문에 머나먼 미래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당장 내일이 될지 아니면 다음달 말이 될지 모릅니다.

 

나쁘게 살아서 일찍 죽는것도 아니고 착하게 살아서 오래 사는것도 아닙니다. 그냥 생명의 속성대로 흘러갈 뿐입니다. '나쁘다', '착하다'라는 가치는 인간이 생각하는 가치판단일 뿐이니까요.

 

저자는 또 질문했습니다.

"자, 당신의 남은 날은 ~~입니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그러게요. 뭘로 채워야 할까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직업을 택해야 좋을지, 만족스러울지, 그리고 잘할 수 있을지 뭐 이런 직업적인 측면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회사에 가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태도를 조금 더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책 92~93페이지에 보면 암을 완치한 택시기사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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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죽은 목숨인데 죽은 사람이 귀신처럼 다니는 거다 생각하니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에는 택시를 몰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사람을 보면 지랄지랄 욕을 한 바가지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그러려니 내버려둬요. 갑자기 껴들든 말든 그래봐야 한 5분 지나면 어차피 잊어버리고 신경도 안 쓰게 되거든요.

 

택시 몰면서도 매일 소풍 나오는 것 같아요. 날씨 좋은 날은 손님이 없어도 그냥 드라이브 여행 다닌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혼자 드라이브 다니는 거고, 그러다가 배고프면 기사 식당 맛있는 데 찾아가서 밥 먹고요.

"""

사실 매일 회사 - 집 - 회사 - 집 무한 루프를 하다보니, 똑같은 지하철 입구를 내려갈 때마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인지 헷갈리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리스크를 줄이면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다보니 마음이 많이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잠시 지하철 타고 마실 나갔다 온다고, 즐겁게 소풍하고 오겠다고,

조금 힘든일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이겨낼 수 있다고, 그런 긍정성을 조금 더 가져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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