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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내가 세워야 할 원칙 - 당신이 옳다

by Diligejy 2021. 6. 8.

https://coupa.ng/b1hdVR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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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라는 책은 저자가 밝힌 대로 도발적인 책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모든 정신병을 뇌과학적으로 환원하는 환원주의를 비판한다. 저자는 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자신이 비판한 환원주의를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지만 자신의 홈그라운드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인다. 듣다보면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존재이며 그 과정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정서적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정신의학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A%B0%EC%9A%B8%EC%A6%9D-%EC%9E%88%EC%9C%BC%EB%A9%B4-%EB%87%8C-%EA%B5%AC%EC%A1%B0-%EB%B0%94%EB%80%90%EB%8B%A4/

 

물론 저자의 말대로 공감받고 적정심리학을 통해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고 견디는 것이 베스트이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경우, 차선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을까. 말그대로 아프니까.

 

이런 논쟁을 제외하면 이 책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공감의 원칙, 경계의 원칙을 비롯해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를 지키기 위한 원칙을 제시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나도 너도 존중받아야 하며, 너와 나의 감정은 무시할 수 없고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감정과 언행은 별개의 문제다. 감정은 이해받을 수 있지만 언행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화가 났든, 어떤 사람의 행동에 모욕감을 느꼈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고 싶든 그런 감정은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건 형사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한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공감을 잘 하는 사람, 혹은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내 경계를 풀어헤치고 모욕적인 행동까지 하도록 놔둘 이유는 없다. 감정은 존중하지만 행동은 그 사람의 책임이다. 

 

오히려 그럴 땐 단호히 끊어내는 게 나와 상대 모두를 위한 행동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주장에 백 번 동의한다.

 

저자 말대로 심리적 CPR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책을 자기 전에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밑줄

 

p.86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p.128~129

북유럽 어느 나라에 비만 치료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센터가 있다. 식이 요법, 운동 요법, 약물치료, 수술 등을 하지 않는 특이한 센터다. 비만인 고객이 오면 먼저 누드 사진을 찍는다. 애프터를 도보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비포의 상태를 가능한 형편없이 찍어대는 저렴한 사진이 아니라 작가가 예술적으로 찍는 누드 사진이다. 그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고객이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놓고 생활하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고객은 알아서 식사량을 줄이거나 알아서 운동을 한다. 그래서 체중 감량에 성공하게 된다. 누드 사진을 몇 개월에 한 번씩 다시 찍고 일상에서 계속 보도록 한다. 이런 방식만으로 감량된 체중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금방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식이 요법이나 운동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알아도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워서다. 이 센터는 자기 몸을 계속 바라보고 의식하게 만듦으로써 단번에 목표에 도달했다. 자기 몸을 '거부감이 들지 않고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그러나 또렷하게' 계속 떠오르게 해서 스스로 해결을 주도하게 만든 것이다.

 

p.132

공감은 그저 들어주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듣는 일이다. 정확하게라는 말은 대화의 과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공감에는 과녁이 있다. 과녁에서 멀어지는 대화는 지리멸렬해진다.

 

p.140~141

공감은 좋은 말 대잔치나 칭찬의 립서비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옳은 말 같은 비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공감은 상대에게 전하는 말의 내용 자체가 따뜻한가 아닌가가 핵심이 아니라 그 말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말이 어디에 내려앉는 말인지가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향하고, 존재 자체에 내려앉는 말이 공감이다.

 

p.142~143

공감은 누군가의 불어난 재산, 올라간 직급, 새로 딴 학위나 상장처럼 그의 외형적 변화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 자체, 그의 애쓴 시간이나 마음씀에 대한 반응이다. 그럴 떄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인정받고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 사람은 그런 외형에 덜 휘둘리며 살 수 있게 된다.

 

p.167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음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비로소 분노의 지옥에서 빠져나온다.

 

만약 그녀가 실제로 부수고 누군가를 해코지했다면 그래도 옳은가. 자해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래도 옳은가.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으니 그녀의 파괴적 행동과 판단도 옳은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p.170

공감자는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너도 마음이 있지만 나도 마음이 있다는 점, 너와 나는 동시에 존중받고 공감받아야 마땅한 개별적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도 공감적 관계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관계를 끊는 것이 너와 나를 동시에 보호하는 불가피한 선택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나에게는 파괴적인 행위고 상대에게는 자기 행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양쪽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p.181

나와 너의 관계에서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너'인지 경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너를 공감해야 할 순간인지 내가 먼저 공감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알아야 너와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감을 할 수 있다. 경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공감에 대한 정확성이 높아진다.

 

p.190

어떤 면에서 트라우마 현장 같은 극단적인 고통의 현장에 있는 공감자들은 피해자 보호보다 자기 보호에 사력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 보호에 민감한 사람만이 끝내 타인을 공감하는 일을 감당한다.

 

p.196

화가 난 마음은 공감받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폭력적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은 공감의 대상이 아니며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인 것이다.

 

p.220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불안을 느낀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할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런 걸까?' 곰곰이 나와 내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p.236

내가 선택했어도 열 번 백 번 무를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바꿔도 되는 공인 횟수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그걸 인정해 줘야 한다. 바꿔도 된다는 충분한 인정을 받은 사람이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기의 최종 선택지에 닿는다.

 

p.241

사람은 옳은 말로 인해 도움을 받지 않는다. 자기 모순을 안고 씨름하며 그것을 깨닫는 과정에서 이해와 공감을 받는 경험을 한 사람이 갖게 되는 여유와 너그러움, 공감력 그 자체가 스스로를 돕고 결국 자기를 구한다.

 

p.254

사회 활동 한 번 못하고 아이만 키우다 세월을 다 보냈다며 자기를 낮춰 말하는 주부에게 당신은 차별적 시선을 가진 사람일지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이유로 자신을 도매금으로 평가하는 걸 보면 그와 반대로 근사한 직업, 번듯한 사회 활동을 한 여성은 무조건 우러러볼 거 아니냐고 말이다. 외형적인 조건에 휘둘려 한 존재의 개별성에 주목하는 일을 게을리 하면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폭력자가 된다.

 

p.266

잘 모를 때는 아는 척 끄덕끄덕하지 말고 더 물어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걸 수용하고 공감하려 애쓰는 건 공감에 대한 강박이지 공감이 아니다. 에너지 소모만 엄청나다. 그렇게 계속 버티기는 어렵다.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무슨 수로 공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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