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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슬기로운 논리학

by Diligejy 2022. 4. 2.

p.17~18

"만약 베를린이 독일의 수도라면,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 총리다." 이 진술의 전반부와 후반부는 확실히 참이다. 하지만 그 두 부분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아무 관련도 없다'가 정답이다. 논리는 진술의 내용적 관련성을 따지지 않는다. 일상언어에서 "만일 A라면, B이다"라는 진술은 항상 A와 B 사이의 인과관계를 시사하지만, 논리는 그런 어감을 전혀 모른다.

 

p.18

논리는 현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논리는 오로지 진술들 사이의 형식적 관련에만 관심을 둔다. 즉, 전제에서 도출되는 결론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논리의 전문 영역은 현실을 관찰하여 법칙을 끌어내는 귀납이 아니라 연역이다. 논리 그 자체로는 토론자에게 논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논리는 논증의 타당성을 검사할 수 있다.

 

p.34

일상언어에서 오어('또는')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첫째, 이른바 '배제적 오어exclusive OR'가 있다. 예컨대 "점심 메뉴는 밥 또는 국수다"라는 말을 들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점심 메뉴로 밥이 나오거나 국수가 나오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밥과 국수가 둘 다 나올 가능성을 배제한다. 반면에 "내일은 비 또는 눈이 올 가능성이 있다"라는 문장은 내일 비와 눈이 둘 다 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오전에 비가 오다가 오후부터 눈으로 바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런 오어를 '포함적 오어inclusive OR'라고 하는데, 논리에서 사용하는 오어는 거의 항상 포함적 오어다. 

 

p.50~51

논증, 혹은 추론이란 특정한 전제들에서 특정한 명제가 나온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고전 논리학에는 수많은 추론 규칙들이 있으며 전제들을 그 규칙들에 따라 변형하여 원하는 귀결에 도달하면 증명이 완성된다.

 

가장 오래된 규칙 두 개는 '긍정 논법'과 '부정 논법'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인들도 이 규칙들을 이용했다. 긍정 논법은 다음과 같다. 만일 명제 A에서 B가 귀결되고 A가 참이라면, B도 참이다. 예를 하나 보자.

 

만일 비가 오면, 길바닥이 축축하다.

비가 온다.

따라서 길바닥이 축축하다.

 

긍정 논법을 다음처럼 기호로 나타낼 수 있다.

 

A -> B, A ㅏ B

 

보다시피 전제들 사이에 쉼표를 찍고 턴스틸 기호를 쓴 다음에 귀결을 적는다. 

 

부정 논법은 긍정 논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정 논법을 기호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A -> B, ㄱB ㅏ ㄱA

 

예를 하나 보자.

 

만일 비가 오면, 길바닥이 축축하다.

길바닥이 축축하지 않다. 

따라서 비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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