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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국제정세론

흐름을 읽고 싶다면 -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

by Diligejy 2022. 4. 4.

이 글은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SG, 메타버스, 탄소중립, 수소경제, 공유경제, 친환경, 탈원전과 같은 키워드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등장합니다. 신문을 보면 계속해서 ESG라는 개념이 강조된다 그러면서 패션 산업도, 기존 굴뚝 산업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는다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하지만 신문은 매우 좁은 현상을 보여줄 뿐 어떤 흐름으로 여기까지 전개되어 왔는지 보여주질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에서 말했던 키워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리 없습니다. 이전 과거의 역사 속에서 흐름이 이어져오다가 지금 시대가 주목하자 떠오른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역사 속 흐름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 책을 보다보면 어떤 흐름이 이어져왔는지 세밀하게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매우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키워드는 보통 매우 '선한'느낌의 키워드입니다.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인류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선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 국가, 각 기업별로 계속해서 주판알을 굴리고 있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이 유리한 판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고민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은 보여줍니다. 

 

특히 최근처럼 국제질서가 신냉전이라는 이름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위에서 말했던 개념들이 어떻게 패권경쟁에도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ESG든 무엇이든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상은 매우 숭고하지만 현실속에선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게 해석하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한국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알 수 있고, 만약 계속 이대로 간다면 기후변화 위기 이전에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조업 중심의 국가에서 급진적으로 친환경의 산업구조로 변화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더구나 국토도 좁은 나라라서 재생에너지를 갑자기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비관적이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그 제약조건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적의 해를 찾아내는 게 최선일 겁니다. 

이 현실은 단순히 제조업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 책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메타버스나 ESG같은 개념이 이런 현실 속에서 부상하는 트렌드이고 이런 트렌드는 기존 굴뚝 산업이 아닌 첨단 기술 산업의 영역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읽는건 제조업계 종사자만이 아닌 모든 산업에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탄탄한 자료와 촘촘한 논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밑줄긋기

 

 

p.7

다양한 미래 예측의 모습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습니다. 모두 자원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소유 경제가 공유 경제로 전환되어 자원 활용률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기술과 메타버스 산업은 실물 세계를 가상현실로 대체하면서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합니다. 또 인공지능 기술은 전력망과 교통망을 제어해 에너지 사용을 줄일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근본적 이유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p.26

'리커창 지수' Li Keqiang Index라는 것이 있다. 시진핑 주석 다음가는 중국의 실력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중국 GDP 통계를 신뢰할 수 없어서 대안으로 참고한다는 세 개 지표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전력 소비량, 철도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율로 경제 현황이나 성장률을 파악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가 총리가 되기 전의 발언이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생산 집단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취합하는 과정에서 오류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에너지(전력) 소비량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척도로 삼은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부와 에너지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철도 운송량도 에너지 사용량과 비례 관계가 있고, 은행 대출 증가 역시 에너지 사용을 늘리면서 생산 활동을 증가시킨다.

 

p.28

미국의 학자 노엄 촘스키는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일본의 충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중동 산유국을 장악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중의 남중국해 분쟁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남중국해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에너지가 드나드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 길목에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석유 수입국이 의존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면 아시아의 수입국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석유라는 자원은 부의 원천으로서 복잡한 국제 관계의 중요한 퍼즐 조각처럼 작용하고 있다.

 

p.37

최근 국제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소식이 미국과 이란과의 핵 협상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로 통칭되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한 이후,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해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그중 핵심이 이란의 원유 수출금지다. 2021년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전향적으로 이란과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재개하리라 예상됐다. 또 원유 수출 중단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란이 핵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주리라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 2021년 4월에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2022년 1월까지 일곱 차례 협상이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원유 수출 금지와 해외 자산 동결 등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4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석유와 중국이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연중 지속적으로 하루 40만~60만 배럴의 원유를 이란에서 수입했다. 2021년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250만 배럴인데, 그중 약 5분의 1을 중국이 사준 것이다. 이란의 내수로 소비되는 물량을 고려할 때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이 구매한 것이다. 

 

p.39

석유 제재는 무력을 동반하지 않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무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의 발단이 된 사건은 미국의 대일 석유 금수조치였다. 당시 일본은 석유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1941년 7월, 일본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점령하자 미국은 대일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한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했다. 당시 일본은 원유를 구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주요 원유 생산지였던 인도네시아 등에서 원유를 수송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원유 수송을 방해할 수 있는 미국 태평양 함대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처절한 전투 중 하나였던 1942년 독일과 소련 간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석유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모스크바가 아닌 스탈린그라드에서 양국이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6개월 가까이 처절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곳이 소련 남부의 캅카스 유전지대와 소련 북부의 공업지대를 잇는 석유의 공급로였기 때문이다. 

 

p.60~61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는 배경에는 이란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이 있다. 만약 미국이 중동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전면 철수할 경우, 지역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는 이란이다. 중동의 다른 나라들이 석유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가진 반면, 이란은 '중동의 독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제조업이 발전되어 있고 과학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중동에서 거의 유일하게 식량을 자급할 정도로 농업도 발전되어 있다. 석유 매장량은 세계 4위, 다른 광물자원도 다른 중동 국가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군사력에서도 이란은 2년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징병제를 통해 양적으로 사우디와 이라크 등 주변국을 압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가 약 8,600만 명으로 사우디(3,600만), 이라크(4,200만)의 두 배가 넘는다. 인구 구성에서도 약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경제 제재가 풀리면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졌다.

 

더욱이 다른 아랍 국가들은 수니파 대 시아파, 세속주의 대 원리주의, 쿠르드족 대 아랍 등 다양한 이유로 나뉘어 싸우지만, 이란은 대부분 페르시아 민족이자 시아파라는 점에서 내부 분쟁의 위험도 적다. 역사상 최초로 여러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의 후예라는 자부심과 그 역사에 기초한 민족주의 전통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마디로 이란은 중동에서 인규 구모와 구성, 경제력, 산업 수준, 군사력까지 모든 면에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따라서 만약 중동에서 미국이 철수한다면 중동 분쟁의 큰 축인 시아파-수니파 간 헤게모니 대결이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가 승리할 수 있다. 당연히 이는 미국이 중동에서 추구하는 이익에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p.64~65

이란 핵 합의 복원의 또 다른 동기는 2022년의 석유시장이 트럼프 행정부가 핵 합의를 탈퇴했던 2018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이란 제재 해제는 거대 산유국 이란의 석유시장 복귀를 의미한다.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으로서는 이란의 복귀가 낳을 경제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핵 합의 탈퇴와 이란 제재가 시행됐던 시점은 2018년 5월로,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당시 세계 석유시장에 공급이 넘쳤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제재를 통해 새로운 판매처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이었다. 한국은 연간 1억 배럴을 이란에서 수입해왔으나 이란 제재 이후에는 단 한 방울도 이란에서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연 1억 배럴 이상을 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대형 산유국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원유 수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란의 복귀 시점을 조율할 필요도 있었다.

 

p.68~69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생기기 전,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들을 사용해야 했다. 반면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 서부 연안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연결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고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형 가스관의 개통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전쟁 억지 수단을 잃는 결과를 갖는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들이 주요 운송 수단일 때 우크라이나는 그 가스관을 레버리지로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수단을 제외하고, 상대를 가장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것은 석유와 가스 거래를 막는 것이다. 공급자는 가장 큰 경제적 이윤을 잃게 되고, 수입자는 상버과 일상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자원을 잃기 때문이다. 과거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가 위협할 경우 자국 경유 가스관을 잠그거나 파괴하겠다는 카드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노르트스트림 1, 2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는다. 2021년 9월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이 완공되고, 그 직후인 10월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5만 병력을 배치하며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국가 주력 산업의 손실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75

독일로서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건설에 정치적 부담을 느꼈지만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2000년 이후 유럽의 텃밭인 북해에서 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었다. 특히 천연가스 생산량은 2010년 이후 10년간 약 30% 감소했다. 따라서 유럽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독일에게 대체 공급처 확보는 중요한 이슈였다.

 

그리고 메르켈 총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적극적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0년 발전량의 약 23%를 차지하던 독일의 원자력 비중은 2020년 약 11%로 감소했다.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원자력의 빈자리는 다른 에너지원이 채워야 한다. 그런데 그 공백을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독일은 세게에서 재생에너지를 가장 열심히 확대한 국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전량의 약 24%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2% 미만의 석탄 발전 비중을 보이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p.105

아직도 10억 이상의 인구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것이 에너지 수요 증가의 중요한 근거다.

 

- '2020 엑손모빌의 연례보고서'중에서

 

p.123~124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아주 먼 미래라면 모를 일이지만, 중기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석유는 전혀 다른 용도의 쓰임을 이어갈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수요를 잠식하기 어렵다. 이는 독일과 영국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현재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개발과 사용에서 가장 앞선 곳은 유럽이고 그중에서도 독일과 영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은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독일은 이미 2019년 상반기에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50%에 달했다. 10여 년 전인 2009년에는 그 비중이 약 18%이었으니 10년 동안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매진하며 전기 생산 중 거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국가로 도약한 것이다.

 

그럼 그동안 독일의 원유 소비량은 감소했을까? 그렇지 않다. BP가 매년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독일의 원유 소비량은 일 234만 배럴이었고, 2019년에는 일 227만 배럴을 기록했다. 10년 전 소비 물량에서 약 7만 배럴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석유 소비량은 불과 2.9% 감소했다.

 

이것은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국도 북해에서 불어오는 해상의 강한 바람을 이용해 풍력발전을 빠르게 확대하며, 독일 못지않게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렸다. 영국은 2009년 이후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약 다섯 배로 증가시키면서 2019년 기준 약 37%의 전기를 재생에너지에서 얻었다. 그러나 원유 소비량은 독일처럼 같은 기간 불과 5.5% 감소에 그쳤다.

 

p.126~127

그렇다면 왜 재생에너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유 소비량은 줄지 않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와 석유는 그 쓰임이 달라서 서로의 대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둘은 마치 장화와 하이힐처럼 용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많은 사람이 우리가 쓰는 전기는 석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석유를 이용한 발전 비중은 3~5% 수준이며 화력발전은 대부분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석유의 가장 큰 용도는 휘발유, 항공유 등으로 가공되어 차량, 선박, 항공기 등의 연료로 쓰이는 것이다. 수송용 연료로 전체 석유의 약 50~60%가 소비되며, 그다음으로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약 15~20%가 소비된다. 그리고 남은 일부가 산업용, 난방용 연료나 기타 용도로 활용된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용으로 대부분 사용된다. 재생에너지 중 비중이 가장 큰 수력으로 전기 생산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항공기와 선박의 연료는 될 수 없다. 풍력과 태양광 역시 전기생산의 연료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역시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석유 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재생에너지는 발전용 에너지로 비중을 늘려갈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할 테지만 그것이 석유를 대체할 수는 없다. 물론 전기차가 확산되면 전기가 석유를 대신해 자동차의 동력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석유 소비가 감소하기 쉽지 않다. 우선 전기차는 소형차에 한정해 보급되고 있다. 전기차가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화물차 등 상용차 분야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과 동력이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게다가 소형차 부문에서도 아직 의미 있는 비중이 아니다. 전기차 비중이 높은 독일과 영국의 상황을 살펴봐도 석유 소비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p.129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사회적 합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따라 독일처럼 원전을 줄일지 아니면 영국처럼 화력을 줄일지와 관련될 수 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원전은 탄소 배출이 없지만 위험하고, 화력발전은 저렴하지만 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독일과 영국은 이 문제를 두고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독일은 핵물리학자를 나치의 부역자로 인식한 역사가 있고, 영국은 1950년대 런던 스모그 사건으로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그들의 에너지원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게 그리고 그 선택이 무엇이건 간에, 그들에게 석유는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p.135~136

지하 석유의 부존량을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매장량이라고 부른다. 엄밀하게 구분하면 매장량은 시추를 통해 유전이 발견된 후 상업성이 충분하여 개발하기로 확정되었을 때 부르는 명칭이다. 즉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상업성과 개발 가능성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 숫자다. 개발이 확정되기 전에는 매장량이라 부르지 않고 '자원량'이라고 한다. 개발이 확정된 매장량은 어느 정도 확실한 숫자인 반면 자원량은 산출하는 데 불확실성이 많다. 따라서 지구상에 남아 있는 자원량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IEA가 2018년 말에 추정한 전 세계 남아 있는 매장량과 자원량의 합은 6조 1,650억 배럴이다. 그런데 자원량의 경우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이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고 일부만 실제 매장량으로 전환된다고 본다. 미국 석유평가공학회(SPEE)의 조사를 근거로 개발 가능한 자원량(매장량 포함)을 추정해보면 2조 9,545억 배럴에서 3조 8,475억 배럴 범위 내에 있는데, 이를 현재의 소비량으로 나누어보면 가채년수는 85년 내지 111년으로 계산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원유의 양은 매장량으로 확인된 것이 48년이고, 잠재적인 자원량을 포함하더라도 약 100년에 불과하다.

 

p.146~147

혹자는 원자력을 활용하면 재생에너지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 원자력발전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한국의 발전량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은 약 27%다. 탈원전을 하지 않고, 원전을 현 수준의 두 배(27% -> 54%)로 확대한다 해도 전력 생산의 약 절반 정도만 감당할 수 있다. 물론 원자력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수용성과 환경 영향을 고려할 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전을 두 배로 늘린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한국은 국토가 좁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저탄소 에너지의 한 축을 차지할 필요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재생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 가는 흐름 자체를 막을 수 없다. 국내 전력 생산에서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70%에 이른다. 이것을 어느 하나의 에너지원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수소, 암모니아,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그 효용의 최대치까지 모두 활용해야 한다. 어느 하나의 에너지원이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2020년 기준)

구분 미국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한국 세계평균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20.6% 29.0% 46.7% 44.9% 25.0% 68.8% 21.7% 7.2% 28.6%

출처 : IEA, 'Monthly OECD Eletricity Statistics Revised Historical Data', 2021.

 

p.150

한국은 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수력발전 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다.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대부분 풍력과 태양광을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비중이 큰 재생에너지는 사실 수력이다. 세계 재생에너지의 60% 이상은 수력발전에서 나온다. 나머지 40%가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구성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최상위권인 나라들은 대부분 수력발전의 비중이 매우 높다. 물론 독일과 영국처럼 일부 유럽 국가는 풍력, 태양광 중심으로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이루기도 했으나 재생에너지 비중 상위 10개국은 대부분 압도적으로 높은 수력 발전량을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세계 1위와 2위인 노르웨이와 브라질은 풍력과 태양광 때문이 아니라 지형의 선물인 수력 때문에 재생에너지 모범국이 되었다.

 

p.156~157

2019년 한국의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28.4%로 EU의 16.4%보다 높다. 단순히 제조업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 중에서도 전력 소비가 큰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공업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급격한 에너지 전환은 산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반면 유럽은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적은 금융, 법률, 관광 등 서비스업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생필품보다는 고급 브랜드의 '명품' 사업도 발달하여 전기요금이 경쟁력의 주된 요소가 아닌 면도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탄소국경조정 등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국제 규제와 제도를 도입할 때도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

 

유럽과 한국의 발전량 및 GDP 순위(2020년)

구분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연간 발전량(GWh) 543,383 300,184 510,662 273,150 554,377
GDP 순위 4위 5위 7위 8위 10위

출처 : IEA, 'Monthly OECD Electricity Statistics' 2021.

 

p.180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꼭 필요하다. 이때 유용한 수단이 바로 수소다(수소는 대표적 '신에너지'이며,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 않는다. 수소와 같은 신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칭하여 '신재생에너지'라 한다). 수소 중에서 가장 깨끗한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잉여 전력을 생산할 때 그 전기를 수소 생산에 사용하면 잉여 전력을 버리지 않고 수소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수소의 가장 큰 효용은 재생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저장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의 기능이다. 또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통해서만 친환경적인 생산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수소와 재생에너지는 서로 보완하며 함께 성장해 가야 하는 에너지원이다.

 

p.209~210

한국은 2021년 11월 발표한 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연간 2,790만 톤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블루수소 + 그린수소)로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20%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40%는 자본과 기술 협력을 통해 호주 등 해외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40%는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의 현실화를 호주와 중동 국가들은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의 실현 여부는 그들의 생산 비용이 얼마나 낮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운송 기술의 발전이다. 현재 일본만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액화수소 운반선의 건조를 완료했다. 수소가 대량으로 활용되려면 액화수소 운송 선박이 대량으로 건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2022년 현재 단 한 척 건조된 액화수소 운반선이 단기량에 대량으로 건조되기는 힘들다. 한국 정부의 수소경제 기본 이행계획에서도 액화수소 운반선의 제품화 시기를 2031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당분간 수소를 대량 운송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암모니아가 필요하다. 당분간은 수소(H)를 질소(N)와 결합해 암모니아(NH_3) 형태로 운송 후, 암모니아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거나 암모니아를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상압 -253도에서 액화되는 수소와 달리 암모니아는 -34도에서 액화되고 밀도도 액화수소 대비 훨씬 높아 운송과 저장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암모니아는 에너지 캐리어인 수소를 이송하는 수소 캐리어로서 그 역할을 주목받고 있다.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모델은 생산국-수요국 간 협력을 통해 국제 암모니아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사우디와 'Zero-Co2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2020년 9월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람코로부터 블루 암모니아 40톤을 도입했다.

 

p.220~221

IEA는 2021년 5월 <2050 넷제로> 보고서를 통해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예상대로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강조한다.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이 435엑사줄인데, 이것을 매년 약 1%씩 줄여서 2050년에 340엑사줄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 개선과 사람들의 '행동양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와 미디어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말한다. 이에 따라 대중의 관심과 경각심은 고조되고 ESG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어떤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까? 재생에너지 확대도 물론 중요하다. 특히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 화력발전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것은 시급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국토가 좁은 나라일수록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난한 길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삼림 면적을 줄인다는 논란을 낳기도 한다. 현재 발전량의 약 27% 비중인 원전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곳에 추가로 건설하려면 엄청난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도 원자력도 석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천연가스도 화석연료다. 결국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한 축은 '에너지 사용 절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한 '행동양식의 변화'는 그것이 적극적 대안으로 제시될 때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를 말할 때 그 심각성만을 강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인가를 줄이는 직접적 방법은 그것의 원인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원인을 줄이지 않고,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늘리는 간접적 방법이 우선시되고 있다. 콩을 줄이기 위해서는 콩을 덜 심는 것이 우선이다. 팥을 더 심는다고 콩이 줄지는 않는다.

 

p.224

미국은 2010년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하며 경제 규모가 계속 커졌고, 2018년에는 최대 산유국의 지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는 2014년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천연가스가 석탄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익혁명으로 미국의 석탄산업이 몰락했는데, 이것이 최대 산유국 미국의 탄소감축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p.228~229

한국도 40%에 가까운 석탄발전 비중을 단시간에 다른 자원으로 대체할 수 없다. 2022년 현재도 한국에서는 4기의 신규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한국에서도 석탄 감축 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것이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보다 비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를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탄소감축의 핵심은 석탄발전의 축소이고, 석탄발전 축소의 성공 여부는 발전 비용의 상승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중들이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40% 가까운 양이 석탄에서 오고, 이 사용량을 단기간에 줄일 수 없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기 사용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p.231

중국은 세계 6위의 산유국(2020년 기준)이지만 생산량은 자국 소비량의 약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원유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량 중 가장 많은 물량이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에서 들어온다. 문제는 중동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지나서 오는데, 이 길목에 미국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이 장기간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를 봉쇄하면 중국은 원유를 자급할 수 없다. 원유 수급이 막힐 경우 차량, 선박, 항공기의 가동이 불가할 뿐 아니라 군사 무기도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p.234

문제는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구조에서 성장과 탄소감축을 동시에 추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도 지난 2021년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런데 한국, 일본, 유럽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과 달리 달성 시점을 2060년으로 명시했다. 솔직한 목표였다. 이 목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탄소중립 시점을 2060년으로 했다는 것보다, 탄소 배출의 피크가 되는 시점을 2030년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즉 지금부터 8년 후인 2030년부터 탄소감축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대조적으로 EU는 2021년 7월 '핏 포 55'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5%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2021년 10월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상향 조정하며 논란을 겪었다. 일본 정부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46%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주요국은 2030년을 탄소제로 달성의 중간기점으로 설정하며 도전적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2030년 전후까지 탄소 배출 증가가 불가피하고, 그 이후 탄소감축을 시작해서 2050년보다 10년 늦은 2060년에 탄소제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과 2030년 탄소피크를 선언하자 EU는 탄소피크 시점을 2025년 이전으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에게 5년은 미국을 따라잡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p.246~247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20년 기준 약 10억 6,000만 톤으로 세계 철강 생산량의 57%를 차지한다. 압도적 세계 생산량 1위다. 그다음이 EU로 세계 생산량의 7% 수준이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제조업 중심인 중국 경제의 근간이면서, 세계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탄소 문제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EU는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철강은 CBAM을 우선 적용하기에 전략적 가치가 충분한 분야고, 미국과 EU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철강산업은 국가 안보와 국가 경제에서 비중이 큰 산업이다. 1970년대 포항제철의 성공이 한국 경제사의 의미 있는 성취였던 이유는 그것이 한국 경제 도약의 근간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철강은 중요한 산업이고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그 거래 관계는 상대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활용되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EU에서 CBAM 시행을 공언한 이상, 철강산업에서만큼은 그 적용이 확실시된다. 2021년 10월에 이루어진 미국과 EU 간 철강 관세 합의는 그 전초로 볼 수 있다. 철강에 CBAM이 적용이 된다면 이는 다른 산업으로 CBAM 적용과 탄소세 등의 부과 확산을 야기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 상승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탄소감축과 에너지 전환에 의한 비용 변화는 미래 산업의 동향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p.258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싶다면 더 많은 미국인이 더 복잡하고 도시적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고밀도의 도시 생활을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파트는 넓은 의미에서 자원 활용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공유경제의 특성을 갖는다.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많은 것을 공유한다. 이웃과 벽, 바닥, 천장을 공유하고 계단과 승강기를 공유한다. 수도, 전력, 통신 시설은 물론, 놀이터와 주차장도 공유한다. 한 세대가 난방을 하면 그 온기는 벽을 공유하는 이웃에게도 전해지면서 열에너지 사용 효율도 제고한다.

 

MIT의 앤드루 맥아피도 시골 생활은 도시 생활보다 덜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외딴 시골에 주택을 지어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많은 곳에 수도, 전력, 통신 등의 기반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소수를 위해서 자연이 훼손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 세대만 거주하는 교외 주택은 자원 사용의 효율성 면에서 좋은 형태가 아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살 때 사람들의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기반 시설을 공유하는 정도는 커진다. 따라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모습은 탄소감축 시기에 더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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