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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국제정세론

리더가 사라진 세계

by Diligejy 2022. 4. 10.

p.29~30

이러한 상황은 G제로 세계의 문제가 무엇인지, 나아가 그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신흥 세력은 지난 150년간 서구 국가들이 추진한 산업화가 오늘날 기상학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재앙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부자 나라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정화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할 자격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게는 없다고 말한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반면 선진 세력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개발도상국들이 대부분의 환경 문제를 야기할 주범이 될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또한 기후 문제는 범지구적인 사안이라서 미국과 유럽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아무리 줄여도 개발도상국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해결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이들의 주장 역시 일리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늘날 산적한 정치적, 경제적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는 이제 선진 세력과 신흥 세력 모두로부터 그 부담과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동안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G제로의 도전 과제다.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구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장기적인 협약과 투자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공 건강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고, 다양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총대를 메고 타협안을 강제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리더가 필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국제적인 공동체들의 움직임을 '막을'수 있는 힘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나갈 정치적, 경제적 힘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p.32~33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세상을 통치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불거진 것처럼, 미국의 부채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이런 과중한 재정적 문제는 전면적인 대테러 전쟁을 선포한 조지 부시 시대의 막대한 지출이나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금융위기의 대응책으로 추진했던 경기 확장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상 '채무위기'라 할 수 있는 오늘날 미국의 부채 문제는 사실 수십 년간 미국의 여러 대통령과 의회가 묵인한 가운데 점진적으로 악화돼왔다. 이 주제 연구의 권위자인 마이클 만델라움 교수는 2008년 금융시장 몰락 이전의 47년 동안 미 의회가 연방 예산의 균형을 맞추었던 해가 다섯 번에 불과했음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늘날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건강보험인 의료부조 같은 복지 프로그램의 규모는 미국 연방 예산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의 7700만 베이비붐 세대들이 2011년부터 연금과 의료 보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단 그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총비용이 2010년 미국 경제 규모의 네 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과 의료보험 비용이 증가하면서 연방정부의 적자 폭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세대가 채 지나기 전에, 미국 정부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만 할 것이다.

 

채무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은 지금 매일 40억 달러의 자금을 계속해서 빌려오고 잇으며, 그중 절반은 중국에서 빌린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미 지속적으로 미국을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p.55~56

현실은 좀 복잡하다. 모든 회원국들이 동시에 똑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G20은 아무런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던 2008년 11월의 워싱턴과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미사여구와 훈훈한 결론 이외에 특별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함께 사진을 찍고 고상한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 외에는 20명이나 되는 협상가들 모두가 특정한 주제에 대해 동의하도록 설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동의가 가능하려면 아주 근본적인 정치적, 경제적 가치가 공유되어야 한다.

 

G7에 참석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의 자유,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가치에 대해 토론할 필요는 없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미국과 유럽, 일본은 기본적인 원칙을 제도적으로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G20의 경우, 주요 사안들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입장 차이가 난무하고 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입장 차이는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협력을 위한 모임인 G20이 싸움터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이 결핍된 이러한 상황은 향후 몇 년 동안 가장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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