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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국제정세론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by Diligejy 2018. 3. 13.

p.10

오늘날 '규칙을 기반으로 한' 이 체계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체계에 속한 국가들이 '각자 자기 몫을 해야 한다', '21세기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공동 체계에서 '책임감 있는 이해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자주 경고받는다는 사실은 그 체계에 대한 공유된 정의가 없거나 '공정한' 기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규칙을 처음 정할 때 크게 관여하지 못한 비서양권 지역들은 현재 형태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이 그 규칙을 수정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국제 사회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끊임없이 거론되지만, 분명하거나 합의된 목표와 수단, 한계를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 시대는 때로는 필사적일 정도로 끈질기게 세계 질서라는 개념을 추구한다. 그에 비례하여 혼란은 전례가 없을 만큼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고 국가가 해체되며, 환경 약탈에 영향을 받고, 집단 학살의 관행이 지속되며, 인간이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등을 조장할 만한 신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정보 접근 및 전달 방법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지역을 통합하고 전 세계적인 이벤트를 계획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가 지도자들에게 하나의 슬로건으로 표현할 수 있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면서 신중한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질서의 제약도 초월하는 세력들이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에 직면하고 있는가?


p.12~13

세계 질서라는 개념은 그 시대 정치인들에게 알려진 지리적 범위까지만 적용되었다. 이 패턴은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났는데, 대체로 그 당시의 지배적인 기술로는 단일한 글로벌 체계를 운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한 지역의 힘을 다른 지역의 힘과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각 지역은 자신의 질서가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질서들은 '야만적'이라고 규정했다. 서로 다른 질서들은 자신들의 기존 체계로서는 이해하기 힘들 뿐 아니라, 위협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들과 무관해 보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었다. 각 지역은 자신들 앞에 전개되는 상황을 다스리며 세상을 관리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가장 정당한 조직의 원형이라고 규정했다.


p.16~17

편하게 세계 공동체라 불리는 현대의 글로벌 베스트팔렌 체제는 개방 무역과 안정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조성하고, 공동의 분쟁 해결 원칙을 수립하며, 전쟁 발발 시 전쟁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국제법 및 조직 체계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세계의 혼란스러운 특징을 감소시키려고 애써 왔다. 국가들로 이루어진 이 체제는 이제 모든 문화와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이 체제의 제도들은 다양한 국가들의 상호 작용에 중립적인 토대를 제공해 왔으며, 그 토대는 대개 각 국가의 가치관과는 무관한 편이다.


그런데 그 베스트팔렌 원칙들이 현재 사방에서, 때로는 세계 질서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도전받고 있다. 율버은 자신들이 구상한 국가 체계에서 벗어나 주권 공유라는 개념을 통해 그 체계를 초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세력 균형 개념을 고안해 낸 유럽이 그 새로운 제도에서는 의식적으로 그리고 엄격하게 힘이라는 요소에 제한을 가했다. 군사력을 약화시켜 온 유럽은 보편적인 규범이 무시되면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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