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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전거 여행

by Diligejy 2016. 9. 18.

p.38

풀은 풀의 비애로써 인간의 비애를 헐겁게 한다.


p.46

대나무로는 무기도 만들고 악기도 만든다. 죽창과 피리가 모두 대나무다. 대나무로는 연장도 만들고 가구도 만들고 농기구도 만들고 사군자도 친다. 세상을 깨부수고 바꾸려는 사람들은 대나무숲으로 와서 무기를 구했고, 세상을 버리고 숨으려는 사람들은 대나무숲으로 돌아와 누웠다. 그래서 대나무숲은 세상으로 나가는 전진기지이며 세상을 버리고 돌아오는 후방의 쓸쓸한 낙원이다. 대나무숲은 전투적 이념의 절정이며 은둔의 맨 뒷전인 것이다.


p.53

삶은 소설이나 연극과는 많이 다르다. 삶 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p.69

갈대는 빈약한 풀이다.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늙음을 간직한다. 그것들은 바람인 것처럼 바람에 포개진다.

그러나 그 뿌리는 완강하게도 땅에 들러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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