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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권력의 심리학

by Diligejy 2023. 3. 11.

 

p.34

연구진은 몇몇 대학가에 '감옥 생활' 광고를 붙이고, 다른 몇몇 대학가에는 '심리학 연구'광고를 붙였다. 감옥 실험에 자원한 집단 하나와 일반적인 심리학 연구에 자원한 집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있었을까?

 

모집 기간이 끝나자 연구진은 잠재적 참여자들을 모아 심리 검사와 철저한 인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자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다. 감옥 실험 광고에 자원한 사람은 일반적인 연구에 자원한 사람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공격성, 권위주의, 권모술수주의, 자기도취증, 사회지배성을 보였으며, 유의미하게 낮은 기질적 연민과 이타주의'를 보였다. '감옥'이라는 단어를 광고에 넣은 것만으로 불균형적으로 가학적인 학생 집단을 모으게 된 셈이다.

 

이 발견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의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가학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가학적인 사람이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거꾸로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권력은 선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힘이 아니라, 악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일지도 모른다. 이 공식대로라면 권력은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를 끌어당긴다.

 

p.49

몇몇 놀라운 단서에 따르면, 우리는 공정과 평등에 관한 선입관을 타고나지만, 침팬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p.73

분명한 결론은 위계질서와 권력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위계질서와 권력은 협력과 공동체가 생겨나는 데 일조한다. 또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죽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준다. 터친도 여기에 동의했다. "위계는 불과 같습니다. 먹을거리를 익히거나 사람을 불태우는 데 사용할 수 있죠." 그러나 위계가 없다면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모든 이기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개미가 아닙니다." 터친의 설명이다. "우리에게는 페로몬 체계도 없죠. 그러므로 위계질서는 인간이 대규모 사회에서 협력하고 조율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게다가 위계질서는 경쟁을 낳기 때문에 혁신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때때로 좀 더 능력주의적인 사회에서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모두가 똑같이 월계관을 쓰는 데 만족하는 사회보다 훨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p.76

다른 이들을 지배하기를 가장 열망하는 사람이야말로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스스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 오르게 두어서는 안 된다.

 

더글러스 애덤스,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중

 

p.83

우리는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을 얻고, 권력을 유지하는 데 3연승을 올린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세 수준을 모두 통과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생존자 편향 오류의 생존자다. 우리가 강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검게 그을린 채 독일 땅에 추락한 비행기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브러험 월드처럼 보이지 않는 증거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문제를 잘못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

 

p.98

2020년 봄 조지 플로이드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이후, 경찰 개혁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화뒈 올랐다. 문제는 경찰 개혁을 향한 노력 대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에이브러햄 월드가 바로잡기 이전의 장군들과 똑같은 분석적 오류를 범한다는 데 있다. 조직은 이미 일하고 있는 경찰관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만 너무 많은 관심을 쏟고,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경찰 지망생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경찰을 고치려면 이미 제복을 입고 있는 이들보다 경찰 제복을 입어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

 

p.100

권력자를 모집하는 일은 누가 그 직업을 가지고 못 가지는지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 애초에 누가 지원하는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p.102-103

여기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이런 효과는 경찰을 군대처럼 '느껴지게' 하는 몇몇 경찰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연구진은 범죄율, 인구 규모 등의 변수들을 조정한 이후에도 잉여 군사장비를 가장 많이 구매한 경찰서가 애초부터 더 많은 민간인을 사살해온 경찰서이며, '나아가' 해당 경찰서에서 한 해 동안 사살한 민간인 수가 군사장비 도착 '이후로' 상당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많은 민간인을 사살한 경찰서일수록 군사장비를 더 많이 갖고 싶어했고, 군사장비를 더 많이 갖고 싶어했고, 군사장비를 더 많이 가질수록 사살률은 더 증가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경찰개혁에 관한 논의 대다수가 경찰의 전술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훈련 강도 완화, 바디캠 의무 장착, 목 조르기 금지, 무력행사 시 관리 감독 개선 등이다. 시도할 가치가 있는 개혁임은 분명하지만, 모두 경찰의 행동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누가 경찰이 되는지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거의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군인으로 여기고 경찰 활동을 전투로 보면서 과도한 공격성을 보이느 소규모 집단을 재훈련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는 것과 처음부터 덜 공격적인 사람이 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겠는가? 미국의 경찰서장들에게는 경찰 집단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해줄 현대판 에이브러햄 월드가 필요하다. 

 

p.106-107

"만약 지원자가 지역공동체를 대하는 게 군사적이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잘못된 겁니다." 라이언이 설명했다. "우리 경찰관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잠깐만, 저 사람은 잘못된 이유로 온 것 같은데'라고 말이죠." 지역공동체의 경찰을 군인처럼 무장시키고 군인의 채용을 강조하는 대신, 뉴질랜드 경찰은 웰링턴 시내에서 군인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애초에 경찰이 될 수 없음을 확실히 한다. 겨여찰 활동에 자연스레 이끌리지는 않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유인하여 채용하고 심사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전체 지원자 수가 24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꽤 중요한 변화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더 좋은 사람에게 권력을 주려면 경쟁률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성 지원자 수는 29퍼센트, 마오리족 지원자는 32퍼센트 증가했다. 현재 뉴질랜드 경찰 네 명 중 한 명이 여성인데, 이는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한 미국과 대비된다. 뉴질랜드 경찰은 뉴질랜드의 인종 구성 비율을 거의 근접하게 대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주요 경찰서 수백 곳은 자신들이 순찰하는 지역공동체보다 백인이 평균 30퍼센트 더 많다. 예컨대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에게 살해당한 것을 계기로 폭동이 발생했을 당시, 지역공동체의 주민 세 명 중 두 명이 흑인이었다. 반면 퍼거슨의 경찰관은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백인이었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뻔한 문제들 이외에도, 경찰 활도오이 인종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인식은 악순환을 만든다. 경찰이 인종적 소수 집단을 학대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진다면, 인종적 소수 집단을 학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경찰에 지원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경찰 개혁의 어려움 중 하나다. 경찰 활동을 개선하려면 더 좋은 채용이 필요하고, 더 좋은 채용을 위해서는 경찰 활동을 개선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이들은 독일 땅에 추락한,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기들과 마찬가지로 경찰에 지원하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희망자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뉴질랜드 경찰은 전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권력 남용이 적은 경찰 중 하나로 거듭났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경찰에 의해 사살된 뉴질랜드인은 단 21명, 1년당 평균 0.8명꼴이다. 인구수의 차이를 조정해 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 경찰은 연간 50여명을 사살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인구수 조정 없는 실제 수치를 보자면 미국 경찰관은 2015년 한 해 동안 1,146명의 민간인을 사살했다). 미국 경찰은 뉴질랜드에서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경찰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누가 경찰이 되는가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채용 정책을 제대로 고안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권력을 향해 달려드는 질 나쁜 불나방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p.121

우리는 대개 어떤 사물 또는 사람이 실제로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집착한다. 권력도 다르지 않다. 지도자처럼 보이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기 더 쉽다. 둥잉시에서든 덴버에서든, 우리는 정확히 잘못된 근거를 바탕으로 온갖 사람들에게 권력을 준다. 중국 공장에서 목슬리에게 신뢰성이 뒤따랐던 것은 그가 백인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구 사회라고 크게 다를까? 왜 우리는 그토록 소수의 사람에게 그토록 많은 지배력을 주는 것처럼 보일까?

 

미국의 500대 기업 중 468개가 남성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여성은 6퍼센트에 불과하다. 같은 500대 기업 중 백인이 운영하는 기업은 461개로, 백인이 아닌 CEO는 8퍼센트뿐이다. 전체 미국인 중 백인이 아닌 이들은 40퍼센트다.

 

미국의 총인구에서 백인 남성은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종합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500대 CEO 중 전체의 86퍼센트를 차지하는 431명이 백인 남성이다. 사실 포천 선정 아시아계 CEO(16명)와 라틴계 CEO(11명)를 합한 수와 같다. 목록에 이름을 올린 흑인 CEO는 4명에 불과하다. 라틴계 또는 흑인 CEO 중 여성은 없다. 

 

p.125

권력은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개인도 혼자서 강력할 수는 없다. 강력해지려면 지배를 받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권력은 가지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p.156

감정은 패자 측에서 발견되는 화학적 이상이다.

 

- 셜록 홈스

 

p.172

사이코패스가 타인에 대해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 가지 감정은 사이코패스에게서 자연스럽게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다. 바로 분노다. 사이코패스의 뇌가 공감의 사막이라면, 한편으로는 분노의 우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비정상적인 뇌는 사이코패스적 개인이 권력을 더 효과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할까?

 

p.179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불공정한 제안을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결정을 내리는 동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는 규범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뇌 영역이 가장 크게 활성화됐다. 이 결정은 도덕적 결정으로, 어떤 세상이 '마땅한지'에 관한 감정적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높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기록한 이들은 같은 뇌 영역이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았다. 대신 사이코패스들에게서 두드러지는 뇌 영역, 즉 분노와 관련된 뇌 영역이 80:20 제안을 받았을 때 활성화됐다.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 자신이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받지 못한다는 게 개인적 모욕으로 느껴지기 떄문에 화가 난 것이다. 미묘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다. 라우치와 같은 실패하는 사이코패스는 화를 조절하지 못하며,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80:20 같은 제안을 받았다가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제안자의 집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이코패스는 화를 다스릴 수 있는 한편, 연민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많은 이들이 두 가지 요소의 조합을 이용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간다.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이들은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동료를 버릴 것이다. 이들의 무감각한 뱀의 뇌는 양복 입은 뱀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 

 

p.222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독재정권을 물려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망가진 시스템 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맥락이 부여하는 제약으로 인해, 우리는 완전한 자유의지를 누리지 못한다. 우리 행동은 좋든 나쁘든 이런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p.236-237

이제 그의 입장이 되어보자. 그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사회과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반사실적 조건문'이라고 한다. 반사실적 조건문이 다음과 같이 명백하다고 해보자. 아피싯이 시위대의 확산을 그대로 두었더라면 시위대는 내전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을 것이고, 내전으로 인해 2만 5,000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아피싯을 가리켜 잔혹한 살인자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수천 명의 목숨을 어깨에 짊어지고 권좌에 앉아 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말하기는 어렵다.

 

p.237-238

장 폴 사르트르의 희곡 [더러운 손]에서 허구의 공산주의 서기장 에드레르는 이처럼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를 논한다. "내 팔꿈치 바로 위에는 더러운 손이 붙어 있다. 나는 이 손을 오물과 피에 담갔다. 당신이라면 순수하게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평범한 사람들은 심각한 도덕적 범죄를 피할 수 있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길, 또 다른 선택지가 '언제나' 존재한다.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망치게 될 결정을 의도적으로 내리거나 그 기미를 눈치채고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우리는 그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차마 마주할 수도 없고 참을 수도 없는 선택을 대신 해줄 사람을 선출하고, 임명하고, 고용한다. 이에 따라 우리의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은 때때로 '모든' 선택지가 부도덕한 상황에 내몰린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처참한 결과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권력자들의 괴기스러운 남용 행위 또는 폭력을 용서하자거나, 눈감아주자거나, 정상화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정치 지도자는 자신이 허가하거나 가능케 한 모든 인권 유린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권력자가 두 가지 끔찍한 선택지의 무게를 두고 그 중 차악을 선택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p.240-241

역사가들은 처칠이 해독된 암호를 통해 시드니함을 비롯한 다수의 호주 군함이 곧 공격을 받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본다. 처칠은 침묵을 지킨다면 해당 군함이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그 정보를 호주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시드니함에 경고를 한다면 이니그마 암호가 풀렸다는 사실을 독일이 알아낼 가능성이 너무 컸다.

 

1941년 11월 19일, 시드니함은 독일 순양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승선한 645명 전원이 사망했다. 처칠은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을 더럽혀 훗날 나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남북전쟁이 막바지에 달했던 1865년 초, '정직한 에이브러햄'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골적일 만큼 정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행동했다. 미국 내 노예제를 폐지할 수정헌법 제13조의 통과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링컨은 사실상 하원 내 반대파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 노예제와는 무관한 입법적 뇌물을 이용해 그들의 표를 산 것이다. 하원 의원 새디어스 스티븐스는 이렇게 말했다. "19세기에 가장 위대한 조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완전무결한 사람이 지원하고 선동한 부패를 바탕으로 통과됐다." 완전무결했지만, 훨씬 더 큰 대의를 위해 손을 더럽히는 일은 예외였다.

 

처칠과 링컨은 너무나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므로, 이 일화들은 저명한 역사가들의 손을 거쳐 미화되어왔다. 그러나 다른 많은 권력자의 경우, 더러운 손 문제는 지도자를 실제보다 더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해 우리의 평가를 왜곡시킨다. '권력은 부패한다'고 하면 보통 권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전보다 더 악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권력자들은 단지 더 나쁜 결정을 내려야 할 뿐이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정직한 에이브러햄이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혀 노예제를 폐지하고 처칠이 나치를 무찌르는 데 필요한 일을 결단력 있게 해냈음에 감사해야 한다. 권력자에게는 부도덕한 행동이 가장 도덕적인 선택지일 때가 있다.

 

p.250

겉으로 보기에는 독재자가 절대 권력을 향한 갈증 때문에 점점 더 정신을 놓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더욱 정교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권력 탓에 부패한 게 아니다. 그들은 나쁜 짓을 더 잘하는 방법을 배웠을 뿐이다.

 

p.252

누가 '악인'인지를 판단하는 우리의 본능은 그 사람이 얼마나 자주 악행을 저질렀는가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판단은 악행을 저지르고 타인에게 피해를 미칠 쉬운 기회를 개인이 얼마나 자주 마주하는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통찰은 권력자와 특히 관련이 있는데, 권력이 따르는 자리에 앉으면 필연적으로더 자주 (그리고 더 결정적인) 악행을 저지를 기회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p.278

켈트너의 권력 연구는 권력자들이 자제력을 잃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권력에 취한다'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다. 자신이 강력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수록,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덜 쓴다. 타인의 기분을 읽는 능률이 떨어지는데, 타인과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칙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다. 켈트너는 이렇게 설명했다. "고조된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먹고 성관계를 가지거나, 도로의 규칙을 위반하거나, 거짓말하고 사기 치거나, 절도하거나, 야비하게 이득을 취하거나, 상스럽고 속된 말 또는 무례한 방식으로 소통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p.314~315

영장류 사촌은 이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적은 권력과 낮은 지위, 또는 높은 지위와 적은 지배력 탓에 상당한 생물학적 스트레스 요인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여 스트레스의 부정적 효과를 물리칠 수 있다. 우리의 생물학은 각자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겠지만, 친구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비인간 영장류와 달리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획일적이지 않다. 회사에서 서열이 낮은 사람도 교회나 성당, 모스크에서 높은 서열에 자리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소프트볼팀에서 존경받는 주장일 수도 있고,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고 존경해주는 가족 사이에서 자신에게 힘과 결정권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덜 복잡한 종에서는 죽음과 노화의 위험이 더 일차원적인 사회적 지위와 일률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태피스트리처럼 촘촘하게 짜인 인간의 현대 사회생활은 우리에게 그 위험을 모면할 기회를 준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가능한 한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늘려야 한다.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정상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법처럼 지배력을 한순간에 늘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승진에 도전할 각오가 됐다면, 이를 위해 당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과 살마을 포기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

 

p.324

당신의 지인 중 국회에서 사람들을 대표할 때 강력한 도덕적 세력이 될 수 있는 사람이나 고무적이고 책임감 있는 CEO가 될만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모든 사람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경이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대부분은(또는 전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정치에 손을 대거나 대기업 임원실 근처도 가지 않을 사람들이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 과제는 이처럼 나서지 않고 부패하지 않을 사람들이, 자기야말로 신이 인류에게 내려주신 선물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져 마땅하다는 믿음을 타고난 자만하는 나르시시스트이자 부패할 사람들과 더 많인 경쟁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p.344~345

많은 돈을 들이면 더 잘하는 선수들을 살 수 있으므로, 두 감독을 비교할 때는 연봉 총액 또한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역사상 최악의 팀이라고 해도 보통은 전체 게임 중 3분의 1 정도는 승리를 거두므로 최악의 성과에도 하한선이 있다. 즉, 세계 최악의 감독이 지휘하는 역사상 최악의 팀도 예정된 162경기 중 약 54경기에서는 아마 승리를 거둘 것이다. 이 때문에 통계학자들은 성과를 평가하는 훨씬 더 좋은 측정 기준을 고민했다. '최악의 팀도 가져갈 54승을 제외하고, 그 이상의 승리를 거두는 데 한 경기 당 얼마가 들었는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팀이 104경기에서 승리하고, 총 1억 달러를 연봉으로 지급했다면, 50ㅎ뢰의 '추가' 승리(104-50=50)에 1억 달러를 사용한 셈이다. 그러므로 추가 1승당 200만 달러를 지급한 꼴이 된다.

 

톰 켈리가 위험에 처해 있던 1989년과 1990년, 미네소타 트윈스는 다른 수많은 팀보다 추가 승리당 사용하는 돈이 훨씬 적었다. 예컨대 뉴욕 양키스는 승리당 지급하는 금액이 두 배 더 많았다. 켈리는 불충분한 연봉으로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리그 성적에서는 이런 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켈리가 1989년과 1990년 팀을 재편한 이후 성과가 제대로 드러나는 데에도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어린 선수들이 최고의 재능을 발휘하는 데 승패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주의 인내심은 1991년 월드 챔피언이라는 큰 결실로 보답을 받았다. 그러나 보통의 구단주였다면 1990년 이후 켈리를 해고했을 것이다. 

 

이 사례는 리더십에 관한 의외의 교훈을 준다. 우리는 승패를 만들어낸 결정을 평가하기 보다는 승패 그 자체만을 살핀다. 이처럼 좁은 시야 탓에 좋은 결과가 좋은 리더십이고 나쁜 결과가 나쁜 리더십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p.345

야구 감독은 어떤 선수를 팀에 잔류시킬지에 대해 제한적인 발언권만을 가진다. 이런 결정은 대개 필드에 나오지 않는 구단장이 한다. 우리는 야구팀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필드에 나와 있는 감독을 탓하지만 사실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훨씬 안쪽, 즉 팀 수뇌부에서 내린 결정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p.347~348

문제는 결과만 잘 나오면 누구도 의사결정 과정이 어땠는지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성공이 아니라 재난 앞에서만 위임자를 찾는다. 이는 바뀌어야 한다. 운은 성공과 실패에서 너무나도 큰 역할을 담당하므로, 성공적인 결과 또한 절차상으로는 실패에서 출발했던 게 아닌지 정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예컨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은 추운 날씨에 발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링 파손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권력을 가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무시했다. 바로 그 문제가 아직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경고 신호가 이미 드러나 있었다. 발사 후 검토는 절차적 재앙 자체였고, 위험 신호들은 무시하고 내부고발자는 침묵시켰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우주왕복선이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왔으므로 누구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챌린저호는 1986년에 폭발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언제든 폭발했을 것이다. 우발적인 성공에서 가르침을 찾는 일은 비극적인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일만큼이나 중요한데도, 우리 인간은 대체로 이를 간과한다.

 

p.364~365

파인버그는 수십 년 동안 이런 종류의 딜레마를 대하면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첫째는 삶이 한순간 예상치 못하게 급변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삶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번째 교훈은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의 차가운 태도에서 연상되지는 않는 교훈이다.

 

"자애로운 폭군이 되어야 합니다." 파인버그가 힘주어 말했다.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적, 실질적 권력에 건강한 공감과 감성을 더해야 합니다. 이런 특성이 없다면,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곤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없다면 당신은 망한겁니다."

 

이 통찰에는 전략적인 측면이 있었다.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못한다면 보상을 받을 사람이 합의된 금액을 수용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피해자들은 수년을 법정 싸움으로 고생하게 될 수도 있었다. 

 

p.398

2014년 어느 연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사무실 중 거의 4분의 3이 '개방형'으로, 업무 공간을 분리하는 벽이 낮거나 아예 없다. 업무 시간에 잠시 트위터를 하거나 가족 또는 친구와 전화통화라도 하려고 하면 모든 사람이 알게 되고, 그 점을 당사자도 안다. 이런 사무실 설계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일반적이지만, 사실 직원들에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11년 개방형 사무실 연구 수백 건에 관한 검토에서는 이런 설계가 직원을 소외시키고, 스트레스를 높이고, 직업 만족도를 낮춘다는 점을 발견했다. 게다가 개방형 삼쉴의 가장 큰 목적이 협업 증진임에도 현실 데이터는 개방형 사무실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70퍼센트 감소한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파놉티콘 스타일의 업무 공간은 감시에 탁월하지만,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이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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