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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2)

by Diligejy 2016. 11. 9.

p.53~54

사회적 동물은 무리(가족)로 생활하기 위해 애착이란 현상을 토대로 애정 관계와 신뢰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그런데 인류는 높은 지능을 지녔기 때문에 오히려 믿는다는 특성조차 악용했다. 자신에 대한 친밀감이나 애정을 이용해서 상대를 믿게 하고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기술을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타인을 믿거나 관심이나 애정에 굶주려 있는 사람은 심리 조작이 되기 쉽다.


사회적 동물에게 신뢰 관계는 생존이 걸린 기본적인 토대다. 동료끼리 속이는 행위는 혐오하고 멸시해야 할 배신적인 행위로 간주했다. 동료를 속이면 집단 전체에게 규탄을 받고 배제를 당하고 언젠가는 생존이 막히는 운명에 처해졌다.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것은 곧 파멸을 의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속이는 행위는 강하게 금지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료를 배신하기보다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람들과 애착이나 신뢰 관계를 갖지 못하고, 이득과 손실만으로 움직이는 유형의 사람이 갑자기 변이(變異)적으로 나타났다. 그들 대부분은 사회에서 고립되고 살아남을 수 없었지만, 개중에는 대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었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대로 신의(信義)나 인간미를 가장하면서 냉혹하게 계산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신뢰 관계를 희생하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지배자로서 크게 성공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회가 거대화되고 익명화되자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력도 쉽게 감출 수 있게 되었다. 신의가 있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으로 가장하면 과거의 범죄 이력이나 어두운 경력도 알려지는 일이 없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다. 예전이라면 누구나가 과거의 행적이나 평판을 알고 있어서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던 사람도 표면적인 모습이나 거짓말, 자신감 넘치는 말로 사람들을 믿게 할 수 있게 되었다.


p.59~60

일개 시민이 구루로 바뀔 때 생기는 심적 메커니즘은 자기애적 방위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허약한 정신 구조를 가진 사람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혔을 때 낙담과 절망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과대 자기(전능감에 빠져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를 팽창시켜 전능감으로 무장하고 타인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경멸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고 한다.


멸시받고 모욕을 당했던 존재는 자기애적 방위에 의해 자신감이 없는 남자가 아니라 신과 같은 확신에 찬 존재로 바뀌려고 한다. 이에 따라 실제 사람들에게 숭앙받는 존재가 된다. 이전에 고난을 겪었던 시기는 자기애적 방위에 필요한 극한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리를 손에 넣은 성자라고 해도 구루 자신이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애적 방위로 깨달음을 얻은 존재로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능감이 훼손되는 상황에 처해지면 자기애적인 분노에 사로잡히고, 피해망상적으로 변하거나 신경쇠약이나 자아분열을 일으키며 붕괴한다.


p.60

전능으로 비대한 과대 자기를 안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죽을 때 세계를 동반자로서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 십상이다. 그 사람에게는 자신이 세계보다 중요하며 자신이 죽어 없어진 뒤 세게가 존재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p.61

특별한 존재이고 싶어하면서 아무 확신도, 자신도 없는 사람은 진리를 깨달았다고 설파하는 존재에게 복종하고 제자가 됨으로써 자신 또한 특별한 일을 해낼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착각은 구루가 특별한 존재라고 믿음으로써 자신도 특별한 존재가 되는 사고 구조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구루가 성자가 아니라 성자인 척하는 사기꾼이라면 그는 특별한 존재가 아닐 뿐 아니라 자신 또한 사기꾼에게 놀아난 어리석은 자가 되어 아무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요컨대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고 싶다는 바람이 구루를 계속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구루를 의심한다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의미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p.69

심리 조작이 된 사람이 지닌 최대의 특징은 의존성이다. 컬트 종교에 빠지거나, 반사회적인 동료에 의해 억압받거나,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매달리거나, 왕따나 학대를 당하거나, 과보호하는 부모에게 지배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사소한 일을 할 때도 지배하는 사람의 의향이나 안색을 살피고 거기에 맞춰서 산다.


p.79

의존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은 심리 조작을 해제시킬 때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멀리 떨어져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점차 의존관계가 무너져간다. 새로운 의존 대상을 찾지 않으면 자신을 지탱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면 심리 조작이 풀어진다.

 

p.89

고립되거나 정신적인 지주가 결핍된 상태에 놓이면 심리 조작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애착 관계가 붕괴되고 정신적인 관계가 약해지고 '무연사회(無緣社會)'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심리 조작에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p.95~96

논리 정연한 이론으로 상대의 저항을 무너뜨려서 상대를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은 결코 쉽지가 않다. 오히려 선의를 가진 제3자의 의견을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신은 속고 있다"고 암시를 주거나 "되려고 하면 왕도 될 수 있는데"라며 예언과 같은 말을 슬쩍 흘리는 편이 정공법으로 설득하는 것보다 마음을 움직인다.

 

직접적인 설득보다 간접적으로 넌지시 알려주는 방법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18세기에 최면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무엇보다도 강력한 심리 조작 기술은 암시였다. 다만 당시에는 그것이 암시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다.

 

직접적인 설득은 타인을 자신의 생각에 따르게 하겠다는 의도 아래 이루어진다. 그런데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본능적으로 타인의 의도에 좌우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설득하면 함락시키기 어렵다.

 

한편 제3자적인 암시는 설득하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은 듯이 행동함으로써 저항을 피할 수 있으며, 제3자의 눈으로 본 '관찰한 사실'만을 전해주는 듯이 보이게 한다. 그 누구에게도 그 말을 믿어달라고 말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말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p.105~106

그렇다면 프로이트는 왜 자네와 같이 암시에 의한 기억이나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고정관념을 수정하는 방법(프로이트는 이 방법을 '최면 암시법'이라고 불렀다)이 아니라, 말로써 억압을 푸는 방법을 썼던 걸까. 프로이트가 최면적 암시법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는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면적 암시법으로 증상이 일시적으로 개선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버리는 일을 수차례 경험했다. 이것은 지금도 최면 치료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중증 환자일수록 암시에 의한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아무리 애를 써도 최면에 들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런 사람들에게는 최면 치료를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좀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면이란 방법에 의지하면 자신의 문제와 마주 서서 인식하는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사오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우해서는 자신의 문제와 마주서서 저항하는 마음을 인식하고 문제를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인에 의해 잠재의식을 조작하여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문제를 직시하고 의식화하고 언어화해야지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신념이 정신분석이란 새로운 치료법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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