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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by Diligejy 2017. 7. 10.

p.27

종전의 세계화는 운송비용의 하락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철도, 증기선, 자동차의 발명 덕분에 사람들은 전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곳을 더 빨리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세계화는 통신비용의 하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칩, 위성, 광케이블 그리고 인터넷 등의 덕분이다. 이런 신기술은 세계를 더 단단하고 촘촘하게 엮어주고 있다.


p.29

지금의 세계화는 정치적으로도 1900년대 세계화와 다르다. 종전의 것은 영국의 힘, 영국의 파운드화 그리고 영국의 해군에 의해 주도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것은 미국의 힘, 미국의 문화, 미국의 달러화 그리고 미국의 해군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p.44

냉전 체제를 관통하는 한 가지 특징으로서 '분열'을 들 수 있다. 세계는 여러 개의 작은 구역으로 조각나 있었고,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회나 겪게 되는 고초는 모두 그 중 어느 구역에 속해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p.46

문화적으로 볼 때 지금의 세계화는 '미국화'의 확산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p.48

냉전 시대를 측정하는 핵심적인 잣대는 '무게', 특히 핵 미사일의 발사중량이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의 특징적인 잣대는 '속도'로, 상업, 여행, 통신 그리고 혁신의 빠르기다.


p.48

냉전 시대에 가장 빈번히 제기된 질문은 "당신은 누구 편인가?"였다. 세계화 시대에 가장 빈번히 제기되는 질문은 "당신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이다. 냉전 시대에 두 번째로 흔한 질문은 "당신네 미사일은 얼마나 크지?"였다. 세계화 시대의 질문은 "당신네 모뎀은 얼마나 빠른가?"이다. 냉전 시대의 결정적인 문서는 '조약'이었다. 세계화 시대의 결정적 문서는 '거래'이다.


p.51

독일 사상가 칼 슈미트의 표현에 따르면, 냉전 시대가 '친구'와 '적'의 세계였다면, 세계화 시대는 친구건 적이건 모두 '경쟁자'로 바뀌는 세상이다.

냉전 시대 사람들의 공포는 적에 의해 멸종되는 것이었다. 이때 우리를 섬멸할 적은 불변의 일정한 성질을 지닌 고정적 존재로서, 누구나 존재와 기본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비해 세계화 시대 사람들의 공포는 적이라는 개념의 급속한 변화에 있다. 이때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는 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며, 그 존재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내 일자리, 내가 사는 지역사회, 내가 다니는 직장이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경제적 기술적 힘에 의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개연성만이 인지될 뿐이다.

냉전 시대의 방어 시스템은 레이더였다. 장벽 너머 외부에서 오는 위협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화 시대의 방어 시스템은 X-레이더다. 이는 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냉전 시대 정부 공직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 군비통제 협정을 이끌어내는 협상가였다면, 세계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공직자는 무역협정에 나서는 협상가다.

p.71
전체를 알지 못하고는 전략이란 있을 수 없다

p.74
복잡한 비선형 체제를 대할 때는 이를 우선 여러 조각으로 분해한 후 각 부분에 대해 탐구하고, 그러고선 반드시 이들 여러 부분들간의 상호작용까지 연구해야만 한다. 오직 이 길만이 전체 체제를 묘사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p.79
세상의 반쪽은 더 좋은 렉서스를 만들고자 노력하며 냉전으로부터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반쪽은 아직도 누가 어느 올리브나무의 주인인지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세계화 체제에서 번영을 구가하고자 현대화에 진력하면서 경제체제를 합리화하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그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p.84
정보의 중개는 세상을 투시해 보는 렌즈를 제공하지만, 렌즈만으로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렌즈를 통해 무엇을 보고 있고, 아울러 왜 보고 있는가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창세기 때부터 내려오는 인간의 해묵은 욕망, 즉 물질적 욕구와 귀속 욕구가 오늘날의 이 현대판 세계화 체제에서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가가 우리의 관찰 대상이요 이유임을 알 필요가 있다.

p.93
세계화 체제에서 올리브나무가 그렇게 승전고를 울릴 때, 거기에는 항상 비싼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p.97
세계화 체제의 존속 여부는 부분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이러한 균형을 잘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올리브나무를 튼튼하게 건사하지 못한 나라는 결코 제대로 존속할 수 없고, 설사 생존한다 하더라도 세상에 완전히 자신의 문호를 개방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올리브나무만을 갖고 있을 뿐, 렉서스를 갖지 못한 나라는 아예 성장하지 못하거나, 성장한다 해도 그리 튼튼하지 못할 것이다.

p.111

로렌스 그로스만 전 NBC 뉴스 사장은 이와 같은 기술의 민주화를 아주 간명하게 이렇게 요약했다.

"인쇄는 우리를 모두 독자로 만들었다. 복사는 우리를 모두 출판인으로 만들었다. TV는 우리를 모두 시청자로 만들었다. 디지털화는 우리를 모두 방송인으로 만들었다."


p.125~126
금융의 민주화 덕분에 세계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지난날 '소수의 은행가들'만이 많은 나라의 국가채무를 쥐고 있던 세계에서, '많은 은행가들'이 많은 나라의 국가채무를 소유한 세계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으로 '수많은 개인들'이 연금기금과 뮤추얼펀드 등을 통해 여러 나라의 국가부채를 소유하는 세계로 바뀌었다.

p.141~142
인터넷 혁명과 통신요금의 하락, 그리고 전화, 팩스, 인터넷, 라디오, TV 등의 정보 가전제품의 홍수로 인해 이 세상에는 이제 안전한 장벽이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갈수록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서, 세계 정치에도 새로운 역학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세계의 후미진 한 구석에서 극악무도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더 이상 모른 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알고 모르고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게 되었다. 다만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을 선택권만이 남았을 뿐이다. 또한 세계의 다른 구역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를 누리기 시작했을 때,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이를 자국 국민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시치미를 뗄 수가 없게 되었다. 여기서도 알고 모르고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다만 이를 제공하지 않을 선택권만이 있을 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세계의 지도자들은 모두 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약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 그들은 난관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태는 가면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다.

p.154
이제 정치는 더 이상 지역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정치는 글로벌하게 움직인다.

p.171
오늘날 엄청나게 복잡한 초고속의 세계화 체제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조직 외곽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사람들 손에 들어 있지, 조직 중심부에 있지 않다. 따라서 의사결정을 민주화하지 않고, 또 이들 외곽 지대에 위치한 사람들이 그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권력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국가든 기업이든 실로 심각하게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p.185
오늘날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세상에서는 1등이 아니면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경쟁자보다 더 크고, 더 똑똑하고, 더 빨라야만 합니다.

p.207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게 되면, 이에 동참하고 있는 나라들의 인식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들의 인식이 옳든 그르든 관계 없습니다. 이제 각국은 이런 다른 나라의 인식을 감안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의사결정의 한 중대한 변수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p.214
세계화의 가장 기초적인 진리가 무엇인지 아시오? 그것은 바로 누구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도, 선진강국들도, 그렇다고 나도 아니오. 세계화는 나로 인해 시작된 것이 아니니 말이오. 세계화는 또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아무도 중단시킬 수가 없어요. 물론 당신은 여기서 도피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러자면 귀하의 나라는 참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하지요. 물론 미래의 성장도 포기해야 하오.

p.220
냉전 체제가 국가와 국가간 힘의 균형 위에 세워진 체제라고 한다면, 세계화 체제는 국가와 국가간의 균형은 물론 전자투자자 집단 및 초거대 시장과 국가들간의 균형이 보태진 기반 위에 세워진 체제라고 내가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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