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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3)

by Diligejy 2017. 8. 16.

p.414

컴팩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압도당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컴팩 스스로가 그들 기업의 역할을 매우 한정적으로 규정지었기 때문이었다.


p.419

세계화 체제에서는 한 나라의 지정학적 여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 나라의 성분이 어떠한지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물론 어느 나라나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고 보존해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에 편승해 살아갈 수는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다. 그리고 이것은 현 체제에서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여러 선택사항들 중에서 어떤 선택의 묘를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p.422

내가 어느날 갑자기 벼락 맞은 것처럼 문득 깨달은 사실은, 1999년 중반까지 맥도날드 햄버거 체인점이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p.425

몽테스키외와 엔젤이 실제로 옳았다. 경제적 통합현상이 진척되며 전쟁은 승자에게건 패자에게건 아주 값비싼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p.425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쓰기를 국가와 국가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명예, 공포, 이해관계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그런데 세계화는 명예, 공포, 이해관계를 이유로 전쟁을 시작할 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한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본능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퇴화시킬 의지도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바로 그렇다. 세계를 만드는 주체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올리브나무가 중요한 한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같은 가르침은 지금도 진리이고, 앞으로도 진리일 것이다.


권력투쟁, 물질적 전략적인 이해 추구, 자신의 올리브나무에 대한 강렬한 집착은 마이크로칩, 위성전화,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p.426

이 책을 읽고 계신 모든 현실주의자 여러분을 위해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세계화는 지정학을 종결시키지 못한다."


p.432

나는 이 지도를 보면서 아직도 냉전 시대였다면 그 배들은 소련과 미국의 배였을 거라고 생각헀다. 이들은 각기 알바니아 내의 온갖 세력을 지원하며, 서로 자신의 깃발이 알바니아에 휘날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배후에서 이들을 조종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두 초강대국은 누가 알바니아에 한 발이라도 먼저, 그리고 더 멀리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는지를 놓고 일대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CNN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습은 전혀 달랐다. 지금은 냉전이 아니라 세계화 체제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 체제에서의 승자는 제일 먼저 자국민을 알바니아에서 멀리 대피시키는 나라였다.


p.435

냉전 체제는 지역갈등이 오히려 심해지도록 하고 그것이 범세계적인 문제로 비화되도록 유인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까지 제공했다.


p.442

대전은 거대 국가들이 서로 싸우기를 원할 때만 성립된다. 그러나 세계화 체제에서 거대 국가들의 1차적 반응은 난투극에 바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보스니아, 르완다, 라이베리아, 알제리, 코소보 등 지역분쟁 발생시 오늘날 거대 국가들은 이에 말려드는 대신 우선 이 같은 내부적 분쟁지역 주변에 철의 장막을 친다. 마치 상종 못할 이웃을 피하듯 이런 곳들을 비켜 다닌다. 만약 코소보나 보스니아에서와 같이 피치 못해 개입해야만 할 경우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그곳을 빠져나온다. 왜냐하면 그런 지역을 소유하는 것은 그들의 세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역적인 군사분쟁이 냉전 시대처럼 자동적으로 국제화되는 대신 그저 빈민굴화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외면되고 무시당하기 쉽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당사자들에게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한 지역의 군사적 위기는 그 지역을 빈민굴화시킬 뿐이지만, 경제적 위기는 세계화된다.


p.445

오늘날 이스라엘에서는 어떠한 렉서스 차종이라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더 큰 에너지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즉, 이제 이스라엘은 오늘날 정보 경제의 진정한 힘의 원천인 소프트웨어, 칩, 기타 하이테크 혁신제품들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힘의 원천은 모든 나라가 원하는 것이다. 1970년대 아랍인들이 유대인들에게 어떤 짓을 하건 모든 사람들이 아랍인들로부터 석유를 구입하고자 했듯이, 지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에게 어떤 짓을 하건 모든 나라가 이스라엘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이것은 심대한 지정학적 의미를 갖는다. 이스라엘의 한 경제신문 필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한,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얼마나 가혹하게 탄압하건 그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p.480

그린메일을 잘 구사할 정도로 경제에 능통하면서도 그린피스 단원의 성정을 지닌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p.508~509

때로는 이윤동기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윤동기는 너무나 쉽사리 모든 문화적 상징물의 상업화와 착취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경우에 필요한 것이 중산층과 엘리트층이다. 이들은 비록 자신들에게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화적 상징물 보존을 위해 모금운동 등 사회적 움직임을 확산시킬 만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에 분연히 나설 수 있는 중산층과 엘리트층이 필요하다. 인생의 비경제적 측면을 보존함에 있어, 사람들은 시장에서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p.518

세계화의 지속 여부는 어느 정도 우리가 우리 각 사회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필터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한편 다른 모든 사람들의 문화와 환경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보탬을 얻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세계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문화를 채택할 수 있게끔 세계화가 문화교류의 효율적인 통로가 되어준다면(예컨대 앞서 언급한 일본 소녀의 경우 맥도날드 햄버거와 디즈니 월드를 즐기면서도 초밥과 가부키를 간직할 수 있다면), 만약 세계화가 문화의 동질화가 아니라 저마다 독특한 문화의 연합체를 의미한다면, 그리고 만약 세계화가 영혼이라고는 없는 표준화된 세상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더 다양한 세상을 촉진한다면, 그런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p.538

하버드 대학 정치이론가 마이클 샌델이 지적하듯, 결과적으로 종래 지역사회의 동질감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던 구기 경기장은 "더 이상 다양한 인생역정을 겪은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하는 공공 집합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p.608~609

때때로 뉴스는 소란과 소음 속에서 포착된다. 길거리에서의 외침과 벽에 그려진 낙서 등에서 뉴스가 발견된다. 그러나 뉴스는 침묵 속에서도 존재한다. 입 밖으로 내놓지 않는 것으로부터도 뉴스가 발견되는 것이다. 기자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 중 하나는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다. 침묵의 무게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감지할 줄 아는 능력이다.


p.676~677

이 책의 전반에 초지일관 흐르고 있는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세계화가 모든 것인 동시에 그 정반대'라는 생각이다. 세계화는 모든 사람들에게 믿기 힘들 정도로 큰 힘을 부여하면서도 또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위험스럽고 위압적이다. 세계화는 기회를 민주화할 수도 있지만, 공황을 민주화할 수도 있다. 세계화는 고래를 더 크게 하고 새우를 더 강하게 한다. 세계화는 뒤처진 사람을 더 가속적으로 뒤처지게 하며, 앞선 사람을 더 가속적으로 빨리 따라잡게 한다. 세계화는 세계 모든 문화를 동질화시키는 한편,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더 멀리 더 넓게 퍼뜨릴 수 있도록 만든다. 세계화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격렬하게 렉서스를 추구하도록 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자신의 올리브나무에 매달리도록 한다. 세계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에 없이 더 깊숙이 세계 곳곳에 닿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또한 세계가 유례없이 우리 각자에게 더 깊숙이 파고들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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