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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흐름이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2)

by Diligejy 2017. 7. 16.

p.228~230

내가 아는 어느 헤지펀드 트레이더는 기상정보 분석으로만 매일 몇 시간씩을 보내고 있다. 기상정보라! 도대체 기상정보에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것인가? 그의 설명은 이러했다.


"기상정보를 분석하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기후 추세가 경제 통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1998년에는 겨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경제 실적은 아주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실제보다 미국 경제가 더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과대평가이지요. 저는 살마들의 이 같은 착각을 역이용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서부해변에서 엄청난 지반침하가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태는 바로 소비자물가지수 등 정부 주요 통계집계용 기초자료가 수집되던 주에 일어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사건은 미국 경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그때 잠깐 뿐이지요. 그리고 다음 통계 조사 때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 갑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와 같은 주요 주에서 때마침 지반침하 사태가 발생한다면 당시 집계된 통계치는 사태를 증폭시켜 실제보다 훨씬 더 커보이게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오라, 이제 집수리용품과 자재 등을 판매하는 홈디폿사 주가가 오르겠구나.' 따라서 저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기 전에 홈디폿 사 주식을 사두었다가 발표가 난 후 팔아치웁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정부가 실업률 통계를 내기 위해 표본조사를 하고 있는 시기에 우연의 일치로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25만 명 정도의 비농업분야 고용증대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에 훨씬 못미치는 고작 15만 명의 고용증대로 평가되어 그달의 실업 관련 통계가 발표될 것입니다. 그러면 또 이 지표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구나'하고 결론지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기상 이변이 통계에 반영되면서 이런 착시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대다수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금리 하락을 점치게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시중 채권가격은 올라갈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단지 기후정보 하나만을 갖고, 실업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전에 채권 보유 비중을 높이는 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자, 이제 예상보다 적은 일자리밖에 생겨나지 않았다는 정부 통계가 실제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채권으로 몰려들고, 그래서 채권 값은 올라갑니다. 그러면 저는 사두었던 채권을 다음달 통계가 나오기 전에 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빨리 팔아치웁니다. 왜냐하면 다음달 통계는 전달 통게수치가 기상 이변 때문에 잠시 비정상적이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단지 기후정보 하나만 갖고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가 있습니다. 기후정보는 비단 주식이나 채권 투기뿐만 아니라, 유류 선물, 난방유, 금리, 전기 선물, 천연가스 선물, 소비자물가 인덱스 선물, 콩, 옥수수, 가솔린, 무연 휘발유, 브렌트 원유, 가스 오일, 돼지, 구리, 금, 은 등의 투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다양화되고, 정보량이 풍부해지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가게 해주는 틈새는 지극히 적다. 하는 일마다 시원찮다면, 증권사가 아니라 기상청에 전화라도 해볼 일이다.

p.233
시장의 세계화는 마치 세계 모든 시장이 "효율적이고 유동성이 있으며 수급 균형이 맞는"듯한 착각을 준다.

p.241
엄청나게 더 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인 접속능력과 즉각적인 거래정보로 무장하고 언제 어디에서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전자투자가 집단이 그토록 막강한 동시에 언제 표변할지 모르게 된 또 다른 이유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될수록 시장은 더 안정적이게 될 것이라는 게 오래 전부터의 가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p.269
"이웃집 사람이 염소를 훔쳐 가거든, 어떤 해결법을 동원하든 좋으나, 결코 법정에는 가지 마라. 왜냐하면 경찰이나 판사에게 돈을 찔러넣다 보면 소까지 도둑맞게 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놀랄 말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p.282~283
세계화로 인해 비록 국경의 의미가 희미해진다고 할지라도 국가가 고사된다든지 중요하지 않게 되는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및 갈수록 확대되는 국경 개방으로 인해 오히려 국가의 품질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세계화 체제에서 국가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진다.

여기서 국가의 품질이란 곧 전자투자가 집단에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운영 체제의 품질을 의미한다. 전자투자가 집단은 불가피하게 등락을 거듭한다. 어떤 나라의 경제든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 사법제도, 금융 시스템 그리고 경제의 운영 및 관리능력에 달려있다.

p.290
사회적으로나 정부행정력 면에서 진공인 상태에서 경제를 민영화하는 것은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나 정치가들은, 어떻게 해야 건전한 신흥시장을 구축할 것인지를 생각할 때, 건전한 신흥사회 구축에 대해서도 동시에 생각할 만큼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

p.315
글로벌루션은 부패를 용인하는 모든 나라에 대해 훨씬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p.326
은행가, 대기업 경영진 그리고 고위관료들이 특별한 연고로 묶여 있는 소위 연고 자본주의 운영 체제 하에서, 모든 자금을 은행대출에만 의존하는 회사들은 투자자들의 치밀한 감시 감독을 피해갈 수 있다. 그저 몇몇 은행가만 잘 구워삶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과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매일같이 사업성과를 평가받는다. 이들의 채권은 독립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고, 이들의 주식은 공개시장에서 익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쉴새없이 거래된다.

이런 가운데 특정 기업의 채권이 투자적격 판정을 받고 특정 기업의 주식이 상장되는 유일한 방법은, 해당 기업이 온당한 규칙이 통용되는 시장에서 적절히 경영실태를 공시하는 길 뿐이다.

p.335
종래 국가에 집중되어 있던 권력이 현 세계화 체제 아래에서는 국가와 초거대 시장 사이에 양분되었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각 나라별로 이루어지던 정책결정들이 어느 한 특정인이나 국가와는 관계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p.336
언론매체를 장악한 경제 엘리트들은 정치를 일종의 관전용 스포츠 게임으로 바꿔 놓습니다. 이는 세계화를 추진해 가는 과정상의 눈에 띄지 않는 아주 교묘한 수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민들은 행동인이 아니라 구경꾼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합니다.

세계화 체제에서는, 모든 것이 자기 나라가 아닌 어느 낯선 곳에서 통제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글로벌리스트들은 공격받기 쉽다.

p.336~337
현 세계화 시대 정치이론가들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각국 국민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비단 자국 정부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권력의 일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느냐이다.

p.337
어린이들의 공민의식을 키워주는 과목은 이제 지방자치단체와 주정부 그리고 연방정부를 훨씬 넘어서야 하게 되었다. 국가와 초거대 시장사이의 관계, 국가와 초거대 개인과의 관계 그리고 초거대 개인과 초거대 시장 사이의 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할 것이다.

p.337
누가 나와 내 인터넷 사이의 관계를 통치할 것인가? 누가 나와 초거대 시장간의 관계, 우리나라 정부와 초거대 시장 사이의 관계를 통치할 것인가? 이는 래리 서머스의 표현대로 '세계화가 안고 있는 3중 딜레마'다.

p.342
어느 나라가 글로벌 경제에 접속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공중기업으로 공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때 주주는 전세계의 투자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각 국가는 기업과도 같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여기에다 각국 국민은 점점 더 주주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점점 더 경영진처럼 행동하고, 외교정책 분석가들은 신용평가 기관 분석가처럼 행동하고 있다.

p.350
기업과 정부, 자본, 정보, 소비자와 인재들의 재능이 다양하게 결합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대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한 일은 창의적인 사람들만이 핸래 수 있다. 이 같은 연대세력에는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주도형 연대세력도 있고, 지정학적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주도형 연대세력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권, 환경보존, 또는 근로자들의 권익 같은 인도적 가치를 창출 또는 보존하고자 하는 시민단체 주도형 연대세력도 생겨날 것이다.

p.359
이런 세상에서 활동하기 위해 운동가들은 세계화를 역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오늘날의 운동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소비자들을 동원함으로써 각 기업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나는 이를 '인권을 위한 네트워크 해법'라고 부르는 데, 이야말로 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길이다 이는 위로부터의 규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규제요. 측면으로부터의 규제다. 즉, 위에서 어떤 조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밑바닥 사람들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글로벌 정부 없이도, 우리는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연대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이렇게 할 수 있다.

p.360
오늘날 세상을 바꿔 나가는 단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호나경보호라든지 근로자 권익향상 또는 인권보호 등이 각 기업들이나 소비자들의 경제적 이해와 배치되기보다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지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p.404~405
혁명적인 제품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회가 창조적 파괴를 환영하는, 또는 최소한 용인하고 인내하는 문화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이는 장벽 없는 세계, 즉 새로운 것을 제압함으로써 오래된 것을 보호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어진 세상에서는 한층 더 중요하다. 이제 각국은 기업체들이 망하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언뜻 듣기에 이 말은 모순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기업체가 망하는 것을 걱정하다보면 결과적으로 그 나라는 더 많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된다. 사회적 안전망은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는 개개인을 위한 것이지, 경쟁력을 잃고 쓰러지는 기업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p.412
세계화 체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함에 있어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어떤 문제는 혼자 처리하고, 어떤 문제는 파트너와 같이 해결해야 하는지 그것부터 구별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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