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사회

p.18

시장에서 성공한 자동차와 실패한 자동차를 비교해보면, 차체가 약간 더 세련되거나 구조가 약간 더 개선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19

정보통신혁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노동시장까지 변형시켰다. 무역협정 때문에 토론토의 노동자들은 시카고의 노동자들과 직접 경쟁하게 되었고, 도쿄의 노동자들은 뮌헨과 요하네스버그의 노동자들과 직접 경쟁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저자가쓴 책들을 읽게 되었고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들을 보게 되었으며 같은 디자이너가 만든 옷들을 구입하게 되었다.

p.20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상위 1퍼센트의 소득계층은 실질소득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미국인들의 평균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더욱이 하위 20퍼센트의 소득계층은 소득이 10퍼센트나 떨어졌다.

p.24

즉 승자독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최고를 향한 경쟁은 실제로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을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두 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 첫째는 너무 많은 경쟁자들을 끌어들이고, 둘째는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한다.

p.32

대개 중요한 보상들은 절대소득이 아닌 상대소득에 따라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주변 사람들의 평균소득에 뒤지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p.35

승자독식시장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p.40

승자독식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은,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들어 엄청난 소득을 올릴 경우 그 소득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잉유입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이 시장에서 빠질 사람은 애초부터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적었던 사람들이다. 고율의 세금을 승자들에게 부과해도, 승자독식시장에서 생산된 가치는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p.43

상대적인 능력차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 승자독식시장을 다른 시장과 구별해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는 절대적 능력차에 의해 보상이 결정된다.

p.43~44

승자독식시장의 두 번째 특징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최고실력자들에게 집중되고, 재능이나 노력의 미미한 차이가 엄청난 소득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p.49

'경기자들'의 조그만 차이가, 경제적 보상에서는 엄청난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p.53

승자독식시장을 더욱 명쾌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누가 그 시장에서 경쟁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승자가 결정되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p.54

생산이나 분배에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면 하나의 생산물, 하나의 공급자, 하나의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그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생산물과 공급자와 서비스가 시장을 석권할 것인지는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p.58

성공은 성공을 부른다.

p.59

처음에 조금 앞서 가면 결국에는 남들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앞서 갈 수 있게 된다.

p.67

유명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승자독식시장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수요 측 원인이다.

승자독식시장을 발생시키는, 또 다른 수요 측 원인은 부의 편중이다.

p.70

배로 운송되는 상품의 가격은 점점 하락해왔다. 상품 한 개당 운송비가 감소해서라기보다는 상품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p.71

대량고객화로 인한 수많은 변화 중 하나는 상품의 단위무게당 가치가 올라감으로써 운송비용이 절감된 것이다.

대량고객화는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을 더욱 확장해줄 뿐만 아니라 가장 우수한 생산자의 제품에 수요가 집중되게 한다.

p.72

승자독식시장을 탄생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다음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즉 원거리통신과 정보기술의 발달.

p.74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발전하면서 얻게 된 가장 중요한 효과는, 운송비용과 관세비용의 하락으로 시작된 시장의 광역화 추세가 더 강화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p.75

기술발전으로 정보를 만들어내고 처리하는 능력은 급속하게 발전했지만, 정보를 흡수하고 이해하는 인간의 능력은 별로 발전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체 정보 중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정보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도서관장인 리처드 드 제나로는, 하버드대학교 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향후 20년간 700만 권에서 1400만 권으로 두 배나 증가하겠지만, 매년 도서시장에 출간되는 도서량에 비하면 도서관이 구입하는 신간도서의 비율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지공간의 제약과 안건의 제약agenda limitation이 그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정보혁명, 운송비 감소, 관세 축소로 인한 세 번째 효과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시장에 더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꼬여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p.77

정보혁명, 운송비 감소, 관세 축소는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네트워크효과를 강화하기도 했다(네트워크효과는 승자독식시장이 탄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79

분업과 전문화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시장을 조장하기도 한다. 분명 생산성이 향상됨으로써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소득도 증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전문화한 사람들은 패자가 된 반면, 그들의 노동을 감독하는 사람들은 승자가 되었다.

p.81

승자독식시장에서의 보수가 크고 집중되려면, 최고실력자들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서비스를 얻으려는 경쟁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시장에서는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다양한 규범들이 그러한 경쟁을 억제해왔다.

p.83

새로운 자본공급원이 확장되면서 기업은 외부로부터의 인수 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CEO의 업무수행 능력이 부족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액이 증가했고, 결국 가장 뛰어난 경영자를 영입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여러 요인들 때문에 전통적인 고용계약은 독립적인 계약관계로 대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동료들과 효율적으로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정보처리기술이 발전하면서 독립계약자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감소했다.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이제는 이메일로 청구서를 보내거나, 온라인으로 은행계좌를 정리하고 납세신고서를 제출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무거워지고 의료비 등 복리후생비가 급증하면서 기업은 직원을 고용하기보다는 독립계약자들과 거래하는 쪽을 선호하게 되었다.

p.85

외부인들과의 비교가 중요한 것은 소득의 공평성이라는 개인적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개인이 회사의 수익성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p.86

독보적인 지위에 올라 있는 피고용인의 보수는 그들의 기여도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외부인들의 보수에 의해서 결정된다.

승자독식시장을 조장한 요인들이 조금만 변해도 사회적 비교를 통해 그 강도가 증폭된다는 것이다.

p.98~99

하버드대학교의 총장이었던 데릭 보크는 <재능의 비용>에서 주주의 잘못된 판단만이 CEO의 보수를 급등시키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크에 따르면, 유리한 시장조건을 얻는 것과 유능한 경영인을 획득하는 것은 양립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기업들은 능력이 뛰어난 CEO를 고용하면 추가로 매년 수천만 달러의 이윤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CEO를 선발하는 이사회는 수많은 후보들 중 누가 최고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불완전한 정보로 가끔 실패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치열한 시장경쟁 때문에 기업은 CEO를 선발할 때 육감을 발휘해야 한다. 기업들이 후보자에게 바라는 능력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경쟁기업에게 후보자를 빼앗기지 않게 된다.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실패는 분명 대단한 뉴스거리다. 그러나 한 명의 CEO가 맛본 개별적 실패로 보크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

p.102

미국 기업들이 외부인사를 CEO로 고용하는 현상에는 매우 중요한 함의가 담겨 있다. 바로 CEO들을 회사에 붙들어두었던 유보조항이 붕괴되었다는 것. 아직도 새로 임명하는 CEO의 과반수 이상이 내부인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은 이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에서는 업무실적이 좋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