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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자

인플레이션의 시대

by Diligejy 2017. 9. 11.

p.16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buy Korea) 행진이 계속되고 우리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몇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줘야 합니다.


빤한 이야기지만 우선 우리 수출 실적과 기업 실적이 계속 좋아져야겠죠. 단순히 '좋아진다'가 아니라 '모멘텀(기대 대비 탄력이나 기울기)이 계속 좋아져야'합니다. 또한 미 달러가 너무 강세를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달러는 글로벌 유동성을 실어나르는 캐리어 역할을 하니까요. 여기에 미국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도 안 됩니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bond shock)은 세계 위험자산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하므로 곤란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달려가고 있는 선진국 증시가 직므의 좋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p.21

결론은 선진국 증시 호황의 끝자락에서 우리 증시가 좀더 강세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한국 증시가 세계 증시에서 절대 저평가된 시장은 아니라는 점, 달러가 한국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달러 약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p.23

중국은 더는 공급 능력을 확대하지 않고 철강, 화학 등 여러 산업에서 공급 능력을 삭감하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언제까지나 값싼 물건을 수출할 생각은 없었던 겁니다. 근로자들 임금을 매년 10~20%씩 인상하면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왔던 것이지, 국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세계 시장을 장악할 의도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고 봐야죠. 원자재 가격도 2016년 초 5년 이상 이어진 가격 하락을 끝냈습니다.


p.24

유일하게 의존하고 있던 미국이 손을 놔버리니까 다들 살기 위해서 대규모의 내수부양정책을 썼습니다. 그만한 일로 망할 수는 없잖아요. 당시 일본은 내수부양을 지나치게 하다가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될 정도였고, 서유럽은 독일 통일 효과로 거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우리나라도 신도시 개발계획인 '주택 200만 호'정책을 쓰면서 내수부양을 이끌었는데, 부양 규모가 어찌나 컸던지 회사채금리가 20% 가까이까지 상승하고 물가 상승률이 10%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p.25

채권 쪽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이제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가 큰 나라에 대해서는 통화가치를 절상하라고 환율 압박을 많이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한국 채권을 사는 거죠. 그리고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미국이 FTA(자유무역협정)를 수정하고 수입규제도 강화하면 한국과 같은 수출국들이 내수부양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p.25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자본 손실이 난다는 거잖아요. 달리 말하자면 수급적인 측면에서 채권에 대한 과도한 투기가 벌어진 거라 할 수 있습니다.


p.27~28

우리 경제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내수부진과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어쩌면 이 두 가지 숙제가 역설적이게도 우리 주식시장을 견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내수부진은 새 정부로 하여금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게 합니다. 새 정부가 11조 원 규모의 이른바 일자리 추경을 하는 것도 결국은 내수를 살려보자는 것 아닙니까? 그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시중에 돈은 돌겁니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민, 중산층의 이자 상환 부담을 늘리는 기준금리 인상은 최대한 억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출 호조로 성장률은 회복되고 그에 따라 시중 실세금리는 추세적으로 오르는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상황, 주식시장에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호재죠. 불황의 주된 이유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요인인 수출에서 무언가 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는 내수로 전환된 것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p.30~31

너무 고지식한 순환론적 관점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1913년 이후 미국 경기확장 기간은 평균 49개월이었습니다. 최장 확장은 1991년부터 닷컴 버블 때까지 120개월이었죠. 현재 경기는 2008년부터 약 9년(106개월) 동안 확장되고 있는데요. 이는 1960년대의 102개월 확장을 넘어서 1913년 이후 사상 두 번째로 긴 호황입니다. 과거 경기 조정을 불러온 과잉 생산이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없으니 미국 경기가 계속 온건한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분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완전고용 상태의 실업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산업 가동률과 설비투자, 거시 상황에 비해 한계를 보이는 기업이익 등은 미국 경제에 뭔가 숨겨진 문제점들이 많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더욱이 IMF의 지적(2017.4)대로 최근 너무 빠른 신용확장과 경제 주체들의 지나친 위험 선호 태도는 10년 전 2007년의 경기 피크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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