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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은 사랑이 아니다- 윤홍균

by Diligejy 2017. 11. 4.
죄책은 사랑이 아니다.

죄책감은 두가지 생각이 합쳐져서 발생한다. 첫번째는 "나에게는 안좋은 결과가 있었다.", 두번째는 "그 나쁜 결과는 나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라는 생각이다. 좋은 일에 대해서 자책을 하거나, 자책감을 갖는 경우는 없다. "우리 아이 합격했는데, 나 때문이야. 불쌍해서 어쩌지?" 이런 문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자녀에 대해 죄책감이 있다는 것은, 자녀가 아프거나, 불행하거나, 인간 관계 등의 이유로 무언가 나쁜게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때 , 자녀는 화를 낸다. 죄스러워하는 부모님에게 "그러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미안해서가 아니다. 고마워서는 더더욱 아니다. 기분이 나쁜 것이다. 비단, 부모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연인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안해, 나 때문에 일을 망쳤어."라는 얘기를 들으려고 연애를 하는 사람은 없다.

안타까운건 죄책감과 사랑을 혼동하는 것이다. 자기 탓을 많이 하고, 미안한게 많을 수록 사랑이 크다고 생각해서, 이들은 어떻게든 자책을 크게하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넌 원래 정말 잘 될수 있는 아이였는데, 나같은 엄마를 만나서...."라고 표현하는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생략된 점.점.점에는 "나같은 엄마 만나서, 니가 이모양 이꼴이잖니..."라는 의미가 생략된다.

듣는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만족하고 싶은데, 부모가 자꾸 자신을 나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를 존중하고, 우러러 보고 싶은데, 자꾸 옆에서 "너에겐 나쁜 결과가 있어."라고 얘기하는 식이다. 그게 아빠탓이건, 자녀탓이건은 중요하지 않다. 가족중에 누군가가 자꾸 내 인생을 안좋게 바라본다는게 자녀에게 상처가 된다.

정 본인이 못났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라도 자라준걸 고마워해라. 90점 짜리 인생을 살수 있었는데, 본인 때문에 자녀가 80점짜리 인생을 산다면, "그래. 지금의 너로 살아가서 정말 다행이다. 부모탓만 하면서 주저 앉을수 있었는데, 넌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자랑스러워해라. 나때문에 깍여진 -10 점은 인정하되, 아이가 스스로 쌓아올린 점수도 인정하라. 그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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