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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Next Society(2)

by Diligejy 2015. 11. 29.

p.102~107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 역사상 정보혁명만큼 빨리 진행되었거나 또한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혁명도 정보혁명과 비슷한 정도의 빠른 속도로, 그리고 정보혁명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업혁명은 18세기와 19세기 초 가장 중요한 산업 소비재, 즉 섬유 생산을 필두로 제조 공정의 대부분을 급속히 기계화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의하면 정보혁명의 기본 구성 요소인 마이크로칩의 가격이 매 18개월마다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1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이 기계화된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면직물 가격은 18세기부터 시작하여 50년 사이에 90%나 하락하였다. 면직물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동안 영국에서만 적어도 150배 증가하였다. 산업혁명은 섬유 제품 외에도 종이, 유리, 가죽, 벽돌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주요 제품의 생산 과정을 기계화했다. 기계화의 영향은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았다. 철과 철 제품의 생산도 섬유 제품과 마찬가지로 증기기관의 힘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기계화되었으며, 비용과 가격은 낮아지고 생산량은 증가했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년)이 끝날 무렵에는 유럽 전역에서 총포의 제작 공정에 증기기관을 이용했다. 그 결과 대포 제작의 속도가 그전보다 10배에서 20배까지 빨라졌고, 원가는 3분의 2 이상 절감되었다. 그 무렵 미국에서는 엘리 휘트니(Eli Whitney : 1765~1825년)가 장총 생산을 같은 방법으로 기계화하여 최초로 대량샌산 산업을 창출하였다.

 

산업혁명 초기의 40년 내지 50년 동안 공장과 '근로자 계급working class'이 등장하였다. 1820년대 중반까지는 공장과 근로자 계급 둘 다 그 수가 미미했는데, 심지어 영국에서조차 통계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공장과 근로 계층 모두 이미 주도 세력으로 자리잡은 상태였다(곧 정치적으로도 주도 세력이 되었다).

 

미국에 공장이 들어서기 전인 1791년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그의 저서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 Report on Manufactures>에서 산업 국가의 도래를 예견하였다.

한 세대 뒤인 1803년에는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밥티스트 세이Jean-Baptiste Say : 1767년~1832년가 산업혁명에 의해 '기업가entrepreneur'가 창조되었으므로 이제 경제학은 새로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산업혁명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공장과 근로자 계급의 등장이 초래한 충격을 훨씬 능가했다. 역사학자 폴 존슨Paul Johnson은 그의 저서 <미국인의 역사 A history of the American People>(1997년)에서 노예 제도를 부활시킨 것은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한 섬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미합중국의 창건자들에 의해 사실상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노예 제도는 조면기繰綿機 : 목화씨를 빼거나 솜을 트는 기계 - 이것도 곧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사용하게 된다-의 등장으로, 또한 노예 사용이 그 후 몇십 년간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면서 다시 그 모습을 당당히 드러내게 된것이다.

 

산업혁명은 또한 가족 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가족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의 생산 단위로 존재해 왔었다. 농장이나 혹은 수공업을 하는 장인의 공방에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일했다. 공장은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노동력과 노동을 가정 밖으로 끌어내 작업장으로 이동시켰고, 다른 가족 구성원은 집에 남게 했다(성인 근로자의 배우자가 주로 집에 남았고, 특히 산업혁명의 초창기에는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공장이 등장하면서 부모가 집에 남았다).

 

진정 '가족의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 위기는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실상 그것은 산업혁명과 공장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공장의 등장으로 인한 노동과 가족의 분리 현상이 노동과 가족 모두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가장 잘 묘사한 것으로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고된 나날 Hard Times>(1854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영향에도 불구하고 첫 반세기 동안의 산업혁명은 단지 기존에 존재했던 제품들의 생산을 기계화했을 뿐이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은 대폭 늘어났고 비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산업혁명은 소비자와 소비재 모두를 창출했다. 그러나 소비재인 제품 그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오던 것들이었다. 다만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전통적 제품들과는 달리 모양이 똑같고, 결함이 훨씬 적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산업혁명 초창기 50년 동안 단 하나의 중요한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신제품은 1807년 로버트 풀턴Robert Fulton이 처음으로 상용화한 증기선이었다. 첫 증기선이 등장한 후 30~40년 동안은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사실 19세기가 거의 끝날 때까지도 증기선보다는 범선으로 세계 곳곳에 화물을 나르는 일이 더 많았다.

 

증기선에 이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발명품은 1829년에 등장하였다. 그것은 바로 철도인데, 철도는 경제와 사회 그리고 정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돌이켜 보건대, 철도가 왜 그렇게 늦게 발명되었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탄광에서 수레를 옮기기 위해 철로를 사용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당시 사람이나 말이 끌던 수레에 증기기관을 달면 훨씬 더 편리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철도는 광산에 부설된 철로와 수레로부터 발전하지 않았다. 철도는 아주 독자적으로 개발되었다. 철도는 당초 화물 운반을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었으며, 상당 기간 승객 수송 수단으로만 간주되었다. 화물 운반에 철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지난 뒤 미국에서였다.

 

사실 1870년대와 1880년대 당시 막 서구화되기 시작한 일본에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고용된 영국의 엔지니어들은 철도를 승객 수송용으로 설계했다. 오늘날까지도 일본 철도에는 화물 운반을 위한 시설이 없다.

 

최초의 철도가 실제 개통되기 전까지도 철도가 화물 운송에 이용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었다. 철도가 등장한 후 5년도 안되어 서구 세계는 역사상 가장 큰 호황에 휩싸였다. 즉 철도 건설 붐 말이다. 경제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불황이 몰아친 1850년대 후반까지 유럽의 철도 붐은 3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으며, 그 기간에 오늘날의 주요 철도망 대부분이 건설되었다. 미국의 철도건설 붐은 그 이후에도 30년간 더 지속되었다. 그리고 다소 뒤처진 지역들-아르헨티나, 브라질, 시베리아, 중국-은 제1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다.

 

철도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진정한 혁명 요소였다. 그 이유는 철도가 새로운 경제의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심리적 지리mental geography'를 급속히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철도로 인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들은 진정한 이동 능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철도는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 사람들의 시야를 세계로 확대시켰다. 그 당시 사람들은 사람들의 심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즉각 깨달았다.

 

이런 현상은 전환기를 맞은 산업혁명 당시의 사회상을 가장 잘 묘사한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소설 <미들마치Middlemarch>(1871년)에 잘 나타나 있다.

 

프랑스의 위대한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이 자신의 마지막 역작인 <프랑스의 정체성The identity of France>(1986년)에서 지적했듯이, 프랑스를 하나의 국가 그리고 하나의 문화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철도였다. 철도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프랑스는 서로 고립된 지역의 집합으로서 오직 정치적으로만 통합되어 있었다. 미국의 서부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철도의 역할과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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