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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소유의 종말(2)

by Diligejy 2016. 6. 24.

p.34~35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라시 글레이저 교수에 따르면 <한 제품의 정보 집약도가 크면 클수록 그 제품을 갈아치우기가 쉽고 그럴 필요성 또한 커진다>. 정보가 가득 실린 제품이 피드백 고리를 통해 자신의 주변 환경과 교감을 원활하게 주고받으면 받을수록, 교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이 등장할 가능성은 커진다.


p.37

시장에 먼저 제품을 내놓는 기업만이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경쟁자들보다 몇 달을 앞서느냐 뒤지느냐에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시장에 빨리 나오는 제품의 수명은 그만큼 길어진다. 제품이 쓸모없어지기 전에 투자비를 건지고 이익까지 거두려면 연구 개발 기간을 단축하여 제품이 시장에 깔려 있는 기간을 어떻게든 연장시켜야 한다.


p.56

돈의 이동성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물질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사이버스페이스 경제에서는 돈의 탈물질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p.57

커츠먼은 탈물질화한 새로운 돈의 형태는 <전화선을 통해서, 광섬유 고속도로를 통해서, 위성을 통해서, 전파 중계소를 통해서 전송되는...... 연산의 기본 단위, 곧 0과 1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p.58~59

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20세기 내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자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기 위해 신용 판매 부문에서는 수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세기 말의 미국인은 20세기 초의 미국인보다 저축을 훨씬 덜하게 되었다. 축적이 아니라 발빠른 회전이 지배적 정서로 자리 잡고 경제 활동이 점점 가속화하는 시대에는, 개인이 저축의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으로 생각된다.


p.73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물리적 구현물은 경제 과정에서 점점 부차적 존재로 밀려난다. 산업 시대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교환했다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물리적 형태 안에 담겨 있는 개념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p.84

새로운 시대는 비물질적이고 사색적이다. 그것은 플라톤이 말한 형상의 세계, 이데아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 원형의 세계다. 개념의 세계, 픽션의 세계다. 산업 시대의 인간이 물질을 축적하고 가공하는 데 빠져들어 있었다면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정신을 관리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다. 사업의 성패를 아이디어가 좌우하는 접속과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인간의 가장 드높은 꿈이다. 자신의 정신을 최대한 확장하여 보편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의식을 바꾸고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산업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다.


p.85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중요하지만 상업성은 없는 사유는 어떻게 되는가? 자기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생각을 상업의 영역에서 가져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문명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관점, 의견, 관념, 개념이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과연 있을까? 온갖 유형의 아이디어가 거대 기업들이 관리하는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집단 무의식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래의 사회적 담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p.92~93

체인은 기업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사업 개념, 운영 방식, 브랜드를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기간이 지나면 다시 갱신하기로 한 약속이다. 체인 가맹점은 사업체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사업체에 단기간 접속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데 불과하다. 이 관계는 판매자-구매자가 아니라 공급자-사용자의 관계이다. 체인점 계약의 핵심은 접속의 합의이지 소유권의 양도가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이다.


p.104

씨앗을 모아놓았다가 이웃과 나누어 가지면서 근근이 농사를 지어가는 전세계 대다수의 농민더러 소수의 다국적 생명과학 기업에게 일일이 접속료를 지불하라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를 바 없다. 이 논쟁의 추이를 예의 주시해 온 미시건 대학의 사회학자 로렌스 부시는 점증하는 비판자들의 불만을 옹호하면서 이렇게 경고한다. <하루아침에 종자의 씨를 말릴 수 있는 전쟁이나 내란, 엄청난 자연 재해는 다반사로 일어난다. 만약 농민이 씨앗이 없어서 파종을 못하고 특허 종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면 대규모 기아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p.105

앞으로는 자기 몸 안에 있는 DNA, 세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믿기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p.106~107

유전자군을 특허라는 형태로 독점한 소수의 생명과학 기업은 보건 서비스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있고 심지어는 보건 시스템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앞으로 20년 동안 사람들은 수만 개에 이르는 유전자와 유전 성향을 검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예방 차원에서건 진단 차원에서건 이런 검사를 너도 나도 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와 의료 보험 회사는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는 데 난색을 표할 것이다. 환자 한 사람당 검사비가 수만 달러 심지어는 수십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생명과학 기업은 특허 유전자에 대한 독점권을 가졌기 때문에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 회사는 떼돈을 번다. 의사가 특정한 유전자 검사를 거부한 뒤 환자가 병에 걸리거나 진단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면 환자는 의료 보험 기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료 보험 회사는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전자 특허는 필연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유발한다.


p.116

재산은 고정 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통용되는 특정한 시대와 장소의 기호와 변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유동적 개념이 된다.


p.127

서비스 경제에서 상품화되는 것은 인간의 시간이지 장소나 물건이 아니다. 서비스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의 관계에 호소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과 사람의 접속도 점점 금전을 매개로 한 관계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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