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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

소유의 종말(3)

by Diligejy 2016. 6. 26.

p.128

물품이 점점 정보 집약화, 쌍방향화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물품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물품은 제품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진화를 거듭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한다. 물품의 가치는 물품을 구성하는 재료나 물품을 담는 통이 아니라 물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얼마나 접속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p.137

먼저 구입자 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고객의 관심권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 공급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거저 제공해야 다가설 수 있다. 그렇지만 물건을 안 판다면 어디서 돈을 벌 수 있는가? 고객의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여 실적과 수익을 개선시키고 거기서 남는 차익을 공유하는 길뿐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급자는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는 고객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식견을 빌려줄 뿐이다. 고객은 사실상 클라이언트, 파트너가 된다.


p.142

제품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물품과 서비스의 이동 영역이 날로 확대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부족한 것은 사람의 관심이지 물건이 아니다.


p.152

고객 관리는 소유와 경제 활동의 통제권이 대중의 손에서 기업의 손으로 점차 넘어가는 장구한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p.162~163

취미공동체가 어떤 단계를 거쳐 형성되는지를 설명한다.


1단계는 각성기로, 고객에게 장래의 판매를 염두에 두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단계이다.


2단계는 일체감 형성기다. 고객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친근감을 느끼고 그것을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특정한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제 그가 세상에서 자기를 차별화시키는 다양한 방법의 하나가 된다. 가령 캐딜락이나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운전하는 것은 단순한 교통 수단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싱위를 사는 셈이다.


3단계는 앞에서 우리가 논했던 관계 형성기다. 회사와 고객은 서먹서먹한 관계에서 쌍방향 관계로 이동한다. 이때부터 R-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한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객 친밀감>이 조성된다. 가령 홀마크라는 기업은 고객 가족의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 같은 중요한 날짜가 적힌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알맞은 카드를 추천하면서 이메일로 날짜를 환기시킨다.


4단계는 공동체 형성기이다. 회사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비슷한 고객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회사가 이런 공동체를 만드는 이유는 긴 안목으로 상업적 관계를 구축하고 개별 고객의 평생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서이다. 크로스와 스미스는 <이런 결속은 대단히 지속성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것을 깨뜨리려면 경쟁사들은 친구, 동료, 가족 사이의 사회적 유대를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p.165

물건의 판매에서 관계의 상품화, 공동체의 구축으로 상거래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사업 방식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p.166

개인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요금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사람들에게 평생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관계의 최종 단계를 나타낸다. 모든 것을 삼키는 상업 관계망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 빨려든다면 과연 인간은 어떻게 될까?


p.182

공동체 전제차 상업적 영역으로 변질된다는 것,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p.186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유 외에도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고용 방식의 변화이다. 이것은 집을 소유할 것이냐 임대할 것이냐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의 구조 조정과 인력 감축 노력이 계속되면서 필요할 때마다 헤쳐 모여 식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p.186~187

짧은 수명이 제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까지 적용되는 네트워크 세계에서는 오랫동안 한 집을 끼고 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못 된다.


p.193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에 묶어둠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투사하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자기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헤겔의 세계관에서 일은 노동 행위가 아니라 창조적 표현이다. 그리고 일이 만들어낸 생산물은 세계로부터 징발한 것이며 일을 한 사람의 인격 안으로 세계를 통합한 것이다.


p.193

모든 것이 접속으로 바뀌는 사회에서, 소유에 수반되는 개인적 자부심, 책임감, 의무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기 충족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p.194

생활 공간의 시간화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물음은 아주 심각하게 다가온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접속의 시대에는 공간이 시간에게 밀려나며, 기업들이 더 많이 차지하려고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사람이 이 세상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지리적 장소는, 요즘처럼 이동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그 실효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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