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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정책&비평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

by Diligejy 2024. 1. 7.

 

 

p.32~33

재벌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상법, 자본시장법, 세법, 공정거래법과 같이 이곳저곳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태어난 연유가 같은 법들이다. 재벌법은 대부분 재벌이 사업을 잘해서 돈 버는 것 이외에 개인적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 또는 세금이나 책임을 피해서 돈을 아끼는 방법을 고안해 냈을 때, 그 방법을 금지 혹은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재벌이 돈 버는 방법과 재벌을 규제하는 법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예를 들어 재벌 회장들이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경영상의 책임을 묻는 법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대표이사로 앉히고, 그 대표이사에게 지시를 내려서 경영상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그러자 '업무 집행 지시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서 경영상 의사결정을 한 회장에게 대표이사와 똑같이 책임을 묻는 법이 만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재벌법은 재벌이 돈을 번 방법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고, 이 흔적을 뒤집으면 바로 재벌을 규제하는 법이 된다. 

 

p.58-61

재벌(이 돈버는 방)법의 첫 단추는 이렇게 끼워졌다. 회장에게 '비싼 것을 싸게 파는' 단순한 밀어주기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엄연히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도 그것을 싸게 판다면 곧바로 눈에 띈다. 특히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싼 것을 특정한 사람에게 싸게 팔면 그런 결정을 한 임원은 심각할 경우 은팔찌를 찰 수도 있다(업무상 배임죄).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가격표각 없어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권리'를 회장에게 주걱나 싸게 파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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