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by Diligejy 2017. 5. 2.

p.8

세상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예측하기 어렵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의 주체는 개인이고, 해결자도 개인이어야 한다고 사회는 말하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진짜 그래야 하는 것일까? 그냥 이대로 휩쓸려가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흐름을 잘 살펴보고 그 물결을 서핑하듯이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인가. 이 문제를 개인의 성장을 통해 풀 것인가 아니면 연대하고 공감하며 협력하고 정치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킴으로써 해결할 것인가. 어느 것이 이 시대를 헤쳐나가는 길인지 분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은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p.27

맷집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마음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애매한 상황이 지속됐을 때 불안해져서 성급한 결정을 해버린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결정을 한 것을 후회하기 쉽다. 이렇게 쉽게 결정하고 후회를 하는 것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어떤 결정이 자신에게 좋은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사실은 차라리 어떻게든 맷집을 갖고 견디는 것이 정답이다. 꽤 많은 일은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애매한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마음의 힘이 바로 맷집이기에 맷집은 소중하다.


p.40

남보다 나아지려는 욕구는 어느 정도까지는 삶의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이 욕구가 평균과 보통의 집단에 남아 있으려는 잔류심리와 합쳐지면, 경쟁 심리의 원동력이 되어 결국 모두가 조바심을 내며 달려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덕분에 야금야금 평균치는 올라가고, 욕구는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천장 근처까지 다다른다. 손을 내밀면 바로 닿는 그 정도까지. 어느새 사치스럽고 쓸모없는 것까지 다 갖춰야 '기본' 내지는 '보통'이 된다.


p.65

작은 사치로 소소한 물건을 내게 선물하는 소위 '셀프 기프팅self-gifting'은 죄의식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작은 사치는 즐겁고 좋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죄의식 또한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이를 인식하고서라도 내게 금지된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 길티 플레저다. 길티 플레저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죄책감은 도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남이 자신을 보고 유치하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스스로 '아,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죄책감을 갖는 심리라고 할 수 있다. 남들은 다 유치하다고 하는 막장드라마를 혼자 깔깔거리면서 보는 것,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하고 난 다음에 꺼내 먹는 초콜릿, 불 꺼진 집에 돌아와 TV를 보면서 인공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라면에 공기밥을 말아먹기, 띠동갑은 되는 어린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 열광하기 등등이 길티 플레저를 유발하는 것들이다.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 가지 행동  (0) 2017.09.13
마음 아프지마  (0) 2017.05.12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0) 2017.03.22
따귀맞은 영혼  (0) 2017.01.25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0) 2016.12.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