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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46

김영하 퀴즈쇼 (2) p.110~111 존경하는 찰스 다윈 선생님. 말해주세요. 저는 이 세계의 적자일까요? 아무래도 아닌 것만 같거든요. 각 개체는 자기가 이 세계의 적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나요? 그냥 겪으면 알게 되나요? 그냥 겪어보고, "이런, 나는 이 세계의 강자도 아니고 적자도 아니었잖아? 그럼 여러분, 이만 안녕!" 이러면서 퇴장하면 되는건가요? 그건 너무 비정하잖아요. 인생은 한 번뿐인데,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건가요? 인생이라는 게 패자부활전도 없는 그런 잔혹한, 만인 대 만인이 투쟁하는 냉정한 게임인가요? 다윈은 말이 없었다. 나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형광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형광등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형광등아, 조명의 세계에서 다른 모든 조명들을 이기고 살아남은 국민조명 형광등아. 별.. 2015. 11. 10.
김영하 - 퀴즈쇼 (1) p.18 어째서 환상은 현실보다 더 지독하게 우리를 괴롭히는가. 스크린 속 표독스런 배우 최인숙의 가짜 죽음은 머리가 하얗게 센 고집쟁이 외할머니의 진짜 죽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다. p.28 여자를 달래는 것은 권투에서 잽을 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 언제 상대방을 다운시키나 싶지만 계속 하다보면 꽤 효과가 있다. 잽이 안 통한다고 갑자기 강력한 펀치를 날려서는 안 된다. 그럼 모든게 파장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p.32 나이 스물일곱의 멀쩡한 남자가 이럴 때 전화 한통 받아줄 친구가, 나와서 소주 한잔 같이 하자고 편하게 얘기할 친구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게 과연 정상일까? p.55 "우선 생각을 하는게 중요하거든. 그리고 틀리더라도 일단 자기 답을 준비해둬야 하는거야." p.55 "세상.. 2015. 11. 9.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6년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 p.15 이 시대에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에게는 단 두가지의 길이 있을 뿐이다. 창작을 하거나 아니면 살인을 하는 길. p.17 매혹의 고통은 종종 새의 가벼운 육체를 꿈꾸게 한다. 하여 나의 질투는 공기보다 가볍다 난 사랑하고 있으므로, 사라지고 싶은 것이다. 유하[휘파람새 둥지를 바라보며] 재인용 p.25 이 세계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그를 이동시켜왔고, 지금 그에게 이 스텔라는 세상의 전부와 마찬가지, 곧 이 속도에 적응할 것이다. 그의 육체는 곧 택시의 속도에 자신의 속도를 조율하고, 관성의 법칙은 택시의 속도를 따.. 2015. 4. 14.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 2013-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늘 지기만 하는 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와 1980년대후일담 소설... 다른 사람과 꼭 같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소설입니다. 저자의 생각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해도, 어떤 악평이 나오더라도, 같이 읽어보고 싶은 소설입니다. 밑줄그은 부분은 너무나 많아서 중후반부 위주로 적어봅니다. p.126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 -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 2015.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