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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73

일본 여친에게 프로포즈 받다 [우연과 사랑] 청소년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 장면이 있다. 바로 실습 나온 교생선생님께 러브스토리 들려달라고 하는 장면이다.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알콩달콩하며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러브스토리를 들으면 해야하는 일이 있던말던 우선 러브스토리를 듣는다. 더구나 그 애기를 하는 사람이 입담 좀 있다고 한다면 더더욱 할 일은 제쳐두고 러브스토리 듣는 것에 집중한다. 예전에 고민정 아나운서(현 청와대 대변인)의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를 읽으며 고민정이라는 사람의 팬이 되었다. 그 분들의 러브스토리는 귀여우면서도 진지했고, 삶의 순간순간마다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며 인격을 성숙시켜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고민정 아나운서 같은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현실은 남루한데 .. 2019. 6. 23.
일본 여친에게 프로포즈 받다 2019. 6. 23.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p.25 루소는 (1755)에서 천하의 무자비한 폭군도 극장에서는 타인의 불행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태생적 동정심을 긍정했다. 그런데 한 저자는 저 대목을 거꾸로 읽는다. 극장에서는 태연한 눈물을 흘리는 인간도 자신이 직접 행하는 악덕에는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말이다. "우리가 스스로 야기한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런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야기하지 않은 고통 앞에서는 울 수 있어도 자신이 야기한 상처 앞에서는 목석 같이 굴 것이다." (사이먼 메이, , 문학동네, 2016, 292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슬픔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한다. 이 경우 타인의 슬픔은 내가 어떤 도덕적 자기.. 2019. 4. 6.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p.9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 자식은 부모의 기획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긴 시간 수많은 관계와 사건을 통과하며 부모와 만나는 독립된 존재다. 현대 사회에서는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일정 수준의 유전적 기획이 가능해졌다 해도 자녀는 수정란에서 태아 단계를 거쳐 세상에 나와 점차 하나의 고유한 인격을 형성하며 부모 앞에 '나타난다'. 출산과 동시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점차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성장하고, 확장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하고 체화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부모 또한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성숙일 수도 퇴보일 수도 있지만, 부모 역시 서서히 자녀와 '만나가는' 것임은 틀림없다. p.63품격을 강조하는 이들이 속물성의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2019. 2. 8.
골든아워 1 p.395~396심각한 문제는 암덩어리처럼 단번에 조직을 죽이지 않는다. 그것은 천천히 악화되어 조직 전체에 깊숙이 파고들어 마비를 부르고, 마비는 조직을 사망으로 이끈다. 죽어버린 조직은 회생이 불가능하거나 재건하는 데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책임과 지난함은 '다음' 사람의 몫으로 남겨진다. 문제를 확산시킨 책임자들은 대부분 다른 부서로 전출했거나 일부는 이미 퇴직했으므로, 정작 조직이 쑥대밭이 됐을 때는 책임 소재마저 아득해져 따져 물을 수조차 없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어도 지금 자리한 이들 중 일부는 앞날을 걱정하지 않고 제 잇속을 챙기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2019. 1. 13.
골든아워 2 p.9중증외상 환자들은 준종합병원에서 대학 병원으로 왔고, 대학병원에서 받아주지 못한 환자들은 밖으로 밀려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갔다. 환자들은 늘 밀려오고 밀려갔다. 대학병원에서 떠밀린 환자들이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향할 때, 일부는 간신히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나 많은 경우는 죽음을 맞이했고, 숨을 잃은 자들은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곳은 마지막 종착지였다. 더는 살아서 괴롭게 병원과 병원 사이를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망자에게 위안일지 모르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은 애끓는 듯 슬펐다. p.125~126사회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바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방대한 의학지식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것이 남의 생사에 깊숙이 관여하는 자로서 갖춰야.. 2019.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