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73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p.16~17소설이라는 장르는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프로레슬링 같은 것입니다. 로프는 틈새가 넓고 편리한 발판도 준비되었습니다. 링도 상당히 널찍합니다. 참여를 저지하고자 대기하는 경비원도 없고 심판도 그리 빡빡하게 굴지 않습니다. 현역 레슬링 선수도 - 즉 이 경우는 소설가에 해당하는데- 그런 쪽으로는 애초에 어느 정도 포기해버린 상태라서 '좋아요, 누구라도 다 올라오십쇼''라는 기풍이 있습니다. 개방적이라고 할까, 손쉽다고 할까, 융통성이 있다고 할까, 한마디로 상당히 '대충대충'입니다. 하지만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소설가는 물론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 한두 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 2018. 12. 22.
힐빌리의 노래 p.2부자들은 가난을 통계 지표로 객관화해서 이해하지만, 가난은 개념poverty이 아니라 생활being poor이다. 가난은 사회적 차별, 모욕, 억압이고 기회와 정보로부터의 단절이다. 가난은 희망의 부재, 목표 설정의 어려움이며 때로는 인간성의 파탄에까지 이른다. 김훈 추천사 中 p.19힐빌리 :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다른 표현으로 백인 쓰레기라는 뜻의 '화이트 트레시', 햇볕에 그을려 목이 빨갛다는 데서 유래된 교육 수준이 낮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의 시골 백인을 가리키는 모욕적 표현인 '레드넥'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p. 2018. 4. 19.
검사내전 p.10~11 우리는 이처럼 조직의 논리에 쉽게 물들지 않고 물음표를 가지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그러나 그들이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누구보다도 국가를, 회사를, 학교를, 자신이 속한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이다. p.16서울중앙지검을 떠나기 전에 영민 씨를 불렀다. 그에게 뭔가 멋진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바보 같게도 나는 그에게 살다 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다고 말했다. 영민 씨 같은 사람에게 세상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말을 하는 살마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정의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2018. 3. 9.
유병재 농담집 - 블랙코미디 p.16변비 똥이 안나온다.난 이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p.25다행이다 말에 가시가 돋아서기분이 안 좋은 줄 알고 걱정했어성격이 안 좋은 거였구나. p.32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잃으면대개 명예와 건강도 잃는다. p.40어린애들한테 돈 얘기 하지 말라니.돈 없어서 제일 서러운 건 어릴 땐데. p.41지금이 슬럼프라면 전성기는 도대체 언제였단 말인가. p.58"브래드 피트랑 추성훈이랑 합쳐놓은 것처럼 생겼어.""브래드 피트 얼굴에 추성훈 몸?""브래드 피트 얼굴을 추성훈이 다섯 시간 동안 팬 것처럼 생겼어." p.68진퇴양난 마스크 벗고 미세먼지를 마실 것이냐.마스크 쓰고 내 입냄새를 마실 것이냐. p... 2018. 2. 20.
개인주의자 선언 p.8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투사가 되기 싫으면 연기자라도 되어야 하는 거다. p.13~14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고 싶은 한상궁 마마님의 말씀이 있다. 장금아.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는 게 있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 너는 얼음 속에 던져져 있어도 꽃을 피우는 꽃시야.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라고 격려해주면서도, 끝에는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라며 알아주는 마음. 우리 서로에게 이것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p.41글이란 묘해서 어떤 목적이 앞서거나 읽는 이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2018. 2. 7.
느낌의 공동체 p.9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떳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 201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