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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E-BIZ

비트코인 제국주의

by Diligejy 2020. 8. 16.

미래 블록체인 패권은 누가 쥐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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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제국주의 : 누가 블록체인 패권을 거머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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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30

전쟁과 과학은 아주 오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국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학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과학의 목덜미에는 정치라는 목줄이 채워지고, 제국은 과학자에게 도덕이나 양심 같은 '감상적인' 가치를 무시할 것을 요구한다. 화학 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리츠 하버는 자신의 과학 지식이 독일의 전쟁 승리에 비윤리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현대의 총력전에서 과학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인이며, 과학자는 전방에서 총을 쥐고 있는 군인과 다를 바 없다."

 

21세기에는 전쟁으로 죽는 사람보다 건강 관리 문제로 죽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인류는 마침내 평화의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국의 지도자들이 갑자기 평화주의자로 돌변했다고 여긴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무력 전쟁이 예전만큼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핵무기의 파괴력, 지식 산업의 부상, 세계화 등으로 인해 무력 전쟁이 주는 편익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제국이 전쟁에서 승리해 식민지에 군대를 주둔시켜 봐야 얻어낼 것이 별로 없다.

 

현대의 제국은 무력이 아닌 돈으로 전쟁을 한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의 무기로 삼은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관세다. 전쟁터를 누비는 것은 이제 군대가 아니라 기업이다. 무역은 어쩌다 제국의 지배 도구가 되었을까? 돈은 어떻게 미사일보다 강력한 전쟁의 무기가 됐을까? 상인은 어쩌다 제국의 군인이 되었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자본주의에 있다. 자본주의는 전쟁과 제국주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p.74~76

미국 합참의장은 중국이 구글의 AI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구글의 중국 진출에 우려를 표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를 소환했고 구글이 중국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는 구글이 미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구글 AI 기술을 미군에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상인은 장사를 지속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치인과 결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권익이니 사회적 가치니 하는 따위의 허울 좋은 정의는 철저히 짓밟힌다.

 

미국의 인터넷 감시는 더욱 대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2018년 미국 의회는 CLOUD 법안(Clarifying Lawful Overseas Use of Data Act)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 열람을 '저장 위치에 관계없이' 요구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정보기관은 자국 인터넷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가 해외에 있을 경우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법적인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해당 법안에 의하면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미국과 협정을 맺은 국가의 정보기관 역시 인터넷 기업들의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을 제외한 인터넷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협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판옵티콘 구조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p.83~84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트코인 암호화 기술의 원천이 NSA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SHA-256 해시 알고리즘은 NSA가 고안한 것이다. 최초의 인터넷이 미국이 만든 군사적 목적의 네트워크였듯이, 비트코인도 미국 정보기관의 암호화 기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정보기관의 감시에 턱없이 취약하다. NSA의 내부 고발자 스노든은 비트코인의 지나친 투명성 신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모든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제한적인 거래 처리 능력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비트코인의 주요한 결함이 맞다. 그러나 나는 비트코인의 훨씬 구조적이고 심각한 결함은 공개 장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NSA는 일찍이 비트코인을 주목해왔다. 스노든이 유출한 기밀문서에 의하면, NSA는 2013년 이후 '오크스타OAKSTAR'라는 코드명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을 감시했고 오크스타의 하위 프로그램인 '몽키로켓MONKEYROCKET'은 네트워크 장비를 이용해 유럽, 중동, 아시아, 중남미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즉, NSA는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신원뿐 아니라 이들의 비밀번호 정보, 인터넷 활동, MAC 주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관련 거래소를 통제하고 KYC/AML(Know Your Customer - 고객 신원 확인 /Anti Money Laundering - 자금 세탁 방지)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이렇게 되면 NSA는 전 세계 비트코인의 흐름을 추적하고 이와 연관된 사람들을 감시 및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는 셈이다.

 

p.105~106

이상주의자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사이버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이들은 인터넷 태동기에 인기를 끌었던 탈중앙화라는 해묵은 개념을 다시 꺼내 블록체인 기술의 긍정성에만 주목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중앙 권력을 해체하고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며 다수에게 더 수준 높은 자유와 권리를 부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탈중앙화가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탈중앙화는 유토피아다. 다시 말해 실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탈중앙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느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낮은 이상주의자들의 희망 사항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고 앞으로도 결코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이 이미 인터넷 산업 선배들이 빠진 늪으로 발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상업화의 유혹과 정치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한번 이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이상주의자들은 주판알을 굴리는 상인으로 변신하고, 눈부신 경제적 성취를 거둔 일부의 상인은 정치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제국의 황제로 거듭난다.

 

p.168~169

신뢰의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상당수의 알트코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영리 법인과 관련된 알트코인은 이해관계 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트메인과 연관이 있는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파이넥스와 관련이 있는 테더는 가격 조작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심지어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는 이더리움조차도 DAO 해킹 사건 이후 하드 포크를 진행하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비트코인이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은 창조자의 부재에 따른 중립성이다. 모든 알트코인의 창조자들이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우월성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사토시 나카모토는 밋업이나 콘퍼런스에 참여해 비트코인의 발전 방향에 대해 그럴싸한 연설을 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중립적이며 전적으로 대중의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다른 알트코인들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비트코인만의 이점이다. 비트코인이야말로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 적합한 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은 신뢰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영세한 규모의 스타트업이나 이상주의자들이 아니다. 바로 자본과 권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미 영민한 글로벌 기업들은 비트코인의 잠재력과 더불어 엄청난 상업화의 기회를 간파했다. 이들은 때로는 공공연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당한 때가 되면 글로벌 기업들은 본색을 드러내고 비트코인 관련 시장을 독식하려 들 것이다.

 

p.172~173

왜 ICE는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아니고 스타벅스를 리테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그 답은 스타벅스 앱에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주는 쿠폰과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스타벅스 앱을 이용한다. 스타벅스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자동 충전을 유도하고 자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한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6년 스타벅스의 예치금은 12억 달러로 미국의 웬만한 중소 은행 예치금보다 큰 규모다.

 

놀라운 것은 예치금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페이 기업은 애플, 구글, 삼성이 아니라 스타벅스다. 시장 조사 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미국 내 스타벅스 모바일 페이 사용자 수는 2340만 명으로, 구글 페이, 삼성 페이의 두 배가 넘는다.

 

p.173~174

전 세계 17억 명은 은행 계좌가 없고 이 중 약 67퍼센트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법정 화폐 가치 또한 불안정해서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다. 따라서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는 스타벅스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상황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방코 갈리시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벅스 은행 지점을 오픈했다. 물론 비트코인 이야기는 쏙 빼고 고객의 경험, 편의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p.190~191

이더리움을 만든 부테린은 데이터 통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사용자 데이터와 디지털 소유권 및 행동에 대한 통제는 자산에서 부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 데이터를 통제하는 것은 해당 기업이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자산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용자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오히려 해당 기업을 강력한 규제의 사슬에 묶이도록 만드는 부채라는 뜻이다.

 

실제로 사용자 데이터를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이다. EU는 2018년부터 개인 정보법(GDPR)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 시민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들은 GDPR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용자의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을 전개하는 인터넷 기업들에게 GDPR은 매우 중요한 변화인데 만약 이를 위반하면 해당 기업은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유럽이 사실상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GDPR은 유럽이 미국 인터넷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p.225~226

문제는 규제가 마련되고 기업들이 프라이버시 보호에 앞장선다고 하더라도, 과연 사용자들이 프라이버시를 진정으로 원하느냐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대가로 디지털 제국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취향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 주고, 아마존은 구매 패턴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해 주며,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연관된 콘텐츠와 온라인 지인들을 추천해 준다.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모든 맞춤형 서비스가 주는 편의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에 길들여진 우리가 과연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려 들까? 이는 마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마차를 탈 것이라고 믿는 것만큼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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