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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욕망의 진화(1)

by Diligejy 2016. 7. 24.

p.30

배우자를 선택할 때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 가운데 하나는 단기적인 상대를 찾고 있는가 아니면 장기적인 배우자를 찾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성 전략을 구사할지는 이에 달려 있다.


p.34

일반적으로 여성 간의 경쟁은 남성 간의 경쟁에 비하면 덜 요란하고 덜 폭력적이긴 하지만 인간의 짝짓기 체계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p.35

배우자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한 적응적 문제다. 이미 내가 차지한 배우자라도 경쟁자에게는 여전히 바람직한 상대일 수 있다. 일단 배우자를 빼앗기게 되면 그동안 그를 유혹하고, 그의 환심을 사고, 그에게 헌신해 온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다. 더구나 내 배우자가 나에게서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마당에 좀더 신선하고, 좀더 그럴듯하고, 좀더 아름다운 상대가 나타나서 나를 배신하게 될 수도 있다. 일단 배우자를 얻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p.36

인간은 며칠동안 배우자를 부둥껴안고 섹스를 계속하지는 않지만, 배우자를 붙들어 두는 것은 장기적인 애정 관계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우리의 진화적 과거에서 배우자의 성적 부정에 무관심했던 남성들은 자신이 친아버지일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자기 자식이 아닌 아이들에게 시간과 에너지, 노력을 투자하는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의 조상 여성들은 아무리 남편이 부정을 저지른다 할지라도 친어머니일 가능성이 낮아질 염려는 없었다. 내가 내 아이들의 어머니일 가능성은 언제나 100퍼센트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둥이 남편을 둔 여성은 남편이 제공하는 자원, 헌신, 그리고 자식에 대한 투자를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 부정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한 심리 전략의 하나가 바로 질투이다. 자기 배우자가 배신했을지 모른다는 신호에 불같이 반응해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조상들은 그렇지 않았던 조상들을 제치고 자연선택 되었다. 즉 배우자의 부정을 방지하는 데 실패한 조상들은 낮은 번식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질투라는 감정은 애정 관계에 대한 위협적 요인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여러 가지 행동을 유발시킨다. 예컨대 성적 질투는 두 가지 판이하게 다른 행동, 즉 경계(vigilance)와 폭력(violence)을 낳는다.


p.38

좋은 배우자를 고르고, 유혹하고, 지키는 성 전략이 진화했듯이, 나쁜 배우자를 청산하는 능력도 우리에게 진화하였다. 이혼은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질이다.


p.39

짝짓기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사람들은 나이뿐 아니라 소유한 자산이나 부담해야 하는 책임도 각기 다르다. 처음 시장에 들어섰을 때보다 불어난 수입이나 사회적 지위는 이전에는 넘볼 수 없었던 배우자를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더 높아진 나이나 예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둔 아이들은 새로운 배우자를 유인하는 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p.44~45

다른 많은 생물 종에 비해 인간이 가진 탁월한 이점 가운데 하나는 짝짓기 전략의 레퍼토리가 무수히 많고 맥락에 따라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불행한 결혼 생활 속에서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혼 결정은 부부 사이에 겪는 갈등의 정도,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지 여부, 양가 친척들이 가하는 압력, 아이의 유무, 아이의 연령과 그에 따라 챙길 것들, 그리고 새로운 배우자를 얻을 가능성 같은 많은 복잡한 요인들에 좌우된다. 인간은 이처럼 맥락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득과 손실을 잘 저울질하여 판단하게끔 하는 심리기제를 진화시켰다.


p.48~49

자연주의적 오류를 뒤집으면 반자연주의적 오류(antinaturalistic fallacy)가 된다. 어떤 이들은 무엇이 인간적인가에 대해 지나치게 숭고한 견해를 갖고 있다. 이런 관점 가운데 하나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인간은 자연과 하나 되어 서로서로 화합하며, 동식물과 더불어 평화롭게 상생하도록 태어났다. 전쟁이나 공격성, 혹은 경쟁은 가부장제나 자본주의 같은 현재의 환경 때문에 원천적으로 평화로운 인간 본성이 붕괴한 결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를 부정하는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종 이러한 환상에 매달린다. 인류학자 나폴레옹 샤농은 야노마뫼 족 남성의 25퍼센트가 다른 야노마뫼 남성의 손에 맞아 죽는다고 보고하는 바람에 이 부족이 평화롭게 산다고 믿어왔던 사람들로부터 맹렬하게 비난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반자연주의적 오류는 응당 그렇게 존재해야 한다는 유토피아적인 관점에 맞추어 현재 존재하는 바를 왜곡할 때 일어난다.


p.53

여성의 욕망을 낳은 진화적 뿌리를 찾으려면 인간이 하나의 독립적인 종으로 진화하기 전, 영장류가 그 포유동물 조상으로부터 분기하기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유성 생식 그 자체의 기원에까지 도달해야 한다.


p.58

잠재적인 배우자의 가치는 그 배우자를 선택하는 사람의 개인적이고 일신상의 특수한 관점에 달려있다.


p.60

인간에서 장기적인 남성 배우자를 고를 때 남성이 가진 자원에 대한 여성의 배우자 선호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첫째, 인간의 진화 역사를 통해서 남자들이 자원을 모으고, 지키고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둘째로, 남자들이 자원을 구하는 능력과 그 자원을 여자와 자식들에게 투자하려는 의향이 제각기 달라야 했다. 만일 모든 남자가 똑같은 양의 자원을 가졌고 그 자원을 투자할 의향 역시 같았다면, 여자들이 이러한 자질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고정불변한 상수는 짝짓기 결정에 무관하다.

셋째, 한 남자에게 머무름으로써 받는 이득이 한꺼번에 여러 남자를 거느림으로써 받는 이득보다 커야 했다.


p.68~69

짝짓기 시장에 나온 여성들은 '바람직한' 남자들을 찾는다. '바람직한'이라는 단어는 '자원을 아직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은'이란 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단어가 '바람직한 미혼남'이란 조합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의 짝짓기 욕망을 드러내 준다. 이 어구에 형용사를 하나 덧붙인다면, 여성들은 '최고로 바람직한 미혼남'이란 어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여기서 바람직함은 사회적 지위와 보유한 자원의 정도를 가리킨다. 가장 높은 사회적 지위와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했으면서 아직 임자가 없는 남자를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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