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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예민함이라는 무기

by Diligejy 2022. 12. 26.

p.12

구내식당으로 가는 길에 마케팅부 직원들이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걸 보자,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마케팅부 동료들도 인사를 해온다.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면 자신에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그들의 대화 소재가 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자신에게 충실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괜히 안테나를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p.59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생각, 기대에 민감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강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무엇을 용납하고, 무엇을 거부할 것인지 잘 감지한다. 이런 섬세한 감수성은 예민한 사람들을 적응의 귀재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 중에는 어릴 적에 자신이 상대방의 색깔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상대의 색깔로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세계를 상대의 눈으로 지각했다고 말이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는 가운데 스스로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p.67~68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행동이 많은 유익을 준다. 자신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물론 유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자신의 관점에서 자기 자신과 세계를 보는 과제가 주어진다. 이런 과제를 거쳐야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의 행동을 의문시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다.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중심 잡는 것을 잘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이렇게 사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면 갑작스럽게 태도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 잘 맞추어주었고, 함께하는 사람에게 아주 편안한 존재로 살아왔다. 마치 송신기의 주파수에 맞추는 라디오 수신기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했다.

 

불현듯 이러한 행동들이 무리가 되고 손해라는 생각이 들면 상대에게 맞추는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갑자기 엇나갈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심 잡힌 신체로부터 나오는 '자연스런' 입장 표명과 달리, 이렇듯 뒤늦게 머리에 의해 주장되는 입장은 이론적이고 독단적이며 경직되어 있을 때가 많다. 스스로의 중심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입장 표명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공감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뒤늦게 그간의 손해를 보상하려는 생각에서 취해지는 입장 표명은 너무 쌩뚱맞게 다가오며 굉장히 반항적으로 느껴진다. 다소 늦은 감이 있고 황당하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모난'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예민한 사람은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지금껏 얼마나 맞추어주느라 힘들었는지를 잘 모른다. 단지 지금 당장의 거슬리고 튀는 행동만이 부각된다. 예민한 사람들은 이처럼 억울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집스런 태도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p.77

부모와 아이 사이의 경계가 불명확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으면 가족 안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의적으로 경계를 정해놓고는, 정한 사람이 그 경계를 지키지 않으면 그 역시 아이로 하여금 신경이 쓰이게 한다. 불명확한 규칙이나 기분파식 허용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되는 일이고, 무엇이 안 되는 일인지가 확실하지 않으면 아이는 계속 외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p.80

가족 내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느라 본인은 정작 희생자나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예민한 아이는 스스로 손해 보거나 아웃사이더가 되는 걸 감수한다. 아이의 이런 수고에 보상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도 없다. 가족들의 감사가 주어지기는 커녕, 스스로 멸시와 비하를 당하고 배제되기 십상이다. 

 

p.81

자신의 삶의 과제를 주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숙제를 위임하는 경우가 있다. 예민한 아이들은 특히 이런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자 한다. 이를 통해 때로는 이상한 교환이 일어난다. 부모가 자신의 인생사를 해결하는 대신 아이의 일을 자신의 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p.95-96

희생적인 현모양처상이 이런 고상한 정신적 가치들을 부추긴다. 그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중에 자신의 한계도 존중하지 못하고 타인의 경계도 존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스스로 희생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고, 또 챙겨주고 신경 써준다는 명목으로 타인이 그어놓은 경계를 가볍게 넘어버린다. 상대방이 그것을 원하건, 원치 않건 아랑곳없이 말이다.

 

희생에 익숙한 사람은 자신을 무시하고, 자신의 필요를 무시한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을 독점하고, 다른 사람들의 상황과 필요를 낚아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여성들은 스스로를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느낀다. 이런 방식으로 점유한 상대방은 이제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을 해야 한다. 이때 상대방은 마치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자칭 '희생자'와 같이 가고 싶고, 한편으로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벗어나기가 힘들다. 이처럼 선한 의도라는 명목으로 사적인 영역까지 침해하는 '희생자'와의 외적 갈등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예민한 여성은 한껏 고귀한 이상을 따르며 희생한다. 보상 심리는 뒤늦게 작용한다. 자신이 원하던 충족감은 느끼지 못하고 계속 노력만 하게 되면, 그간의 모든 희생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가 생기게 된다. 이제 주변 사람들이 힘들 차례가 되는 것이다. 

 

p.101

예민한 아이들은 아주 귀가 얇은 편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에도 속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만약 어른이 마음에 불편한 일을 품고 있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굴어도 곧이 듣지 않는다. 예민한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갈등은 물론이고 숨은 긴장으로 인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예민한 아이들의 부모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세심하고 건설적인 갈등 문화를 개발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진 셈이다. 또 아이의 한계와 삶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104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재미있으면서도 기술과 머리를 써야 하는 운동이 적당하다. 아이건 성인이건 할 것 없이 태극권, 요가, 유도 등 동아시아의 운동들이 잘 어울린다. 이런 운동들을 통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에너지를 모아 생명 에너지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연습할 수 있다. 게다가 공격술과 방어술을 습득하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

 

또한 예민한 아이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받아들인 자극들과 밀려드는 자극들을 소화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악보 연주, 글쓰기 등 예술적 활동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를 발견해나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는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과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면, 예민한 아이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완벽한 결과만을 추구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p.107

예민한 아이가 상황을 잘 파악하고, 두루두루 빠르게 이해할 지라도, 그 아이는 여전히 아이며, 아이가 될 권리가 있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p.111-112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목사인 에두아르트 슈바인그루버 역시 일레인 N. 아론보다 한참 앞서서 예민한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1934년 슈바인그루버는 <예민한 사람: 삶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들>이라는 소책자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슈바인그루버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던져버릴 것(포기할 것)"과 "체험의 다이어트"를 추천했으며, 삶에서 늘 객관성을 견지하고, 자신보다 더 큰 것에 헌신할 것을 권유했다. 삶의 기술로서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카타르시스나 명상을 통해 늘 "영점으로 돌아가기". 이를 통해 자신이 처한 사건들을 소화하고, 다시금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둘째, "생명력의 원천"과 연결되어 살아가기. 이를 위해 "침묵의 연습"과 "스트레칭이나 체조 같은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고, 깨어 있을 때 간간이 고요한 쉼과 창조적 휴식을 가질 것을 추천했다.

 

셋째, "일하거나 놀 때, 사람들을 대할 때 편안한 집중 상태를 유지하기". 지속적인 "이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면서 의식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130

경계는 그 자체로 목적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경계는 자신에게 속한 구역과 자신만의 영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려고 하고, 스스로 자유롭게 그런 영역을 결정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영역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한다. 그러므로 경계를 그을 때 중요한 것은 경계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구역을 보호하는 것이다.

 

p.132

스스로를 지각하지 못하고, 늘 바깥으로만 주의를 돌리며 살았던 예민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경계를 잘 알지 못해서 스스로를 존중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 대해 자신의 경계를 지킬 수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거나, 부담을 지나치게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종종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계를 침해하게 하거나, 자신의 의도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의 경계를 넘어 그들의 구역을 침범하게 된다. 

 

p.134

경계 설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경계를 임의로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바람이나 숙고를 통해 자의적으로 경계를 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계는 실제적인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가진 힘이 경계를 정한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양의 일이 내게 적당할까? 어떤 지점부터 그것이 과도한 스트레스가 되어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p.140~141

"이것이 과연 나의 감정일까?"

 

감정과 기분은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경계 설정을 못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의 기분과 감정에 전염될 위험이 있다. 정신적인 경계 설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과연 내 감정일까?"를 물어보라. 그러고는 당신 자신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감정을 갖고 싶은지 물어보라. 하루를 보내며 계속해서 이 질문으로 돌아가라. 이 질문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면 질문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과연 나의 생각일까?"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견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우리를 '물들이는' 것이다. 여기서도 자신의 생각과 시각, 입장이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 다른 사람들의 입장, 관심사, 태도, 견해들을 더 열린 마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다른 시각과 견해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시각과 사고방식을 확장시키거나,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고, 현실에 대해 더 성숙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특정한 색깔로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의 마음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생각의 파편을 의식적으로 지각하면, 자신의 생각과 외부에서 들어온 생각을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이 과연 나의 신체 느낌일까?"

 

예민한 사람 중에는 부지불식간에, 원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신체 자세, 신체 느낌, 불쾌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도 자신의 신체 느낌을 지각하고, 진짜 자신의 느낌과 외부로부터 온 느낌을 의식적으로 구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p.144-147

예민한 사람은 경계를 넘어설 때 매우 급진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평소의 태도가 180도 변할 수도 있다. 방금 전까지 아주 예민하게, 감정이입을 잘하고, 남을 잘 도와주고, 배려하고, 사려 깊고, 신중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롭고, 관용적이고 예의바르고 섬세한 사람이었는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것이다. 중성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완전히 반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완전히 둔감한 사람 같은 행동을 보인다. 자신의 경계를 넘어선 예민한 사람보다 더 둔감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예민한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자신의 경계를 한참 넘어섰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경계를 침해했음을 깨달았을 때 일어난다. 이런 경우 그는 오래전에 막다른 골목에 이른 상태고, 더 이상 지금까지 행동했던 것처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참을성의 한계에 다다랐고, 마음속에서 견딜 수 없는 긴장과 분노가 느껴진다. 

 

그러면 이제 시각이 좁아지고,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위험해 보이기 시작한다. 영문을 모르는 경계 침입자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적으로 보이고, 이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살아남는 것뿐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자제심을 잃고 화를 내고 좌충우돌하게 된다. 

 

- 과제에서의 경계 설정 : 무엇이 나의 과제일까?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과제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과제를 더 쉽게 해결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오로지 내 과제에 관여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은 굳이 우리가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과제를 해결하는 걸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도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누구를 성장시키고 있는지 자문해보라. 나의 도움이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 도아주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 다른 사람이 나의 이런 기여 내지 도움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을까? 만약 바라고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바랄까? 다른 사람들을 돕다가 정작 나의 일을 잃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피할 수 없는 과제를 기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 시간적 경계 설정 :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민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들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 가운데 스스로를 잃어버릴 때가 많다. 가령 미래의 일들을 꿈꾸거나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 또는 과거로 도피하면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간적 선긋기다. 시간적 경계 설정은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하다. 

 

가령 일요일에 쉬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몰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심신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서, 월요일의 과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지? 이 일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를 물어야 한다.

 

- 공간적 경계 설정 :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있는 곳에 에너지를 쏟지 못하고, 다른 곳에 에너지를 향하고 있을 때가 많다.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이 있는 자리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영향력을 미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위치한 영역에서 공간적 경계 설정을 하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출발해야 그 이상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바로 내 앞에 놓인 과제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p.148-150

우리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이 우리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구역을 침범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각자 개인적인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 보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관찰해보라

 

- 당신은 언제 당신의 경계가 침범당했음을 알았는가?

- 어떤 부분에서 그것을 깨달았는가?

- 그것을 깨닫기 전에 무엇을 지각했는가?

- 그것을 깨닫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가?

- 어떤 태도로 그런 생각을 했는가?

- 그것을 깨닫기 바로 전에 어떤 기분을 느꼈는가?

- 그것을 깨닫기 바로 전에 신체적으로 무엇을 느꼈는가?

 

시간을 약간 뒤로 돌려 그전에 자신에게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감지해보라.

 

- 어떤 조짐을 통해 자신의 경계가 침범당했다는 걸 미리 알 수 있었는가? 생각인가? 감정인가 기분인가? 아니면 신체적 조짐인가?

- 당신은 경계를 침범당한 것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내적으로 폭발했는가? 아니면 외적으로 폭발했는가? 뒤로 물러났는가, 공격했는가?

- 경계를 침범당했다는 걸 안 뒤에 무슨 생각을 했는가? 어떤 태도로 그런 생각을 했는가? 

- 그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신체적 증상도 함께 나타났는가?

- 경계를 침범당한 것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었는가?

- 그것이 상처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는가?

- 경계를 침범당한 것으로 말미암아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가? 부작용이 다른 사람에게 가해졌는가? 어떤 피해가 있었는가? 당신 스스로는 어떤 피해를 보았는가? 피해를 따져보라.

- 경계를 침범당한 이후 당신은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되었는가?

- 뒤로 물러났는가? 접촉을 끊어버렸는가? 대담하게 나가게 되었는가? 험담을 했는가? 변명을 했는가? 다른 살마에게 더욱더 맞추어주게 되었는가?

- 무엇이 경계 침범을 초래했을까? 혹은 가능케 했을까?

- 경계 침범이 의도적으로 일어났는가? 상대각 당신을 공격하고자, 혹은 괴롭히고자 한 것인가? 아니면 오해나 의사소통의 실수였는가? 그전에 아무런 신호도 없었는가? 혹은 잘못된 신호를 주지는 않았는가?

- 경계 침범을 당했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 무엇에 특히 주의해야 할까? 자신의 경계를 어떻게 분명히 하고 보호할 수 있을까? 경계를 침범한 사람이 당신 스스로임을 깨달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p.155

예민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고 너무 가까이 다가온다고 한숨을 쉬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경계를 침범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경계를 침범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계를 침범한다. 이 둘 모두 자기 지각 능력의 결핍 때문이다. 이런 일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기도 한다. 경계 설정의 무능력을 도움과 선행이라는 높은 이상으로 포장하고 변호하는 것이다. 

 

p.156-157

타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발동할 때는 그런 행동이 그의 경계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타인의 경계를 침범할 위험이 있는지 한번 돌아보라. 나부터 이런 질문으로 독자들의 경계를 침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경계가 무시되면, 뭔가 불쾌한 기분이 느껴지고, 심한 경우 갈등이 생긴다. 예민한 사람들은 본질상 균형과 화목을 중시하는데, 종종 경계를 무시함으로써 긴장, 시비, 불화 등 자신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더욱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화목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다시금 자기 자신을 무시한다. 그러면 또다시 자신의 경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그토록 원하던 것과 달리 평화와 조화는 멀찌감치 도망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p.158

음식을 먹는 것과 관련하여 "가장 맛있을 때 멈춰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 입 더 먹으면 방금 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입 더 먹으면 방금 전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경계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런 신체의 느낌을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늘 올바른 시점에 멈추라고 외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유쾌함이 불쾌함으로 변하는 지점을 민감하게 지각하는 연습을 하라.

 

경계가 유지되어야 인간관계가 유지된다. 우리가 경계 설정을 하고 선 긋기를 할 수 있다면, 겁이 나서 물러나거나 계속해서 우리의 구역을 남에게 내어줄 필요가 없다. 침해당하거나 조종당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 즉 관계를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우리는 타인의 경계도 느낄 수 있다. 경계는 그의 다름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상대가 우리와 다르다는 거서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우리 편의 경계를 확실시하는 데도 주의해야 한다.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는 우리는 타인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우리는 안개에 싸인 것처럼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우리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느끼고, 종종 그냥 무시해버린다.

 

p.161

물론 좀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책임을 지는 가운데 자신의 에너지를 잘 챙기는 것보다 그냥 다른 사람을 에너지 강도나 도둑으로 몰면서 소극적으로 물러나는 편이 더 쉽다. 하지만 에너지 도둑질은 늘 쌍방 과실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것을 허락하고, 심지어 빼앗아가도록 가져다 안기는 사람이 있고, 그런 유혹에 부응하여 기회를 붙잡는 사람이 있다.

 

p.164

하루를 보내며 이따금 "지금 나의 지각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하라. 스스로를 느끼고 있는가? 자신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한가? 자신과 계속 접촉하고 있는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스스로를 느낄 수 있는가? 아니면 대화 상대자에게로 완전히 옮아버리는가?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가? 스스로를 지각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더라도 에너지를 많이 잃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가운데 더 성숙하고 진실한 대화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하여 경계를 설정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홀로 설 각오를 해야 하며,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부드럽게 표현할지라도 "안 돼." 혹은 "여기까지만. 더 이상은 안 돼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면 상대는 우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상대가 좋지 않은 눈초리로 쳐다볼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기대와 요구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경계를 견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상대는 우리를 존경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p.179

만약 원인을 모른 채 갑자기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다면, 스트레스는 에너지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에너지 손실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지각하면 이렇게 질문하라. 이것이 과연 누구의 스트레스일까? 이게 정말 내 것일까? 다른 사람의 스트레스는 그냥 다른 사람에게 넘겨두고, 공연히 긴장을 부추기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더 유익할 것이다.

 

스트레스에 의식적으로 대처하고 싶다면, 무엇이 자신에게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자문해보라. 외부의 자극이 너무 많은가? 갑자기 너무 많은 변화를 이겨내야 하는가? 힘들고 바쁜 일 때문인가? 스스로 너무 높은 것을 요구하고 그에 부응하려고 하기 때문인가? 내적 갈등이 있기 때문인가? 다른 살마이나 외부 상황과의 갈등 때문인가? 자신이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는 갈등 때문은 아닌가?

 

p.186~187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이 예민한 사람들보다 더 결단력과 행동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상황이 위급해지면 반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 갑자기 예민한 사람들이 나서서 일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예민한 사람들은 상황을 빠르게 간파하고는 담대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갑자기 용감하게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민한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우유부단하고 꾸물거리는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간파한다.

 

의도적으로 이런 상태를 일깨우면서 일상의 도전 과제에 더 잘 대처하면 좋을 것이다. 자신에게 이런 주체적인 면이 있음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태도와 스스로에 대한 관념이 변할 수 있다. 예민한 사람으로서 의식적으로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삶과 삶이 주는 도전에 기대와 신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면을 예민한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딜레마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즉, 이런 면을 불러일으키려다가, 능력을 발휘하고 규범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딜레마에 빠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무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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