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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국영화

맑은 국물 같은 영화 - 후쿠오카

by Diligejy 2023. 6. 26.

 

 

순(順)아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왔든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殿)에 들어갔든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殿堂)은
고풍(古風) 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殿堂)
 
순(順)아 암사슴처럼 수정눈을 나려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루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청춘!
성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
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닥치기 전
나는 영원한 사랑를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윤동주, 사랑의 전당

 

어떤 영화는 텁텁하고, 어떤 영화는 녹진하다. 

이 영화는 투명하고 맑다. 하지만 깊다.

부담이 없지만 맛있는 그런 맑은 국물 같다.

 

영화는 비현실적 요소를 등장시키지만 인물들의 연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며 과장되지 않았다. 

매우 담백하고 꾸밈없이 연기하도록 설계되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배우들의 이름 그대로를 사용할 정도니 얼마나 담백하게 연출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나오는 상징과 여러 장치들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한다. 마치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재밌는 꿈을 꾸듯이.

 

역설적이게도 투명하고 맑기 때문에 이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려 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담겨 있는데, 집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들어가있는 그 무언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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