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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by Diligejy 2016. 11. 14.

p.18~20

애착의 특성 중 한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바로 애착의 대상은 선택된 특별한 존재라는 점이다. 이를 '애착의 선택성'이라 한다. 애착은 어떤 특정한 애착 대상에 대한 특별한 유대감이다. 애착 대상은 그 아이에게 특별한 존재이며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그 특별한 존재와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끈이 형성돼 있다. 이것을 '애착의 끈'이라 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아이를 귀여워하고 스킨십을 충분히 해준다 해서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지 않는다. 특정한 사람과의 안정된 관계가 중요하며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일은 오히려 애착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동 양육시설에서 자란 아이가 애착장애를 겪기 쉬운 이유는 절대적으로 애정의 양이 부족하다는 사실 외에도 여러 명의 양육자가 바뀌어가며 관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라도 함께 사는 조부모나 친척이 어느 정도 애정을 준다는 이유로 엄마가 그다지 애정을 쏟지 않는다면 나중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애착의 형성은 특별히 선택된 이와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 기반으로 확립되는 과정인 것이다.


p.57

애착장애를 가진 사람은 누구도 마음으로 신뢰하거나 존경하지 못하고 비딱한 태도를 취하는 한편, 상대의 안색을 민감하게 살피는 모순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존경할 수 없는 상대지만 그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p.88~89

출산 직후 산후우울증을 겪는 여성의 비율은 30퍼센트 정도이며, 그중 절반은 우울증이라 진단받고 있다. 또한 0세부터 12세까지의 자녀를 둔 엄마의 40퍼센트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울증은 발생 빈도가 매우 높으며 아이와의 애착 형성이 이뤄지는 시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불안정한 애착의 요인으로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저야 한다.


엄마의 우울증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우울증이 학대나 무시를 야기하는 위험 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잃고 제대로 생활을 관리해나가지 못한다는 실질적 이유와 더불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완벽주의나 결벽증 또는 지나치게 강한 의무감에 시달리는 성향을 띠는 일이 많다. 이러한 성향이 학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p.94

10대 초반이 되면 거의 애착 유형이 확립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변화할 여지는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등 주변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애착 유형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 계기는 연애나 결혼으로 파트너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이다.


연인이나 배우자는 애착 유형에 관련해 일찍이 엄마가 미친 영향에 맞먹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정한 애착 유형의 사람이 안정된 애착 유형을 지닌 사람과 함께 있음으로써 안정을 찾기도 한다. 반대로 안정된 애착 유형의 사람이 불안정한 애착 유형을 지닌 배우자의 영향으로 불안정형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다만, 두 사람의 조합은 불가사의해서 안정형의 사람끼리 결합한다 해서 반드시 평온해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불안정형의 사람끼리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서로 상대의 가능성을 이끌어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도 한다.


p.98

부모와의 관계를 살필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애착에 문제가 있는 경우 부모에 대한 적의나 원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지나치게 순종하거나 또는 착한 아이로 행동하여 부모를 기쁘게 하려는 성향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양쪽의 상반된 감정과 행동이 혼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


p.102~103

애착장애에서 대인관계의 특성은, 상대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거나 너무 멀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척 서먹서먹하고 몇 년이 지나도 사이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친근한 관계가 되지만 오히려 너무 가까워진 거리로 인해 피곤해져 관계가 끝나기도 한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사귀면 오래 유지될 관계도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서로 쉬이 피로해지고 만다.


상대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토대가 되는 요소가 바로 그 사람이 지닌 애착 유형이다. 불안정한 애착 유형의 경우 적당한 거리를 둔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회피형 애착 유형의 사람은 친밀해질 정도의 거리까지 상대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깊은 대인관계를 맺지 못한다. 반면 불안형 애착 유형의 사람은 거리를 둬야 하는 남녀관계에서도 금세 사적인 거리로까지 좁히고는, 친해지는 것은 곧 연애관계나 육체관계를 의미한다고 여기는 성향이 있다. 회피형과 불안형의 양쪽 요소가 섞여 있는 경우에는, 처음 한동안은 매우 서먹서먹하거나 마음을 터놓지 못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꺼내기만 해도 급속하게 가까워져서 연애 감정으로 치닫기 쉽다.


p.109~110

비기능적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특징은 상처받은 일에 오래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처에 사로잡혀 있는 일이, 받은 상처보다도 훨씬 더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없었던 일처럼 잊어버리면 그만이지 기분이 가라앉지 않고 몇 년 또는 몇 십 년이나 불쾌한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인생을 헛돌게 하는 일도 생긴다.


상처를 쉬이 물리치지 못하고 사로잡히는 것은 애착에 상처를 입은 사람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애착의 상처는 또 하나의 특성을 만들어낸다. 과잉 반응을 드러내기 쉽다는 것이다. 상대의 의도를 확대 해석하여 상처를 받거나 상대의 감정에 말려들기 쉽다. 상대를 과거에 같은 행동을 한 사람과 동일시한 결과, 그저 단순하게 자신을 해롭게 한 사람으로 본다거나 이상화하는 양극단적인 반응도 일어난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존재와 겹쳐서 생각하고 거기에서 비롯된 믿음으로 상대를 한순간 판단하게 된다.


극단적인 반응엔 애착장애에서 나타나기 쉬운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이 관련돼 있다. 이는 '흑 아니면 백'이라는 이분법적 인지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좋고 싫음이 지나치게 분명해서 싫은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경향은 대인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p.139

'나는 나 자신이다'라는 사실에 위화감이 있으면 어떠한 사회적 역할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p.170~171

창조는 어떤 의미에선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는 일이다. 파괴적인 힘을 창출하는 데는 기존의 존재와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유대관계를 맺는 일은 손해다 구세력에 대한 근원적인 증오를 지닌 쪽이 파괴적이라 할 만한 창조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창조하는 자에게 애착장애는 거의 없어선 안 될 원동력이다. 기술이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순 있어도 참된 창조는 탄생되기 힘들다. 안정된 애착 환경에 있는 사람은 파괴적인 창조에 목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왜 내정돼 있던 도쿄대 교수라는 안정된 지위를 미련 없이 내던지고 당시는 소규모 신문사였던 도쿄 아사히 신문 기자가 되어 불안정한 신문 소설가의길을 선택했던 것일까.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왜 도쿄대를 중퇴하고 아무것도 확실치 않은 작가 활동에 뛰어들었을까. 스티브 잡스는 왜 대학을 중퇴하고 약물 복용이나 인도 여행이라는 목적지도 없는 방랑을 반복한 것일까. 버락 오바마는 왜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한 후 일류기업에 취직하길 마다하고 보수가 적은 지역사회 조직가social organizer로서 활동했던 것일까.


그들의 창조적 인생의 원점에 있는 것은 기성의 가치를 부정하고 자유로워지고자 한 마음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들이 내면에 불안정한 공허를 안고 있었으며 상식적인 행동으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애착의 상처에 다다른다. 그 상처가 그들을 사회적인 상식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길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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