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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일상

24년 3월 3일

by Diligejy 2024. 3. 3.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기 위해 기다리는데 옆에서 꼬마 남자아이 하나가 계속 가만히 있질 못했다. 갑자기 소파를 푹 하고 치니 벽에 걸려있던 시계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고 맞았다. 떨어진 시계는 깨졌다. 둥근 시계라 그런건지 모서리가 없어서 그런건지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아이 아빠는 당황해하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아이의 말썽을 나무랐다. 부상을 입지 않았기에 난감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부상을 입었다면 당장 몇 시간 뒤에 출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는 "시계가 있는 줄 모르고 그랬는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이 아빠가 사과하지 않는 행위에 야단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계에 맞은 것보다 아이의 그 말과 아이 아빠의 방치에 심리적인 데미지가 더 컸다. 아마 아이 아빠가 당황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할 말이 없었던 이유는, 종종 사과해야할 때 사과를 하기보다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은 T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자신은 직설적이라 어쩔 수 없다.' '나는 정상인데 니가 너무 감정적일 뿐이다.' '나는 이런 의도로 말한 것이다.'.

 

이유는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이유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사고를 친 게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사고를 쳤는데 이유를 대니까 갈등이 더 커진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이런 생각이 정리가 되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대충 봐도 그럴 여유가 없어보였고, 내가 아이 아빠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해서였다.

 

무튼 내일 출근인데 액땜하고 다행히 다치지 않고 내일 출근 가능할거 같아서 그나마 감사한 하루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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